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으로 읽는 중국 역사
이은상 지음 / 시공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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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기 시작했다가 책장 정리하면서 등뒤에 있는 책꽂이에 꽂아놓고 아예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책이다.  ^^;  얼마 전에 책장들 뒤집으면서 다시 찾아내서 미용실 간 김에 앉아서 깔끔하게 마쳤다.

제목도 굉장히 땡기고 평도 좋아서 가능하면 이 출판사 책은 구입하지 않는다는 원칙마저도 포기하고 구입한 건데 일단 돈을 제대로 써서 만든 느낌이 난다. 

제목에 '그림'을 넣어놓고 그림이 적거나 흑백으로 하면 뭔가 사기당한 것 같은 굉장히 껄쩍지근한 느낌을 갖게 되는데 풍부한 도판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보는 즐거움이 가득이다.  시도 번역이 되어 있어서 대충 무슨 내용인지 감을 잡게 해주는 것도 또 다양한 예문은 저자의 풍부한 상식과 공력을 보여줘서 풍성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제목 마지막에 붙인 '역사'라는 단어를 충족시키기에는 내용의 흐림이랄까, 그 중심 줄기가 약해서 산만하다는 느낌이다.  제목과 완전히 동떨어졌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시와 그림을 통해 중국 역사에 대한 가닥이 잡히냐, 그건 아니다.  

유명한 그림과 대표적인 시인들의 시를 통해 중국 역사의 단편을 시대순으로 짤막짤막하게 맛보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매 챕터 제일 앞에 왕조의 지도와 주요 연표를 짧게나마 배치한 건 좋은 아이디어였다.  

다만 여기에 좀 심한 딴지를 좀 걸자면 , 나처럼 무식한 독자를 위해 중국어 발음으로 표기한 지명 옆에 한자라도 좀 붙여주는 친절함을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북경, 남경이나 항주, 소주, 개봉, 낙양 같이 아주 유명한 곳을 제외하고는 지도를 보면서 저기가 어디인가?를 고민하는 게 슬펐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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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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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부터 언론에서 간간히 언급된 법무법인 (이 아니라고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으로 후진적인 한국에서 법률시장 개방이 됐을 때 그나마 토종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지켜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진적인 법률 사무소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물론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국가적인 뻘짓과 재벌 비리에 빠짐없이 등장한 덕분에 그 이미지는 희석이 됐지만 이 정도까지인줄은 정말로 몰랐었다.  직업상이긴 하지만 그나마 사회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갖고 뉴스의 행간과이면을 열심히 보는 편에 속하는 내가 이 정도면 무관심하거나 90년대의 세뇌에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일지 솔직히 두렵다.

이 책은 임종인이라는 국회의원과 외환카드 노조위원장을 하다 해고된 장화식이라는 두 저자가 함께 나서서 김앤장의 실체를 장님 코끼리 더듬기로나마 밝히려고 노력한 리포트이다.  책이 발간된 시기와 이름을 올린 두 저자의 면면을 볼 때 상당히 의도가 보이는 기획이긴 하지만 누구한테 해끼치는 것도 아니니 그걸로 트집 잡을 의사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의도가 있더라도 이런 기획을 해서 이 정도나마 파헤쳐준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고 싶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고 계란으로 바위를 계속 칠 의사가 있다면 꼭 뜻을 이루면 좋겠다는 응원의 심정까지 생기고 있다. 

철저하게 감춰진 그 지독한 철의 삼각지대를 이루는 커넥션에 대해 이들은 최소한의 윤곽선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아마 법률적인 검토를 면밀하게 거쳐서 초고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은 다 제거를 한 결과가 이 책일 것이다.  그럼에도 평균적인 한국인이라면 분개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고 하면 대충 책 소개는 끝난 듯.

근데 책을 읽으면서 내게 던지는 의문 하나. 이렇게 분노를 하면서도 내가 만약 이 커넥션에 속할 정도로 능력이 있고 영향력이 있었다면 억대 월급이나 대접을 거부하고 독야청청할 수 있었겠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NO를 외치지는 못하겠다.  억대 월급과 대접은 거부했을 지 몰라도 선배 혹은 상사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못했을 테고 그러다보니 결국 한발한발 같은 수렁에 빠져들었겠지.  탐관오리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이 커넥션에 속한 상당수는 그렇게 시작을 하면서 인간의 뇌가 가진 탁월한 자기 최면 능력으로 자기 방어기제를 완벽하게 갖추면서 행복해졌겠지.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준비하지 않는 한 김앤장과 연관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리가 없겠지만 읽으면서 '니들은 안 그럴 것 같냐. 모자란 것들이 부러워서 지X들이지' 라고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자정은 불가능이고 문제는 국가 시스템의 개편인데 이번 정권에서 과연?  차라리 고양이 머리에 뿔나길 기다리는 게 빠를텐데 그 비웃음을 사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뭘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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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 2008-03-11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법률사무소 김앤장』 저자 간담회가 3월 15일(토요일) 오후 2시 서교동에서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블로그에 들려서 신청해주세요. 광고성 댓글을 남겨서 죄송합니다.

http://blog.naver.com/humanitas1/30028666122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 - 한일 법의학자가 말하는 죽음과 주검에 관한 이야기
우에노 마사히코.문국진 지음, 문태영 옮김 / 해바라기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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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보관함에 넣고 눈독만 들이다가 최근에 구입을 했는데 딱딱할 것 같다는 선입견과 달리 굉장히 술술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내용이 없어 허무한 그런 책도 아니었고.  대화체가 갖는 말랑말랑함에 얹혀 살벌하고 딱딱할 수 있는 법의학이 쉽고 재미있게 전달이 됐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책을 기획할 때 내용과 함께 그 전달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음.

내용은 한국 법의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문국진 박사와 일본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우에노 마사히코라는 두 법의학자가 사흘에 걸쳐 나눈 대화 내용이다.  둘의 전공이 법의학인 만큼 대화는 검시와 부검에 얽힌 각자의 경험이 다양한 주제에 따라 나눠지는데 시체와 부검에서 보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의 차이나 범죄의 모습 등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한국과 일본에서 달리 쓰이는 시체와 사체라는 의미에 대해 대화한 부분을 다 읽고서야 이 책의 제목이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 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릴 정도로 난 둔한 독자였다.  ^^;  그 차이가 무엇인지는 책에 있으니 생략하고...

가벼운 대화 형식이지만 법의학에 대한 쓸만하고 쏠쏠한 지식을 얻어내는데는 부족함이 없었음.  케이스 위주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아주 오래 전 만화로 보면서 정말 대단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던 내용이 여기에 법의학 케이스로 소개된 것을 보면서 역시 그랬구나 하기도 했고.  단순한 흥미로 읽어도 괜찮지만 이런 배경으로 뭔가를 창작하려는 사람에게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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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연대기 3 - 호수의 기사 란슬롯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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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의 주인공은 아더왕 이야기에서 가장 인기도 많고 말도 많은 히어로인지 안티 히어로인지 구분하기 힘든 호수의 기사 란슬롯이다.

아버지의 왕국이 멸망하고 아기 때 멀린의 아내이자 제자인 호수의 부인 비비안의 손에 성장하고 기사로서 인정받기 위한 모험길에 오른다.  만약 기네비어를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원탁의 기사들처럼 모험을 즐기다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결혼하는 평온한 인생을 살 수 있었겠지만 아더왕 신화에 남은 진한 켈트의 전승은 여신 기네비어에게 새로운 남성을 요구하고 늙어가는 아더를 대체할 영웅은 란슬롯의 차지가 된다. 

사실 이런 치정(?) 비극이 없다면 아더의 이야기가 갖는 생동감이나 복잡미묘한 비극성이 훨씬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도덕적인 잣대를 대자면 은혜도 모르는 나쁜 x인 란슬롯과 간음으로 모든 비극을 만단 기네비어가 매력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이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건 나중에 펼쳐질 얘기고 이번 편에서는 란슬롯의 성장과 기네비어와의 사랑, 그리고 그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주인공이 될 란슬롯의 아들, 천상의 기사 갈라하드의 잉태가 3부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겠다.

란슬롯을 나몰래 사모하고 탐내는 모르간의 음모를 앞두고 3부가 끝났는데 4부가 엄청 기대된다는 얘기도 써놔야겠다.  어릴 때 짤막짤막한 부분이나 한권으로 축약된 동화에서 느꼈던 갈증을 성인이 되서 충족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엄청 뿌듯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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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음악, 나치 음악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82
이경분 지음 / 책세상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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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쪽 내외의 얇은 책이라 가벼운 소일거리로 잡았는데 쉽게 읽히는 동시에 내용이 굉장히 알차서 즐거운 독서였다.

히틀러 집권을 전후해서 독일을 떠나 프랑스, 미국으로 떠난 음악가들과 작곡가들에게 대한 단편적인 정보는 갖고 있었지만 이렇게 체계적으로 그들의 망명 계기와 성향을 조목조목 정리해놓은 책은 처음이었다.

더불어 독일에 남은 음악가들에 대한 정보과 그들의 활동에 대한 건 푸르트뱅글러와 카라얀에 대한 단편적인 편린을 제외하고 거의 알지 못했던 내게는 거의 획기적인 내용이었다고 하겠다.  특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베베른, 칼 오르프의 행적.  슈트라우스와 얽혀 안익태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진행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했고. 

가장 비극적인 것은 나치 수용소의 음악가들에 대한 부분이었다.  가혹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사라진 음악가들의 그 수용소 안에서의 음악활동에 관한 부분은 사적인 감정을 제외한 담담한 사실 위주로 기술이 되어 있음에도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수용소에서 작곡했던 메시앙의 4중주곡이 떠오르고 듣고 싶어지게 했다고나 할까...

한정된 분량 안에서 어쩌면 이렇게 꼼꼼하고 다양한 정보를 난잡하지 않게 전달하고 있는가에 대해 가장 감탄한 부분은 마지막 챕터인 전후 독일 음악가의 과거 청산 부분이다.  일본과 달리 독일은 2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에 대한 처리와 과거 청산이 잘 되어 있는 곳으로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음악계를 들춰보면 그게 얼마나 조직적으로 잘 정리된 환상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전후 독일, 특히 서독에 대한 미국의 전후 관리 부분은 지명과 등장인물의 이름만 바꾸면 해방 이후 한국에 그대로 대입된다.   나치의 스타였던 가장 정점의 인물들은 사형당했지만 그 아래 실무진들은 대부분 면책되어 효과적인 통치 시스템 안으로 흡수됐고 그것은 예술계에도 어김없이 적용이 되어 버렸다.  

'가해자는 존경받고 희생자는 살아남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 이 시대 독일이었고 존경받는 가해자들의 침묵과 응집으로 과거는 가능한 묻히고 불문에 붙여지다가 제대로 된 연구가 시작된 건 90년대 부터라고 한다.   그건 바로 우리 얘기이기도 한데... 그들은 그나마 90년대부터 이렇게 제대로 된 과거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그나마 시작되던 청산 움직임이 정권이 바뀌면서 또 암흑 속으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니... 갑갑하다.

얘기가 옆으로 많이 했는데 기대 밖의 정말 좋은 글을 읽었고 이 분야에 대한 좀 더 심도 깊은 연구 결과가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  학교 다닐 때였다면 이경분 교수의 강의를 신청하던가 청강이라도 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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