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번역하는 역자들이 비속어나 욕설에 난감해하는 이유는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그런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다. 아무래도 대부분이 지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계층이다 보니 조폭, 동네 건달, 거친 형사들의 걸쭉한 입담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테고, 비속어의 자연스러운 구사는 물론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일이겠다. 두 번째는 책에 비속어가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에 (어느 정도)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이다. 책이 고급문화에 속하고 독서가 고상한 유희라는 편견은 여전히 독자와 역자 모두에게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좋은 책을 역자의 더러운 입이 망쳐놨다는 비난도 심심찮게 듣고 있다. (조영학 <비속어의 처리> 중에서)-38쪽
에반드로스는 헤르메스의 아들로서 아욱토르auctor였다. 저자author란 말의 어원이기도 한 '아욱토르'는 창시자란 뜻도 갖지만 랑시에르는 '메시지의 전문가'란 뜻으로 새긴다. 그는 "세계의 소음 속에서 의미를 식별할 줄 아는 자"이다. 그는 신의 메시지를 알아듣고 목동들의 싸움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아욱토르는 말을 잘 알아듣고 말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는 말의 장인이며, 그의 권위는 거기에서 비롯되었다. 이제 말의 장인으로서 번역자에게도 그런 권위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혹은 번역자 또한 그런 권위를 스스로 찾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로쟈 <에반드로스-번역자를 위하여> 중에서)-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