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지어로 쓰는 순간 이미 조선사회나 환경에서 촉발된 동기와 감정은 일본적 감정과 감각의 화를 입게 된다" (김사량)
조선인의 감각이나 감정은 그 표현과 '불가리적不可離的'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예켠대 슬픔이나 욕과 같은 감정 혹은 직관의 표현은 매우 에둘러서밖에 번역될 수 없다. 다시 말해 김사량에 따르면, 언어 선택이 결코 중립적인 것일 수 없으며, 언어에 의해 동기와 감정 자체가 굴절되게 된다는 것이다. -237쪽
"외국문학 수입에는 국어의 발달이 동반할뿐더러 모어 연구가 필요하게 된다. 번역문학이란 것을 생각해 보면 그 결과로서 번역은 여러 가지 부수적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번역시기라는 것이 있는 것이요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 발달된 때에 비로소 그 문학 범위가 넓어질뿐더러 세계적 비평안으로서 문학을 논하게 된다. 따라서 국어가 발달되고 창작 범위도 훨씬 넓어질 것이다. '가갸날'과 번역 - 이러한 문제도 상당히 중요성을 가졌다." 정인섭, <'가갸날'과 외국문학 연구>, <<동아일보>>(1927.3.19).-238쪽
주지하다시피, 번역은 의미와 말의 등가성이라는 전제, 상호 형상화의 도식을 통해 하나의 언어와 다른 언어가 완전한 형태로 이미 존재하는 듯 가정하며, 그렇게 어떤 지역과 정체성을 자연화한다. 번역 과정 자체가 서로가 서로를 본질적인 경제, 실체로서 확정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 전라도 하급 계급의 사투리를 내지어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을뿐더러, 그 자체로 언어 이면의 이질적 주체들을 상기시킨다.-239쪽
특정한 정치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번역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자신을 타자들과 연관시킴으로써 발신자의 언어와 수신자의 언어 모두에 공동체적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가 바로 번역이기 때문이다. 등가와 대응이라는 번역 기준이 작동되는 순간 해석은 곧바로 행위화한다. 파롤과 파롤의 등가 교환은 즉시 두 개의 언어 체계라는 잠재성을 구성케 한다. 따라서, 번역이 비록 제국 내부에서의 '통합'을 그 목적으로 내세운다 할지라도, 번역은 언제나 이질언어적 분할 자첼르 보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239쪽
그것이 지역방언이든 사회방언이든 방언이란 그것이 한 사회 전체의 관계성 속에 존재하는 한에서, 거의 번역불가능한 언어이다.-240-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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