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 화가의 붓끝에서 영원을 얻은 모델 이야기 명화 속 이야기 5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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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장 정리하다가 발견한, 사다놓은 것도 잊고 있었던 책 중 하나.  어제 알게 된 사실인데 그런 게 엄청 많다.  -_-;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같은 걸 두번 살 정도로까지 정신이 없진 않았다는 정도랄까.

재고 정리(?)를 하는 기분으로 제일 쉽게 읽힐 것 같은 이 책부터 잡았다.  종이도 두툼하고 그림도 많으니까.  ^^  잽싸게 한권을 처리하자는 목적을 놓고 봤을 때 아주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연인 관계였던 화가와 모델들의 얘기를 모아놓은 한 챕터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결국은 한권을 다 보고 잤을 정도로 흡입력있는 구성과 재미였다. 

내용은 말 그대로 화가와 모델들의 얘기.  세 챕터로 분류를 해놨는데 첫번째는 연인 -당연히 불륜도 포함되는데... 상당수가 불륜이다.  -_-;;; - 관계였던 화가와 모델들.  두번째는 부부관계였던 화가와 모델들.  이 경우도 상당수 화가들이 바람을 오지게 피워댄다.  -_-+++   마지막은 남녀로서 화학작용은 없지만 의미있는 관계의 화가와 모델들의 이야기.  주제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재미있는 소재를 쉽고 맛깔나게 풀어나가는 능력이 작가에게 있다.  전문가의 너무나 어려운 구름 잡는 얘기도, 어설픈 아마추어의 침소봉대도 아닌 적절한 수준에서의 사실확인과 해설.  글이 너무 쉽게 읽혀서 저자의 약력을 다시 보니까 신문기자다.  역시... 간결하게 사실 전달을 하는 능력은 신문기자만큼 훈련이 잘 된 직업도 없지.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스토리 라인과 연결되는 원화들이 적시적소에, 그것도 좋은 질의 인쇄 상태로 배치가 되어 있다는 게 만족스러웠다.  그림이나 미술에 관한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대상이 되는 그림이 없거나 상태가 조악하면 집중도나 만족도가 확 떨어지는데 이 책은 그런 가장 중요한 기본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18000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높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게는 시인으로만 기억되던 로제티가 사실은 나름 의미있는 화가였다는 사실, 이 책의 표지로도 쓰인, 시시때때로 만나던 저 그림이 티솟이란 화가의 연인이었다는 사실 등등 여기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이 쏠쏠하다. 

내용과 상관없이 재미있었던 건 똑같은 그림이 포커스에 따라 얼마나 다르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  벨라스케스가 그린 어린 마리가리타와 시녀들이란 그림은 화가인 벨라스케스가 화면 안에 직접 등장하는 것으로 구구한 해설이 엄청나게 많은 그림이다.  그의 심리라던가 위치 등등...  그런데 여기선 벨라스케스가 아니라 모델인 공주와 그 가족, 주변 인물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해석이 이뤄진다.  이렇게 구구하고 다양한 얘기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소위 명화나 명작이라는 존재의 특권이자 기본 요건일 것이다.

역시 내용과 상관없는 상념 하나.  화가들이란... 예술을 한다는 인종 중에서 가장 자유롭고 인습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족속인 것 같다는 나의 오랜 선입관을 다시금 굳혀주는 산 증거들이 모여있는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자유주의나 낭만적 성향이 강한 것이고... 사회의 언어로 냉정하게 말하자면 무책임한 바람둥이인 것이겠지.  그걸 갈라놓는 세상의 잣대는 그가 창조해낸 예술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바뀌는 거겠고.  걸작을 양산하면 예술혼이자 뮤즈고 아니면 뭣도 없는 놈의 지X발X이나 오입질이자 불륜이 되는 건가? 

어릴 때 읽은 위인전에서 램브란트의 아내로 등장했던 인물이 비혼 관계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하면서 기분이 좀 묘~함.  위인전 작가들은 역사 왜곡을 할 때 아무 거리낌이 없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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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만담 : 아내로부터 살아남는 방법 -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공정할 뻔한 부부생활 지침서
좌백 지음 / 파란미디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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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담.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단어다. 

아직도 정리를 완전히 끝내지 못한 (ㅠ.ㅠ) 내 레코드 컬렉션 중에 1930년대 날리던 만담가의 만담 노래만 모아놓은 판이 있다.  (<-- 당근 라이센스로 재발매된 것. 희귀반 아님.)  그 뒤 안재모가 나왔던 야인 시대에서 신불출이 등장하는 장면 이후로 만담이라는 단어는 최소한 내 주변에서는 사라진 고어였다.  그런데 그게 2006년에 책으로 모아져 나오다니.  어찌 보면 좀 고리타분해 보이는 제목인데 복고적이라 그런지 또 끌리는 매력이 있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좌백과 진산이라는 작가 부부를 중심으로 일상을 그린 만담.  그리고 마지막 챕터는 저자인 좌백이 작가로 살면서 시달리는 마감 얘기며 단상들.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다.

부부 사이의 얘기는 워낙 독특한 커플이다 보니 정말 시트콤 수준.  실제라기 보다는 픽션처럼 느껴지는 말 그대로 코믹 만담이다.   대한민국 1% 미만인 부부라고 할까.  정말 저 둘이 만났기에 살지 둘 다 다른 사람을 만났으면 무리없는 결혼생활은 조금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마지막 챕터인 작가로서 겪는 에피소드들을 보면서는 본인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나름 여유로운 저 바닥이 부럽다는 생각이 솔솔...  다른 바닥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펑크와 여유다.  짤리거나 영원한 은퇴를 결심하지 않고는 2번은 절대 못할 소위 만행 수준이다.  다른 동네, 작가들의 일상을 구경하는 스토커질도 생각지 못한 즐거움이었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구경하는 약간의 관음증적인 충족 + 21세기형 만담을 보는 재미가 어우러진 글.  

동생이 보고나서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좌백이란 남편이 불쌍하다는 코멘트를 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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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의 섹슈얼리티 시공아트 10
에드워드 루시-스미스 / 시공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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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놓기는 꽤 오래 전에 사놓은 책인데 동생이 먼저 읽겠다고 해서 줬다가 어영부영 또 잊어버리고 있었다.  입춘맞이 책장 대정리에서 발견하고 미술책에 필 받은 김에 읽기 시작~

제목 그대로의 책이다.  선사시대부터 고대 그리스, 그리고 르네상스와 고전, 낭만주의 시대를 거쳐 현대의 포스트 모더니즘까지.  서양 미술 안에 드러나 섹슈얼리티의 요소와 그 의미.  그림이 갖고 있는 상징성이며 의미있는 그림과 화가들, 그리고 배경이 되는 신화와 성서에 대한 설명들이 한 흐름으로 잘 이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호흡이 긴 글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지루해질 때도 있지만 원래 목적에서 벗어나거나 쓸데없는 중언부언없이 주제를 끌어 이어내는 힘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화가와 모델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똑같은 그림도 화자에 따라서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도, 또 의미있는 부분으로 맞춰지는 포커스가 달라지는 것은 같은 주제 안에서 다양한 책읽기를 하는 즐거움인 것 같다.

바로 직전에 읽었던 책에 언급됐던 주인공들이, 이제 인물이 아니라, 그 내용과 그림 자체에 집중되어 설명을 듣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랄까.  그러나 그 모델의 이름과 성격, 화가와의 관계를 아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그림의 의미는 에드워드 루시-스미스의 설명에 나만의 양념을 뿌려 먹는 기분이다.   

원제도 번역된 제목과 그대로인데 조금 알딸딸했다면 아주 약간이지만 일본과 인도 미술도 간간히 언급이 되면서 지나갔다는 것.  다른 미술사가였다면 그 정도 집어넣어놓고 세계 미술의 섹슈얼리티라는 제목으로 냈을 확률이 무지~하게 높은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솔직히 호감이다.  그러나 동시에 별 영양가나 의미도 없이 건드리지 말고 그냥 서양 미술에만 완벽하게 집중을 해주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은...

또 하나의 아쉬움은 수록된 그림들의 상당수가 흑백이었다는 것이다.  원판을 본 사람이 이 책의 도판에 흑백은 없었다고 하니  한국에서 번역되는 과정에서 가격대를 낮추기 위한 것인 모양.  마케팅적 고려가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흑백과 컬러의 느낌이나 뉘앙스는 정말 엄청나게 다르다.  가격을 좀 더 올리더라도 미술책은 그 기능에 충실한 기본을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좀 삐딱하지만 역시 누구 아들이 하는 회사에 딱 맞는 짓꺼리 답다는 까칠한 생각도 잠시.  ^^;;;)

그리고 책에 수록된 그림이 소장된 장소라던가 하는 그런 도판 목록을 뒤에 따로 모아놨는데 그림 자체에 집중도를 높이려는 나름의 안배인지 몰라도 그건 좀 아닌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아트북을 보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언젠가 그 그림을 실제로 보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는데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앞뒤로 몇번을 뒤적이며 도판 목록을 찾아보게 될까?   지나치게 자기 편리적인 편집이라는 생각을 했다. 

쓰다보니 이런저런 투덜거림이 많아졌는데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  이 출판사 책은 가능한 구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게 할 정도로 내용이나 제목이 매력적이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별 아쉬움없이 충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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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신개정판 생각나무 ART 7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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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이 책은 미술사의 부스러기 이야기들, 재미있는 파편들을 모은 내용이다.  작가, 작품, 우리 미술, 해외 미술계의 유명한 에피소드, 감상과 우리 미술계에서 있었던 웃지 못할 얘기들이 집합된 읽을거리.  딱 그 수준으로 보면 될듯.

저렇게 카테고리는 잡혀있지만 그 공통적인 색채도 약하고 전체적인 연결성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재미는 있다.  어느 정도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도 있고 선데이 서울이나 여성 중앙 류 수준의 스캔들도 분명 존재는 한다.  하지만 그런 잡지들처럼 읽고 버릴 책은 아니다.  저자의 권유대로 그냥 미술과 한번 잘 놀아봤다는 느낌.

그리고 서구인이 쓴 미술책과 달리 우리 그림과 우리 화가에 대해서도 쏠쏠히 다루고 있어서 그 나름의 즐거움이 크다.  사실 난 이 부분에 가장 점수를 주고 싶다. 

앞서 읽었던 책들에서 받은 여운과 아직 날아가지 않은 지식의 파편들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연관성 있는 주제를 잡으니까 지식이 좀 더 입체적이 된다고 해야할까?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살짝살짝 상충되는 부분들도 있는데 그건 언젠가 제3, 제4의 책을 만나보면 다수결이나 확고한 음성에 의해 정리가 되리라 믿고 있다.

아쉬움이라면 매 내용에서 비중있게 얘기는 하면서 정작 그 그림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는 것이다.  도판 사용허가가 나지 않았다거나 등등 나름의 문제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그림을 말로 상상해야 하는 건 좀 김이 빠졌다.  특히 잘 모르는 그림일 경우에는 그 궁금증이 집중에 방해가 될 정도.

그야말로 영양가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생각지도 않았던 수확이라면 치치올리나와 쿤스의 양육권 다툼의 결과를 이 책에서 알게 됐다는 것.  결국 치치올리나가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긴 모양이다.  -_-;  난잡하고 화끈하게 놀아난 걸로 치면 치치올리나를 능가할 인간이 쿤스인데... 방종의 정도가 압도적으로 차이가 있지 않은 한 아직도 세상은 남자의 손을 들어준다는 현실을 재확인하는게 좀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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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의 맛있는 유혹 접시 위에 놓인 이야기 1
루트 봄보쉬 지음, 안영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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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가 얇아서 금방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는데 2000년에 나온 책이라 그런지 요즘 책보다 활자가 확실히 작다.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의 230페이지지만 요즘 나오는 식으로 간격 충분히 떼고 어쩌고 하면 300페이지는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  책 내용과 상관없이 얘기가 좀 튀는 것 같지만 이런 걸 보면 요즘 한국에서 나오는 책들은 종이과 공간 낭비가 너무 심한듯.  물자 절약 차원에서 좀 작고 알차게 내는 방향으로 가주면 좋으련만 날이 갈수록 글자도 책도 커진다.  -_-;

본론으로 돌아와서 책 얘기를 하자면 카사노바의 편력에서 작가가 얘기하고픈 요리를 선택해 일부를 따내어 요리와 연관켜서 조각조각을 맞춰놓은 내용.  하나의 연애 행각과 그의 유혹이나 겪은 에피소드에 사용되었던 요리가 연결이 되어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요리법이 재료와 함께 간단하게 나와 있는데 작가는 그걸 보고 시도를 해보라고 했지만 음식을 좀 만들어본 입장에서 볼 때 그것만으로 요리하기엔 좀 많은 상상력과 경험이 필요할듯.  생략이 너무 많이 되어 있는 레시피다.  

내용은 카사노바란 인간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다.  그 유명한 엽색 행각에 묻힌 그의 지식과 인문학적 수준, 세련됨, 그리고 상류사회에 편입되기 위한 노력과 실패 등등.  좀 더 자세한 텍스트로 세밀하게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한다고 할까.  

이 말은 카사노바에 대해 자세한 지식과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은 다른 책을 선택해서 봐야 한다는 소리다.  그렇지만 그의 행적을 조사하고픈 특별한 열정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 듯.

절대주의 왕정 시대의 사치스런 요리와 더불어 희대의 사기꾼 생 제르맹 후작을 비롯해 카사노바가 만났던 유명한 인물들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도 나름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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