주는 것만 먹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이제 직접 내손으로 먹거리를 사고 상하좌우 조화를 찾으며 살다보니 슬금슬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지난 7월에 <수요 인문학 카페> 대중강좌를 들으러 대학로에 몇 번 갔을 때 지하철 혜화역을 나오자마자 눈에 띤 것은 인공시내를 만드는 공사판이었다.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이제는 '4대강 살리기'라고 이름이 바뀐 (마치 신종플루가 되어버린 돼지독감 마냥) '한반도대운하'를 연상시키는 미니운하를 서울시내 곳곳에 설치한다는 소리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선 공사비는 제쳐놓고장차 인공적인 물길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유지비가 상당하리라는 것은 안 봐도 뻔하다. 돈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어렸을 때부터 의타심을 길려주면 안된다"며 100% 삭감해버린 경기도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 이거 하겠다는 교육감 뽑아놓은 입장으로서는 도의회 의원들의 뭣같은 설명에 화가 나버렸는데, 그때 얼마 안 지나 지하철 역을 나오다가 중앙홀에 몇몇 여성분이 가판을 차려놓고 탄자니아의 기아아동을 돕자며 성금을 모집하면서 내 팔을 잡아끌어서 마음속으로 손사래를 치며 '탄자니아 좋아하고 있네' 라고 외쳐버렸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한비야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제는 여차여차하여 팔당 추수축제에 다녀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농사와 흙, 생명의 고마움을 기리는 행사다 보니 줄다리기도 하고 이런 저런 몸으로 움직이는 놀이가 많아서 삐끗한 팔목에 어깨까지 나가버렸다. 집에 오니 머리속에도 흙, 귀에도 흙... 자연과 생명을 사랑해보려니 몸이 괴롭다. 원래 그런 건가 부다... 내 서재명에서도 보이듯이 난 사람들을 싫어하는 편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판이 되버린 세상에서 도구화돼버린 동물들에 대한 연민때문이다. 하지만 내삶보다 더 고단한 인생들의 모습을 부딪히다 보니, 세상에 태어나 불쌍한 건 동물뿐이 아니다. 팔당 인근의 농가들은 당장 10월부터 생업의 위기를 겪게 된다고 하니, 건설업 부양에 팔당에 자전거로를 포함하는 수상레저단지 조성이 참으로 이기적이고 허황되다. 오전에 팔당으로 들어가는 국도상에서 바이크족들과 MTB동호회를 보았을 때, 예전 같았으면 워워워~ 같이 가! 이랬을 것을 '에고 밉상이네'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인의 주말레저를 위해 농민의 삶의 터전을 갈아엎으면 그 결과는 무엇이 되랴. (* 추수축제 마지막에 팔당 농민 대표로 나오신 분이(5-60대 분인데) 찾아와 격려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다가 울먹이셔서 가슴이 아팠다.)

며칠전에 김대호 사디연 소장이 직접 찍어 올린 한강 고수부지 자전거로의 꼴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20대에 반포-여의도-마포를 자전거를 타고 자주 다녔는데, 요소요소에 위험한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뉴욕 맨하튼의 그리니치 비치처럼 원목까지 번드르르 깔아놓고 비만 오면 한강 뻘로 켜가 몇 센티씩 쌓이면 다시 인부들 불러다 삽질하고 걸레질하고... 이런 졸속공사는 왜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수도권 부근의 4대강 연관 공사의 대부분에 자전거 어쩌구 소리가 자꾸 나오는 걸 보니 몇백은 될 자전거로 녹색출근한답시는 유인촌 장관의 즐거운 여가가 상상이 되니, 짜증이 난다. 정권 바뀌자마자. 정확히 표현이 기억이 안나는데 강만수 장관인가를 필두로 여권에서 "돈 맘대로 쓰니 좋다" 뭐 이런 소리를 지껄였던 기억도 나고. 해도 좀 너무 하는 것 같다.    

성장을 멈출 수는 없다, 고 하셨다지만... 나는 우리의 성장시계가 100년만 뒤로 갔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인류의 꿈이라지만... 꼭 내가 마치고 가야할 일은 없는 것 같다.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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