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약수터엔 새벽부터 야밤까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운동하는 사람, 물뜨러 온 사람, 사람많은 곳에 꼬이는 장사치들, 그리고 정자를 차지하고 하루를 보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어제 저녁때 약수터를 지나치는데, 귓전에 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나라 왕 정도돼야 국상을 하는 거지."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을 국상으로 치르기로 한 것이 불만이신 모양이었다. 그분이 원하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지... 애당초 이명박 정부는 노통 서거때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가족장을 고려중이라고 했고, 이번에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국민장을 고려중이라 했다. 청와대가 번번이 유가족의 뜻이라고 섣불리 유추했던 것은 그 할아버지 같은 분들의 뜻을 십분 반영한 것이었으리라.  

김통의 큰 뜻을 어찌 이해하리오만, 취임후 전두환과 노태우를 사면하는 것을 외국에서 뉴스로 보면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두 사람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이길래 타협을 했어나 했나,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사면의 목적이 동서화합이었다면, 동의 성정을 너무 좋게 본 것 아닐까 아직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제 아침에 KBS에서 김통의 생전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영상들을 추려 보여주는데, 내 눈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호상이라고들 하는 이번 김통의 서거때문이 아니라 지난 5월 비명에 가신 노짱의 운명이 너무 불쌍하고 서러워서였다.  

방금 딴지에 들렀다가, 한 글의 댓글에서 비슷한 감정을 서두에 적어놓은 것이 있어서 펌질을 해두는 김에 끄적거렸다.   

 

데자뷔와 자메뷔 

 

눈까리가 톡 튀어나올 정도로 울었다.


김대중 대통령님께 죄송하다.
며칠 전 가신 분은 김대중 대통령인데 나는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운다.

나는 10 여년간 총 세번 김대중 대통령께 투표했다.
노짱은 꼴랑 한번.
횟수로 따져도 게임이 안되는데 나는 오늘도 노무현 때문에 운다.

저 양반은 진짜 하나도 안 변했었구나.

변한 건 우리였구나.

조작질,이간질에 방관하거나 암묵적으로 동조하거나 대놓고 씹어댄
우리가 변했던 거구나.

다시 한번 느끼고 운다.



성일권 님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의 새로운 신화들' 마지막 부분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데자뷔'와 '자메뷔'...

데자뷔야 이미 아시는 대로, <분명히 처음 보는 장면 처음 겪는 일, 처음
나누는 대화인데 일찍이 경험했을 것이라고 느끼는 현상-일종의 지각장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이미 알고 있었다'는 확신이 들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자메뷔는 이미 경험하고 익숙해진 사항이 마치 완전히 새로운
경험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책을 마칠 무렵 우리 사회가 모두 극심한 데자뷔와 자메뷔를 앓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같은 우리 사회의 뒤죽박죽은 우리에게
집단적 지각장애와 기억상실을 강요하는 담론 권력 집단의 기획과 음모에서
비롯된다...>

본문을 따왔으므로 저작권법 위반인가?
프랑스에 계시는 성일권님은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2009.5.23. 을 극심한 데자뷔, 그리고 2009.8.18. 이후 노짱이 돌아가신 것을
이미 석달간 인지하고 있었을텐데도 마치 또 돌아가신 것 같은 자메뷔...

이 영상을 보면서도 또 그렇다.

비단 노짱과 김대중 대통령님의 서거에 따른 집단적 지각장애와 기억상실
만은 당연히 아니다.

우리는 몇십년간, 일제 후 18년간 해먹은 어떤 자, 그 후에 자국민을 쓸어버린
어떤 자, 그 후에 또 또 어떤 자들...그리고 잃어버린 10년을 악을 쓰고 불렀던
그 암흑의 카르텔들에 의해 몇십년간 데자뷔와 자메뷔를 강요당하고 살아온
것 같다.


아무튼 이 동영상을 눈까리 튀어나올 정도로 울면서 보고난 후 노짱께,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님께 꼭 약속드리고 싶은 게 있다.

내가 속한 지역이 지역인지라 나 또한 그 망국적 지역감정 또는 지역차별
등등의 현상에서 100%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것이 몇십년간 행해져온
조작질과 이간질과 선동질의 결과임은 분명하기에, 그리고 그 짓을 행해온
한줌도 안되면서도 가공할 집단만큼은 분명히 우리와 다른 '남'이기에,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전라도야 경상도야, 우리가 남이가?
그냥 고만고만하게 사는 전라도 경상도 사람들아, 우리가 남이가?

특히 노짱께 약속드린다면 우리 김대중 대통령님 서운해 하실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노짱, 노무현은 왜 디지고 지랄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진심으로 말하겠습니다, 이보시오 우리가 남입니까....


그리고 성일권 님의 책에 나온 인용처럼, 그 한줌도 안되면서 우리에게
최면을 거는 그 집단에게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저기 적이 있다고 소리치는 놈, 그놈이 바로 적이다 -브레히트-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268&article_id=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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