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 무엇이다. 만약 생명을 '자기를 복제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린다면 바이러스는 틀림없이 생명체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어 그 시스템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증식시키는 모습은 기생충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바이러스 입자 단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것은 무기질적이고 딱딱한 기계적 오브제에 지나지 않아, 생명으로서의 움직임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바이러스를 생물의 범주에 넣어야 하느냐 무생물의 범주에 넣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봐도 좋다. 그것은 다시 말하자면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논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짧게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바이러스를 생물이라 정의하지 않는다. 즉 "생명이란 자기 복제를 하는 시스템이다"라는 정의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35쪽
슈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나는 "유전자의 본체는 혹시 비주기성 결정이 아닐까?"라고 예측한 부분이고, 두 번째는 조금은 기묘하게 들리는 질문인데, 바로 "원자는 왜 그렇게 작을까?"라는 것이다.-116-117쪽
중질소 아미노산을 투여하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그것을 함유한 단백질이 쥐의 온갖 조직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다수의 아미노산이 결합하여 새로운 단백질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 즉 쥐를 구성하고 있던 몸의 단백질은 겨우 사흘 만에 식사를 통해 섭취한 아미노산의 약 50퍼센트에 의해 완전히 바뀌었다는 뜻이다.-139쪽
질서는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쇤하이머)-145쪽
자기 복제를 하는 존재로 정의된 생명은, 쇤하이머의 발견에 다시 한 번 빛을 비춤으로써 다음과 같이 재정의될 수 있다.
생명이란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다. -146쪽
사실 우리 연구실 아래층에는 하버드대학 의학부의 고명한 심장연구팀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은 매일같이 개를 실험대상으로 심기능 데이터를 구했다. 정말 안 된 일이지만 그날 그들의 실험이 끝나면 심장이나 혈관에 여러 개의 튜브가 꽂히고, 전극이 삽인된 불쌍한 개는 그대로 안락사에 의한 임종을 맞는다.-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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