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정미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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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살짝살짝 드러나는 개인적 경험이나 사건들을 보며 작가란 인간이 엄청 경험도 다양하고 좀 파란만장한 생을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자 소개를 보니 정말로 이렇게 짐작이 딱 맞을 수가 없다. 

포도따기 일꾼인 묘지 인부, 화장실 안내원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밀수꾼이라니. -_-;  그리고 프로필에는 올라있지 않지만 인도에서 애인과 함께 노점에서 과자도 구워 팔았던 것 같다.

여하튼 이 모든 다양한 경험이 이 상당히 재미있고 아무나 쓸 수 없는 책에 녹아든 것이니 독자 입장에선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편력에 감사해야겠지,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좀 먹고 살만한 나라에선 음식에 관한 책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역사나 인류학적인 조사는 물론이고 현재 맛있는 집들과 새로운 음식 편력까지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데 -물론 내 독서 범위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이런 독특한 접근법은 처음이다.

기독교의 도덕관에서 인간의 7대 악덕이라고 주장하는 색욕, 폭식, 오만, 나태, 탐욕, 불경, 분노라는 7개의 카테고리에 풀코스 메뉴판을 하나 넣어놓고 그 주제 안에서 금기 음식과 먹어온 음식의 역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가장 주목하고 싶은 건 -엄청나게 돌아다닌 작가의 경험 덕이겠지만- 소위 카더라~도 많지만 서구뿐 아니라 동양과 아프리카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과 금기에 대해서도 이런 입문서로는 놀라운 정도의 수준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인이 쓴 인문학 서적은 서구가 이 세상 모두이고 중심인 것이 대부분인데 이런 점에서도 독특했다.  음식으로 인해 일어난 온갖 역사적인 소동 등 재미있으면서도 꽤 읽어볼만한 내용.

제목은 금기 음식의 역사지만 좀 더 정확히 하자면 금기 음식으로 분류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이 끊임없이 먹어치운 음식의 역사라고 해야겠다.   더불어 맛있는 음식에 관한 인간의 그 엄청난 탐욕과 잔혹성에 대해서 몸서리를 치게 하는 부분이 있다.  로마나 절대주의 왕정 시대의 만찬은 내게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다.  누가 타임 슬립의 기회에 더해 잘 생긴 왕자나 백작을 하나 얹어준다고 해도 사양하고플 정도로. 

과거에 자행됐던 일들은 잠시 그쳤는지 몰라도 새롭게 시작된 부분들은 정말.  -_-;   인간에게 에이즈를 옮긴 그 50여년 전 원숭이 요리를 먹은 사람은 그 파급력을 과연 짐작이나 했을까? 

물론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육식 습관이 앞으로 300백년 정도 뒤 후손에게 있을 수 없는 잔혹 행위가 될 수도 있겠지.  부디 그런 쪽으로 인류가 변화하기를.  신전에서 최고 불경죄로 쫓겨날 정도의 마늘과 양파를 곁들여 배 부르게 한우 꽃등심을 먹은 처지라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히틀러 같은 채식주의자보다는 나같은 육식주의자가 세상에 피해를 덜 입힌다는 위로를 하면서 살아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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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흥부뎐
박민지 지음 / 신영미디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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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시나 재발견 시리즈의 성공작~

이것도 처음 나왔을 때 잡았다가 '에이 재미없어.  이것도 로맨스냐. -_-;'  이러면서 던져버렸던 책인데 다시 잡았다.

최근 워낙 읽을만한 책이 없는 것도 아마 이유일 것이다.  요즘에야 이 출판사도 좀 아무거나 내는 경향이 있지만 이 책이 나오던 2003년만 해도 영언과 신영의 책은 취향차가 있을 뿐이지 몽*과 같은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 소위 폭탄은 없었다.  그래서 선택했는데 역시 구관이 명관이란 소리가 나왔다.

화홍이 워낙에 히트를 치면서 구어체의 이야기 형식의 문체는 모조리 그게 원형인 것처럼 되어버렸지만 약간의 환타지성을 띤 현대물이란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이 로맨스 흥부뎐에서 그 원형이랄까... 모양새는 이미 완성이 거의 되어 있는 것 같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과거 흥부의 은혜를 입은 제비 공주가 못다 한 은헤를 갚으려고 환생한 흥부를 찾아 현대 세상에 온 것.  역시 환생한 놀부와 흥부 사이에서 잠시 헷갈리다가 겉보기엔 놀부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속은 진짜 흥부를 제대로 찾아 행복한 결말을 맺는 것.

고전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는 점.  대단하진 않지만 긴장감을 잘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판소리의 느낌을 살짝 살려낸 문체까지.  정말 이른 시대에 많은 실험을 했던 좋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다만 그때는 내가 완전 정통 로설에만 꽂혀 있었던 터라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던 거였고.  예전에 읽지 않았던 책들을 좀 찾아서 봐야겠다.   그리고 과거 로맨스 흥부뎐에 꽂힌 느낌 때문에 회피했던 이 작가의 신작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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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원더우먼
이선미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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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믿을 만한 작가의 호평받는 작품임에도 내게는 도저히 취향이 아니었던 책들을 재도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게 하는 죽어도 내 취향이 아닌 것들도 여전히 있었지만 이렇게 재밌는 걸 왜 그때는 몰랐을까 하는 것도 몇권 건졌다.

내 사랑 원더우먼이 그중 하나. 

처음 나왔을 때는 끌리지도 않고 재미도 없어서 휘리릭 넘기다 던졌는데 이번엔 첫 페이지부터 손에 착착 달라붙는다.  모님은 초반부 한참은 악으로 읽다가 어느 순간부터 재미있어졌다고 했는데 처음부터 재미있었다.

지겹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동네 묘사, 이해불가능의 약간은 사이코틱한 남주,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 꽁꽁 묶인 것 같았던 여주가 이제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작가가 증권회사에서 일한 경험 -국향가득한 집에서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모처에 확인해보니 작가가 증권회사에서 일했다고 함- 도 작품에 아주 생생하게 녹아내려 기초적인 자료 조사나 설정조차 안 된 대다수 현대물들과 엄청나게 비교도 되었다.

그 흔한 삐~씬 하나 없는 글이건만 로맨스가 넘치는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글.  내 취향이 극적으로 변한 건지 아니면 처음 읽던 당시 내 사이클이 이것과 아주 맞지 않는 지점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시도의 로맨스였다. 

이지환씨가 그야말로 정통 로맨스의 진수를 끝까지 보여준다면 정통부터 파격까지 다양한 실험을 끊임없이 하는 이선미 작가의 행보도 멋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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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영혼 - 사람과 동물 간의 사랑, 기적같은 치유이야기
앨런 쇼엔 지음, 이충호 옮김, 남치주 감수 / 에피소드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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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스틱 수의사가 쓴 동물과의 교감과 치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가 치료한 동물들, 그리고 그 동물과 인간과의 유대 관계.  기존의 수의학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상당히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가 막 수의학을 배우고 수의사가 되던 당시에 동물에 대해 인간이 갖고 있던 무지랄까... 파스칼과 데카르트 시대에서 거의 진보하지 않은 고통의 인식 같은 문제들이 인지되지 않은 것에는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확신하는 사실.  동물도 감정이 있고 고통을 인간과 똑같이 받는다는 그 당연한 일이 주류 수의학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게 불과 10몇년 이내의 일이라는 사실에 소름이 다 돋았다.

여기에 언급된 사례들은 -책을 쓰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주 특별한 사례들 위주로 정리되어 있다.  여기에 나온 것처럼 특별히 영리하거나 아주 혹독한 상처 -육체적이건 정신적이건-를 기적처럼 이겨냈거나, 혹은 주인과 엄청난 교감을 나누는 동물들만 세상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도 각기 특성과 성격이 다르듯 동물들도 각기 나름의 독특함을 갖고 존재한다.  그리고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하나도 없다.  그걸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고 해야겠다.  더불에 미국에서 발달하고 있는 홀리스틱 수의학에 대한 무한한 부러움도 생긴다.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인 난치병견을 키우다보니 기존 수의학에서 제공할 수 없는 다른 치유법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신뢰할만한 홀리스틱과 대안 치료법을 적용하는 수의사를 찾는 건 솔직히 지푸라기에서 바늘 찾기다.  실력과 동물에 대한 애정에 덧붙여 홀리스틱에 대한 관심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 세가지를 갖춘다는게 사실상 쉽지 않은 고로.  -,ㅜ

부디 이 책을 많은 수의사와 수의학도들이 읽고 변화하기를.

합법적이란 차이를 제외하고는 마피아를 뺨치는 유대인들 블럭에 치여 불이익을 본 주변인들이 많고 또 요즘 부시와 이스라엘의 행태가 재수없어서 그쪽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닌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괜찮은 -적어도 활자로 보이는 한에선- 유대인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주입시키고 있다.  

그래... 어느 집단이나 비슷한 비율의 악화와 양화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곳에서 항상 악화들이 설치기에 더 많이 보이는 것이지.  그렇게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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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7
오승은 지음,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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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제 7권을 마쳤다. 

이번 권에선 저번 6권에서 이어진 우마왕과의 사건이 종결됐다.  파초선을 얻어서 화염산의 불을 영원히 끄고 그 파초선을 나찰녀에게 다시 돌려준 다음 서쪽으로 전진.

가짜 소뇌음사를 세워 여전히 멍청하고 고집만 센 삼장법사를 유혹한 황미대왕이라는 요괴 때문에 심하게 고생한 걸 제외하고는 이번 편의 모험들은 과거에 비해선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로 비교적 순조로운 진행이었다.  그리고 나무 정령들과 삼장 법사와의 에피소드는 한편의 시 같은 분위기였다.

이번 편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불쌍한 손오공'

요기가 감돈다고 말림에도 오로지 '뇌음사'라는 현판만 보고 아득바득 고집을 부려 들어간 삼장법사 때문에 금바라에 갇힌 손오공의 넋두리가 정말 마음에 와닿았다.  "사부님, 전생에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기에 이생에서 한 발자국 뗄 때마다 요괴를 만나시는 겁니까?" 내가 삼장법사에게 해주고 싶은 소리였다.  -_-;

설정 자체가 환타지기 때문에 그동안 서유기를 읽어보면서 개연성을 갖고 심하게 거슬리는 건 없었는데 이번 편에선 좀 심각하게 거슬리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황미대왕에게 삼장법사를 구해내기 위해 원군을 요청하는데 매번 같은 방법에 당하는 것.  손오공은 매번 벗어나면서 왜 다음 조력자를 요청할 때 미리 경고를 해주지 않는 것일까?  소설의 기법이 시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건 납득하기 어려운 삑사리였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즐겁게 봤음.  읽을수록 매력적.  오래 살아남는 건 확실히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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