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몰지각한 사람들이 불을 놓자 이 거대한 똥 더미 화석은 몇 달이나 타올랐다. 마틴은 비통했지만, 그 무렵 그는 자신의 이론으로 고생물학계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다름 아닌 수많은 자이언트 나무늘보와 멧돼지, 낙타, 코가 긴 장비목 동물, 20종의 말을 전부 쓸어버린 원인을 다룬 것인데, 신대륙에서 전부 70개 속의 대형 포유류가 지질연대상으로는 눈 깜짝할 사이인 1,000년 만에 사라져버렸다.
"이유는 간단해요. 인간이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벗어나 세계 곳곳에 도착하면서 지옥이 되어버린 거죠."-87쪽
인류가 진화하지 않았더라면 홍적세의 거대동물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더욱 강하게 주는 현장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섬에 있다. 빙하기 동안 북극해의 랭겔 섬은 시베리아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알래스카로 건너간 사람들은 너무 북쪽에 위치한 이 섬을 잊어버렸다. 충적세 들어 해수면이 상승하자 랭겔 섬은 다시 본토로부터 고립되었고, 이곳의 털 많은 매머드들은 오도 가도 못하게 되어 섬의 제한된 자원에 적응해 살아야 했다. 인류가 동굴을 떠나 수메르나 페루 등지에서 거대한 문명을 이루는 사이 랭겔 섬의 매머드는 꾸준히 살아남았고, 난쟁이 종 하나는 그 어느 대륙의 매머드보다 7,000년을 더 버텼다. 그들은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에 파라오가 이집트를 다스리던 때까지 살아 있었던 것이다.-93쪽
연설에서나 책에서나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바는 홍적세 대량학살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훨씬 더 파괴적인 과오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되겠다는 경계심을 제발 가져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종이 멸종될 때까지 결코 굽힐 줄 모르는 우리의 킬러 본능만이 아니다. 멈출 줄 모르는 탐욕의 본능도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본능 때문에 우리는 딱히 피해를 주려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존재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치명적으로 박탈해버리는 수가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을 없애버리기 위해 새를 전부 총으로 쏘아죽일 필요는 없다. 둥지나 먹이를 일정 이상 빼앗아버리면 절로 떨어져 죽기 마련이다.-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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