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중국 문명사 - 잡종문화 중국 읽기
장징 지음, 이용주 옮김 / 이학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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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愛の中國文明史 로 1997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장징은 일본에 거주하는 중국인 교수로 중국 문화를 굉장히 읽기 쉽고 맛있게 요리해서 선보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그 대상이 일본독자들이기 때문에 글 전체에서 자연스럽게 일본 문화와 중국 문화의 비교가 이뤄지는 것도 그의 글쓰기의 특징이다. 

책 전체에 대한 느낌이 너무 길어졌는데 내용은 중국인의 연애와 결혼을 시대순으로 또 테마별로 소개한 거라고 보면 된다.  사서와 같은 공식적인 기록, 어떤 기록보다도 더 그 시대와 사회를 보여주는 문학과 야사 등을 폭넓게 활용해서 중국인들의 결혼과 연애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이 내용 자체들도 소소하니 재미있지만 가장 인상 깊은 건 저자의 역사관이랄까 민족관이다. 해외에 거주하면서 해외 독자들을 대상으로 중국을 소개하는 글을 쓰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성향 자체가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극렬한 국수주의자나 민족주의자, 혹은 중화주의자가 본다면 매국노라고 펄펄 뛰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면이 강하다. 

일본의 만세일계, 우리의 단일민족 신화 만큼이나 단단하고 절대불가침인 중국의 한족 신화와 중화주의를 그는 주변민족과 부단한 수혈과 교류를 통해 계속 변화하고 영향력을 교환한 것으로 규정짓는다.  중국인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기록이나 사료를 통해 자국의 오류를 짚어내는 걸 보면 역사를 쓰는 사람은 때론 자기 문화 밖에서 조국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게 필수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재 중국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겠지만.
 
그의 논리 전개를 보면서 우리도 좀 더 우리 역사를 유연하게 바라보고 재점검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요즘 그 쌍라이트인지 뉴라이타인지 하는 요상한 단체들의 민족 부정의 논리는 열외로.  아무리 열린 마음을 갖고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보려고 해도 숨 넘어가기 직전인 나라를 일본님께서 접수해주셔서 근대화가 시작됐고 일본이 물러가고 다시 망하게 생긴 걸 미국님이 살려주셨다는 논리는 내 협소한 아량과 무식한 머리로는 접수가 불가능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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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연대기 8 - 아더 왕의 죽음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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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Le Cycle du Graal: La Mort du Roi Arthur tome 8 로 1996년에 발간된 책이다.  한국에선 2005년에 나왔는데 그때 발간 기념으로 할인이며 이런저런 이벤트를 하던 때에 샀으니 대충 3년 여를 묵히다가 드디어 끝을 낸 셈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더 오래된 책도 안 읽은 게 있으니 그럭저럭 선방.  ^^;

7권을 끝내면서 예정된 파국을 구경하는 8권을 시작하려니 기분이 좀 그렇다고 했는데 읽는 중간에는 열을 좀 내면서 보긴 했지만 다 읽고 난 소감은 비극만의 카타르시스라는 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만약 아더왕이 그런 비극이나 배신 없이 태평성대를 누리다가 편히 죽었더라~로 끝났다면 이렇게 오랜 생명력을 갖고 중세를 대표하는 텍스트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아발론 연대기는 약간의 오픈 엔딩 + 채워지지 않은 원을 남기고 있기에 그 여운으로 전설이 되었을 거란 생각을 8권을 덮으면서 했다.

서설이 엄청 길었는데 8권 내용의 전반부는 일종의 독립된 이야기로 더 널리 알려진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얘기를 비롯해서 성배에 집중되어 뜸해졌던 기사들의 모험담들이 차지하고 있다.  동화나 오페라 등등에서 만나던 옛날 이야기들을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음.

그리고 기네비어와 란슬롯의 오랜 부정이랄까... 금지된 애정 행각이 드러나는 것까지는 현대인의 논리로 충분히 이해되는 구성인데 그 이후부터 등장 인물들의 행동이며 심리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간다.  뭐 낀 놈이 성낸다고 어쩌고 저쩌고 온갖 변명을 갖다 붙여도 기네비어와 란슬롯은 분명 불륜이고 그 자체는 당시 시대의 잣대에선 죽을 죄고 현대로 와도 칭찬받을 관계는 아니다.  그런데 그걸 세상에 드러내도록 만든 인간들은 죽일 놈이 되고 란슬롯과 그의 일가 친척인 기사들은 오히려 복수심에 불타는 그런 묘한 전개라니.

아발론 연대기가 중세에 배경을 두고 있지만 그 뿌리는 캘트의 여신 신화의 기독교적인 변형이라는 걸 감안하고  해석을 가하면서 읽어야지 현대인의 사고 구조로서 란슬롯과 기네비어의 논리는 이해 불가능이다.  본인이 스스로 엄청 도덕적이거나 진중권 스타일의 논리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8권 중반부는 살짝 피해줌이 현명할지도. ^^;  디-워를 뛰어넘는 논리 무시의 절정이랄까.

가웨인을 란슬롯보다 더 좋아하기 때문에 둘의 대결에서 란슬롯이 이기고 가웨인이 죽은 건 엄청 분노.  만약 내가 이 세계관을 배경으로 뭔가 글을 쓰게 된다면 란슬롯을 모티브로 한 인간은 반드시 패배시킬 것이다. ㅎㅎ;   개인적으로 볼 때도 란슬롯 같은 스타일의 남자는 영....  -_-;;;

아더왕의 등장 때부터 뭔가 엄청난 일을 일으킬 것처럼 복선이 깔리고 묘사됐던 모드레드는 마지막에 진짜 큰 일을 치고 왕국을 무너뜨리는 본인의 역할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그동안 깔린 복선에 비해서 좀 약했다.  최후의 악당으로서 적합한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음.

전에도 썼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만큼 각주를 보는 즐거움을 보는 책은 아직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 것 같다.  숨은 뜻은 고사하고 단어나 문장을 옮기기에도 능력 딸리는 번역자가  아니라 풍부한 배경 지식을 갖고 있는 적절한 번역자를 선택해줬다는 걸 출판사에 감사하고 싶다.

진짜 오랜만에 단편적인 모음이나 남의 시각에서 편집된 (물론 이 아발론 연대기도 수많은 이본과 판본을 저자가 편집한 것이긴 하다) 다이제스트본이 아니라 큰 덩어리를 읽어냈다는 것이 스스로 뿌듯하다.  독서를 계속하게 하는 힘중에 자기 만족과 과시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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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아줌마 꼬물댁의 후다닥 아이밥상 + 간식
임미현 지음 / 미디어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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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지른 요리책 세권 중 마지막 하나로 이게 간만에 건진 대박이다. 

제목은 아이밥상이지만 아이들만 먹을 수 있는 그런 종류가 아니라 여기 나온 음식은 어른들도 모두 즐겨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구하기 힘들거나 거의 쓰지 않는 재료가 아니라 그냥 밥을 해먹는 일반 가정집에는 다 있는 기본 양념들로 맛을 낼 수 있는데 그게 아주 간단하면서도 은근히 특이하고 폼이 난다. 

흔히 먹는 삼겹살이나 돼지고기를 된장이나 간장을 이용해 전혀 다른 스타일로 요리해내고 귀찮게 튀겨내야하는 마탕 같은 요리도 오븐을 이용해 기름을 쓰지 않게 하는 등 아이디어가 굉장히 참신하면서 또 건강에 좋은 조리법들이라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아이들을 주 타겟으로 하다보니 매운 음식들이 배제되어 있고 매운 음식을 순하게 변형한 것도 많다다.  매운 걸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것도 장점이 되지 싶다. 

양념이나 다른 복잡한 향신료의 추가 구입 없이 흔한 재료로 간단하게, 그러면서도 특이한 걸 만들어낼 수 있는 요리책을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  제목 그대로 대부분이 '후다닥' 해낼 수 있는 반찬과 음식들이지만 몇몇가지는 손님상에 올려도 과히 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보여주기 위한 음삭이 아니라 매일 매일 오늘 반찬을 뭘 할까 고민하고 직접 살림을 하는 사람이 쓴 책이라 진짜 실용적임.  보통 한 요리책에서 4-5가지 레시피만 건져도 엄청 성공한 걸로 치는데 이 책은 그 이상을 충분히 건질 것 같아 아주 만족. 

돈 주고 산 책에 대해서 상당히 까탈을 떨고 특히 실용서적은 더 심하게 챙기는데 이 책은 누구에게 선물을 해도 정말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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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사랑이다
용동희 지음 / 위즈온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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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동생이 이번에 지른 요리책 컬렉션 중 하나로 이번에 산  세권을 상중하로 나눈다면 중에 속하는 책. 

저자가 푸드 스타일리스트라 그런지 확실히 화려하고 눈요기거리가 많다.  이런 손이 많이 가는 아기자기한 상차림과 시각적인 맛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아이디어 제공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나처럼 가능한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그럴듯한 한접시 내지 한상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한 끼를 위해 투자할 시간이 너무 많이 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모드 그런 건 아니지만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혼자 먹는 한 끼 내지 간단한 가족상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손님이 오거나 특별한 날을 위한 요리에 적합하다.  물론 아주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음식이나 챕터마다 써있는 저자의 개인 삶이나 생각의 단상을 적은 노트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요리 에세이가 아닌 이상 요리책이라는 본연에 충실해 좀 더 자세한 설명과 과정샷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결론을 정리하자면, 최소한의 요리 기초와 상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취향에 따라 유용할 수 있겠지만 초보자는 트랜드를 보는 눈요기 이상을 기대하면 좀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세세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초보자가 이 책만 펼쳐놓고 음식을 따라 만드는 건 몇가지 예외적인 레시피를 빼놓고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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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연대기 7 - 갈라하드와 어부왕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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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Le Cycle du Graal: Galaad et le Roi Pecheur tome 7. 드디어 여기서 갈라하드가 등장해 길고 긴 어부왕의 고통을 끝내고 성배 탐험의 모험이 완성된다.

갈라하드가 성배를 찾고 어부왕을 구할 기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세세한 모험의 과정은 몰랐었기 때문에 이번 편의 과정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특히 갈라하드와 함께 모험을 완성하는 기사 중 하나가 퍼시발이었던 건 예상했지만 나머지 하나가 보호트라는 것은 진짜로 예외였음.  가웨인이나 다른 기사가 아닐까 했는데 그다지 존재감 없었던 보호트라니.... 

대책없이 싸우고 보고 또 예쁜 여자가 나타나면 뇌의 활동이 완전히 정지해버리는 대부분의 원탁의 기사들에 비해 일찌감치 개심해 금욕적인 태도로 모험을 쫓아간 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반대로 보호트를 그 모험에 적절하게 끼워넣기 위한 저자들의 장치겠구나라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근육과 힘으로만 채워진 원탁의 기사들에게 비호감이었는데 이번 갈라하드 편을 보면서 그래도 난 영적인 존재보다는 육적인 존재에 더 호감을 갖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ㅎㅎ;  뭐랄까... 갈라하드라는 인물은 천신의 육화된 모습 내지 좀 비현설적인 성스러움으로 뭉쳐진 그런 잡히지 않는 존재로 인간적인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그래서 -마리아를 원죄없이 태어나게 하는 준비를 갖춘 뒤 예수가 탄생한 것처럼- 갈라하드의 탄생과 그를 맞이하는 과정에 그렇게 많은 준비와 안배가 있었으리라는 짐작을 해본다.

수많은 이본들이 있는 성배탐색의 이야기들을 모아 큰 줄기를 엮어낸 저자 장 마르칼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보낸다.  그리고 역주를 읽는 보기 드문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는 번역자 김정란씨에게도. 

이제 아더왕의 왕국이 궤멸되는 마지막 한 권이 남았다.  책을 읽는 나도, 또 책 속의 주인공들 모두 알고 있는 예정된 파국임에도 끝이 보인다는 게 왠지 모르게 씁쓸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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