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된 기업가들 타이쿤
찰스 R. 모리스 지음, 강대은 옮김 / 황금나침반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일단 제목이 끌리고 카네기, 록펠러, 모건, 굴드 (<-- 이분은 뉘신지 몰랐음) 라는 눈에 익은 이름들이 보이는데다 무슨 이벤트니 어쩌니 해서 책값이 잠깐 싸게 내려가 있었다.  몇번 망설이다가 결국 마지막 조건에 낚여서 구입.

가볍게 읽으려고 시작했지만 어라~ 만만치가 않다. 

내가 예상했던 건 인간의 역사 중에서 가장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었던 19세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살면서 거대한 부를 쌓았던 이 네 인물의 평전이었다.  더불어 당시 사회상과 얽히고 설킨 부의 계보를 알 수 있을거라는 기대도 했고. 한마디로 어릴 때 읽던 위인전의 성인용 업그레이드판을 생각하고 덤볐다.

하지만 표지 디자인이나 제목 또 입맛 끌리는 선전문구와 달리 이 네 명에 대한 달달한 기록이 아니다.  이 넷을 중심에 놓고 20세기 초반까지 미국 기업사와 그 역동적이면서 치졸한 이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가볍게 읽어나가기 힘든 -이건 경제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한 내 관점일 수도 있다- 용어와 숫자들이 쫌 등장하고 경제 이론적인 부분들, 또 자본주의의 모습에 대한 성찰까지도 독자에게 요구하는 면이 있다.  <-- 이 부분은 작가의 의도라기 보다는 내용에서 파생되는 곁다리적인 독자의 감상일 수 있겠음.

제이 굴드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모르던 사람이니 그에 대해선 접어두고, 나머지 세명의 인물을 두고 감상을 좁히자면 모건은 예상대로. 록펠러도 어느 정도는 짐작대로. 카네기는 충격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위인전에서의 엄청난 미화와 또 뉴욕에 남아있는, 음악도들에게 서보고 싶은 꿈의 장소인, 카네기 홀이 주는 후광이 성인이 된 뒤에서 많이 남아있었는지 성인이 된 이후 주워들은 그의 악덕에도 불구하고 좋은 느낌이 많이 남아있었나보다.   극강의 그 쥐어짜기에 노조탄압, 두 얼굴에 쇼크만발. 공산당식으로 표현하자면 한마디로 악덕 자본가의 대명사.  -_-;

미국의 자본주의에 대한 인상은... 그렇게 엄청난 모순을 눈앞에서 보고 체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원낭비적인 그 성향에서 절대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역시 작은 충격.  자본주의에 대해서, 또 미국의 성장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무거운 성찰이랄까 결론은... 거대한 경제침체와 공황은 항상 전쟁을 통해 극복이 됐지 자본주의 자체의 노력으로는 구제가 되지 않은 것 같다.   공산주의는 이미 실패로 판명이 났고... 자본주의는 정기적으로 전쟁을 먹으면서 연명해나가는 괴물이 되는 건가?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제 상황 - 닥터 헨리의 법의학 사건 파일
헨리 C.리.토마스 W.오닐 지음, 정영문 옮김 / 북앳북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이런 류의 책을 잘못 고르면 3류 미스테리 소설처럼 재미도 없는데다 내용까지 허술한 경우가 많아서 상당히 조심스러운데 이 책은 법의학으로 유무죄가 가려진 사건의 케이스를 아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런 건조함 때문에 강렬한 드라마를 요구하는 독자들에게는 혹평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내게 이 책을 사도록 만든 리뷰를 보고 했다.  그 리뷰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으로 조목조목 짚었던 내용들은 정작 내가 원하는 부분이었으니까.   그래서 Thanks to를 주저없이 날려주고 구입. ^^

원제는 Cracking Case 로 2002년에 출판됐지만 이 책에 인용된 사례들은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있었던 일들이다.  10년 이상이 흘렀으니 그 이후 법의학쪽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으리라는 짐작은 당연히 할 수 있을 것이고 가장 최신의 현대 법의학이 어디까지 와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아보려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내용은 간단하다.  닥터 헨리라는 대만 출신으로 미국에 이민 가서 자리잡은 법의학자가 자신이 관여했던 살인사건 케이스 중에서 대표적인 것 5개를 추려서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써놨다.  사건의 내용과 교묘하게 은폐하려고 했지만 남은 증거로 인해서 사실이 파헤쳐지는 과정을 서술하고 (각 사건의 앞뒤 정황과 부부관계, 이웃간의 관계를 보면 픽션은 절대 논픽션의 드라마틱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됨) 거기에 사용된 법의학적인 지식과 내용들을 마지막으로 정리해주는 형식이다.

이 책의 저자도 인정하지만 법의학과 과학인 모든 걸 밝혀주지는 않는다.  실제로 과학적으로 배심원들을 납득시키는데 성공해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끝끝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살인자도 있고, 헨리 박사가 피의자 편에서 진술했던 O.J 심슨의 경우는 그는 무죄로 풀려났지만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 이 부분에서 닥터 헨리는 초기에 사건 현장의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누이 강조를 하고 있다.  다른 케이스 정도로만 보존이 됐어도 길게 끌 것 없이 범인이 단번에 가려졌을 거라는 아쉬움을 표명.

범죄를 가리는 법의학에 대한 조금은 뒤쳐진 감이 있는 지식을 얻는 동시에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아주 건조하게 사실을 기술하고 있는데도 피와 살인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스릴러보다 오히려 더 오싹하게 하는 면이 있다고 할까.   안락하고 평온한 꿈자리와 인간 -특히 배우자-에 대한 신뢰를 키우는 데는 결코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다.

아주 깔끔하고 간결하기 읽기 좋은 번역이라 번역자의 경력을 찾아보는 수고를 했는데 소설가였다.  소설가라면 오히려 화려하고 문학적인 묘사를 하고 싶은 충동이 강했을 텐데... 읽는 입장에서는 그 유혹을 자제해준  걸 감사한다. 

근데 이 책으로 삘을 받아서 법의학 관련 서적에 대한 유혹이 밀려오고 있음.  =.=   리스트를 한번 뽑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지음, 권영주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9월인가부터 잡고 있던 책을 이제야 끝을 냈다.  내용도 재미있고 번역도 잘 되어서 읽기 좋은 책인데 문제는 신국판 정도 사이즈에다가 하드커버 양장본이라 만만찮은 두께와 무게를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책은 주로 갖고 다니면서 읽는 내 독서 습관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  끝내고 나니 속이 후련. 자투리로 남은 책 끝내기 주간으로 책정한 이번 주에 읽어나간 책 중에서 가장 실한 성과 중 하나이지 싶음. 

내용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대표작들과 일본 고전 '겐지 이야기'를 영어로 번역한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라는 미국 학자의 자서전이다.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왜 일본 문학을 하게 되었는지. 일본에서의 생활과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과 문인들,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의 생활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시간 순으로 더불어 사건 순으로 세분화되어서 찾아읽기도 쉽다. 

자서전이니 당연하겠지만 이 책에는 작가의 일본관, 동양관이 거의 거세되지 않고 드러나있다.  작가 나름으로는 많이 정제하고 또 편집자를 통해서 정리가 됐겠지만 미국 우월주의와 정복자이자 1등시민 미국인으로서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즐겼던 지위와 생활에 대한 아련한 향수랄까 그리움이 많이 묻어나서 가끔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할 것 같다.

책 말미에 번역자는 사이덴스티커의 백인 우월주의와 자국의 법은 무서워하면서 동양에서는 상당한 탈법을 저지르고 (반출 금지된 한국 도자기를 외교 루트를 통해 몰래 빼내가는) 그걸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거부감을 표시한다. 

이 내용은 읽는 사람이 어느 국적을 갖고 있냐에 따라서 사이덴스티커에 대한 생각이나 평가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양국민 모두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느 정도 유사성을 지닌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고 또 애증이 섞인 사이인 한국인의 시각에서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뻔한 단어로 다음 문장을 시작해야할 것 같다.

이 사람이 좀 고급으로 놀았다 뿐이지 우리가 흰눈으로 보는 한국서 천국을 만끽하는 독신 외국인 남성들의 그런 삶을 일본에서 즐겼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분명히 했다.  

사이덴스티커가 아니더라도 가와바타 야스나리며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이나 겐지 이야기를 번역해줄 사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일본 문화를 이해하고 저자와 교류하면서 꼼꼼하게 수준 있는 번역을 해내는 게 그 세대에 가능했을까라고 묻는다면?   그리고 어느 정도 상업성을 가진 기획과 연출이 가능한 번역자를 찾는다면 더 범위가 좁아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나치게 노벨상에 목을 매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고 감흥없이 바라보는 입장인데 소개해볼만한 작품이 양질의 번역과 제대로 된 기획으로 해외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 좋겠다는 바램을 이 사람의 자서전을 보면서 갖게 된다.

본래 책 뒤나 혹은 앞에 번역자며 이런저런 사람들이 달라붙어 이런저런 소리를 길게 늘어놓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의 말미에 편집자가 쓴 장문의 후기는 사족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내용이었다.  

번역자는 몰라도 편집자가 책에 직접 글을 남기는 건 드문 일인데...  책의 주제 때문인지 여러가지로 재밌는 기획들을 한 모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시대의 소설가 박완서를 찾아서
박완서 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1992년에 나온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 박완서 문학 앨범의 개정판이다.  앞서의 책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자료 확보의 차원에서 급히 쑤셔넣기 독서.  전권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지만 그 이후 덧대어진 10여년의 세월에 걸맞는 추가된 이야기들이 반복이 주는 지리함을 덜어준다. 

박완서 문학앨범이 작가 자신, 딸, 권명민이라는 평론가 세 사람의 시각이 모인 책이라면 이 책은 그 이후 더해진 맏딸의 추가된 어머니에 대한 감상, 그리고 친분이 있는 김영현 작가와 권명아 평론가의 작가론이 더해진 좀 더 두툼해진 개정판. 

앞서의 초판본에는 작가가 고른 '그 가을의 사흘동안' 과 '저문 날의 삽화 5'라는 두 단편이 있었는데 이 개정판에는 '해산 바가지'와 '여덟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이라는 단편이 들어가 있다. 

개인적인 선호도는 초판본에 실린 이야기지만 70-80년대 중산층 여성들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 들었던 작가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건 개정판에 실린 해산바가지일지 모르겠다.  지금도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옅어졌다고 모두가 인정하는 남아 선호가 불과 10여년, 20여년 전에 저렇게 무시무시하게 꿈틀거렸다는 사실이, 그 문제를 다룬 어떤 다큐멘터리나 르뽀 기사보다 더 몸서리치게 다가온다. 

다행히 내 어머니는 딸 아들 차별이 없었다.  아마 그래서 내가 박완서 작가의 꿈꾸는 인큐베이터를  처음 읽었을 때 충격을 아직도 기억하고 이 해산바가지에 또 다시 충격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더불어 내가 그 질긴 줄기에서 자유로워진 세대라는 것에 감사를 하게 된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딱 하나만 낳는다면 난 주저없이 여자아이를 선택할 거고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아들 없음에 대해 비관하는 내 또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어릴 때 태아감별을 놓고 떠들썩했던 기억이 남아있고 아들에 대한 절대적인 선호는 내 주변에 확실히 살아 있기는 했다.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이 책은 전 문학앨범보다 좀 더 개인적으로 다가온다.  그건 또 다른 단편 여덟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이전 책이 그랬던 것처럼 작가의 작품 뿐 아니라 개인사와 그 뒷 배경에도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좋은 호기심 충족의 장도 될 듯.

그런데.. 내용도 더 많아지고 사진 배치고 더 공을 들인 티가 낢에도 불구하고 제목은 영... 뭔가 문학적인 향기가 폴폴 풍기던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 박완서 문학앨범'과 달리 이번 제목은 너무 삭막하달까...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완서 문학앨범 -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 웅진문학앨범 2
박완서 외 / 웅진지식하우스 / 199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웅진문학앨범 시리즈 중 하나.  지금 하는 일 때문에 열심히 읽고 있는 책 중에 하나다.  내가 읽은 많은 책들이 그렇듯 일이 아니라면 아마 잡지 않았을 책 중 하나.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것처럼 내 취향밖의 글을 강제적(?)이나마 붙잡아 읽게 된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음.

제목 그대로 박완서라는 작가에 대한 집중 조명이다.  작가의 맏딸이 바라본 어머니의 모습. 작가 자신이 바라본 자신의 문학 세계와 개인적인 이야기들.  평론가가 작품과 친분을 통해 바라본 작가의 모습을 각각 다른 시선에서 교차해 그리고 있다. 

작가 자신을 포함한 세명의 필자가 한명을 조명하기 때문에 당연히 겹쳐지는 부분도 있지만 잘 찾아보기 힘든 뒷면이나 옆면의 모습이 드러난다.  작가에게 묻고 싶지만 물을 수 없었던 개인사와 일반 독자들이 잘 알 수 없었던 파편들이 큰 덩어리로 있기 때문에 관음증적인 호기심이 충족되는 부분들이 또 다른 만족감을 준다.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조명한 박완서라는 작가에 대한 평가는 굳이 박완서의 팬이 아니더라도 공감을 갖게 하는 따뜻함이 있다.  지나친 치장과 화장을 느꼈다면 그 느낌이 반감됐을 테지만 미화를 억제하려는 노력과 진실이 보였기에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곳에서 잘 찾아보기 힘든 풍부한 사진 자료들에서 만족감을 느꼈다.  이 책 한권이 박완서라는 작가의 모든 걸 다 표현하는 건 아니겠지만 후세의 누군가가 그녀를 연구할 때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다.  

꼼꼼하게 잘 만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