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년 이상 동안 거대한 얼음판들이 남극과 북극 사이를 떠다녔다. 때로는 적도까지 밀려오기도 했다. 이 현상은 대륙이동설, 지구의 다소 불규칙한 공전궤도, 조금씩 바뀌는 자전축, 대기 이산화탄소 양의 변동과 관련이 있다. 대륙들이 기본적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춘 지난 몇 백만 년 동안 빙하기가 꽤 주기적으로 반복되었으며, 한번에 10만 년 정도 지속되었다. 두 빙하기 사이의 따뜻한 해빙기(간빙기)는 보통 1만 2,000~2만 8,000년 정도 계속되었다.-62쪽
올두바이 협곡과 다른 원인 화석의 유적지는 우리 모두가 아프리카인이라는 점을 거의 확실히 보여주었다. 우리가 여기서 마시는 먼지에는 가루가 된 우리 자신의 DNA도 섞여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이곳에서부터 각 대륙으로, 지구 반대편으로 뻗어나갔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기원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었던지 한 바퀴를 빙 돌아 우리의 태생을 증명해주는 혈육을 노예로 만들어버렸다.-69쪽
야생 침팬지의 눈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숲에 살 때의 세상을 설핏 볼 수 있다. 그들이 생각은 흐릿할지 모르지만 지능만은 분명하다. 음불라 과일나무에 앉아 우리를 냉정하게 쳐다보고 제 능력을 발휘하는 침팬지의 경우, 우월하다는 유인원 앞에서도 전혀 열등하다는 느낌을 내비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할리우드 영화는 우리를 호도한다. 영화에서 조련된 침팬지는 전부 어린아이들처럼 귀엽게 보이기 때문이다. -77쪽
그는 또 그들이 이웃 침팬지 그룹의 영토로 몰래 들어가 혼자 방심하고 있는 수컷들을 공격하여 죽이는 장면도 목격했다. 이웃 씨족 수컷의 영역과 그의 암컷들을 차지하기 위해 몇 달 동안 약점을 노리는 모습도 보았다. 두 그룹 사이의 대규모 전쟁이나, 한 그룹 내에서 최강자인 수컷을 가리기 위한 혈전도 본 적이 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인간의 공격성 및 권력투쟁과 비교를 하는 것이 연구의 주요 분야가 되었다.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하자니 진저리가 납니다. 우울한 이야기가 많죠."
이해하기 힘든 것은 왜 침팬지보다 작고 날씬하지만 똑같이 인간과 깊이 관련된 보노보는 별로 공격적이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그들 역시 영역을 방어하긴 하지만 자기들끼리 죽이는 장면은 아직 목격되지 않았다. 그들의 평화로운 천성, 여러 파트너와 장난스러운 섹스를 즐기는 성향, 모두가 양육에 동참하는 모계 중심의 사회질서는 온순한 존재가 이 세상을 물려받기를 열망하는 사람들 사이에 거의 신화가 되어버렸다.-77-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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