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서핑중 우연히 발견한 한 글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blog.aladin.co.kr/neomidge/2545386), 사회디자인연구소라는 살짝 '의심스러운' 간판을 단 인터넷포럼에 있는 글이었고, 글쓴이는 김대호 소장이었다.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 가끔가다 신문읽기 수준의 이해력을 갖고 있는 나지만, 그래도 호불호는 분명하여 한나라당은 믿지 못하고, 노무현은 좋다. 복잡하게 이유 달 것도 없이 '신뢰의 문제'다. 난 전자는 제배때기 채우기에 여념 없는, 부도덕한 사람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하며, 후자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고매한 사람이(었다...)라고 믿는다. 그런 나에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칭 '진보'인사들 가운데 노무현을 비난(비판이 아니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복잡다단한 사회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하며, 과연 내가 '노빠'라서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것일까, 자책하기도 해봤다. 그런 와중에 '심상정 오바마!'라는 글을 발견하고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 후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김대호의 글을 읽어야 다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지금은 이 책을 읽고 있다. 차분히 첫 장부터 쭉 읽지는 못하고, 챕터를 골라서 읽고 있는데... 뭐랄까, 저자가 공대출신이라서 그런지 인문과학, 사회과학 주류이론에 정통한 글쟁이의 세련된 문체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사색의 깊이와 예리한 문제의식, 그리고 에두르지 않는 직설적 필법이 오히려 참으로 마음에 든다.  

노통 재임시 그가 참여정부와 소통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노무현 이후 - 새 시대 플랫폼은 무엇인가> 출간에 붙이는 글이 사회디자인연구소에 올라와서 읽어보니, 이번 신간에 저자가 이에 대한 소회를 밝힌 모양이다.  

“내가 특별히 그를 아쉬워하는 것은, 시대의 어둠을 깨치는 위대한 방법을 찾기 위해 같이 머리를 맞대고 밤을 새울 기회가 코앞에 닥쳤는데 홀연히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5년의 재임 기간 동안보다 퇴임 이후에, 수십 년에 걸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민족적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www.goodpol.net/inquiry/report.board/entry/57)  

나는 아직도 노무현이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 어제 일전에 라디오21에 신청한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사진집이 도착했다. 자그마한, 또 눈물샘을 자극하는... 몇 장 넘기다가, 놓고 말았다.  

 

** 사회디자인연구소 참여정부평가 - 총론 (2009.3.23 발제자: 김대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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