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횡단 한자여행 - 갑골문부터 簡化字까지 흥미진진한 漢字이야기 56편
김준연 지음 / 학민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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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古今橫斷 漢字旅行 이라고 판매 사이트에 나와있던데 저자가 중국어로 먼저 쓴 책을 번역했다는 얘긴가 조금 헷갈리고 있다.

이 저자는 대학교수라는 상아탑에 있는 사람 치고는 상당히 말랑말랑하게 씹어 먹기 좋은 글을 쓰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훈장선생님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꽤 성공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한자에 대한 오랜 원한(? -_-;)마저도 잠시 잊게 해준다고 해야할까.  초를 다투며 외워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한자에 얽힌 다양한 얘기들을 읽는 것은 의외로 꽤 즐거웠다. 

그 즐거움의 원인을 찾는다면, 역시 글자가 중심이 아니라 그 글자 주변의 풍부한 이야기거리가 아닐까 싶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어 흩어져 있던 지식들, 전설이나 동화의 범주에 있었던 내용의 상당 부분이 학문적인 근거를 갖고 기록으로, 또 설득력있는 가설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특히 최근까지 내 역사읽기에서 미지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상나라(=하나라?)에서 갑골문자의 형성과 그 글자의 변천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훑어내려주는 건 개인적으로 흥미를 갖고 있던 부분이라서 특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많은 한문이나 한자, 혹은 중국 관련 서적들과 달리 과거 역사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까지 그 내용을 끌고 왔다는 것에 둬야하지 않을까 싶다.

오랫동안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었고 수백년간 그 교육을 받은 인재들의 서술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과거에 대한 연구는 중국 본토 학자들 못지 않은 수준의 내용들이 많은데 비해 현대 중국의 한자에 대한 고찰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신선했다고 하겠음.

많이 공부하고 연구해서 나온 글 특유의 농익은 풍부함이 좋았고, 더 쑤셔넣고 싶은 아까운 자료들이 많았을 텐데 그걸 포기하고 쉽게쉽게 가준 것은 '대한민국'도 한자로 제대로 쓸 자신이 없는 무식한 독자 입장에서 저자에게 고마웠다. 

좀 부끄럽지만 제일 고마웠던 것은 이전 책과 달리 소개된 한시 모두 뜻풀이뿐 아니라 한자음도 다 달아줬다는 것이다.  군데군데 구멍나는 한자음을 일일이 옥편으로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감사.

그런데... 이전 당시에 관한 책에서 그랬는데, 왜 얼토당토않은 영어 외래어가 등장을 하냐고!  가장 괴로웠던 부분의 예를 들자면 스넥코너 말고 음식 노점상이나 간이 식당이라는 훌륭한 용어가 있다는.....  사소한 옥의 티겠지만 몰입을 확 깨버렸다.  ;ㅁ; 

약간 새는 얘기인데 중국에 관한 비교문화 저술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가 장징이다.  중국 출신으로 자국 문화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기반으로 그가 거주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해서 아주 재미있는 글을 많이 쓰는 작가인데, 이 저자도 약간만 관심의 포커스를 더 넓혀서 중국과 한국의 한시나 한자를 아우르는 글을 써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이 정도 내공이면 콧바람 핑핑 나오게 하는 억지나 구멍이 뻥뻥 난 말도 안 되는 갖다붙이기가 아닌 제대로 된 논거나 비교를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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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전쟁 문화전쟁 한국문화총서 10
주영하 지음 / 사계절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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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한국 음식의 역사에 대해 굉장히 내공이 깊고 또 중국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에 한중일 삼국의 음식에 대한 비교가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처음에는 좀 당황.  평소 저자의 글쓰기에 비해 아주 넓게 범위를 잡아 그야말로 세계의 음식을 겉핥기로나마 훑으면서 한국 음식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음식이 역사의 부침과 다른 세계와의 접촉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어 왔고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조상때부터 대대로 내려온 한국 음식의 상당수가 기껏해야 100년 200년 정도라는 것을 세세한 증거 자료를 제시하면서 밝혀낸다.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가설을 좋아하지만 학문의 범주에 드는 사실은 엄격한 증거 제일주의인 내겐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구성이기도 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범위를 넓게 잡다보니 이 작가 특유의 세세하고 깊은 내용보다는 넓고 얇게 훑는 내용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2000년에 나온 책이다보니 8년 사이에 눈부시게 변화한 사회상이 반영이 되지 않아서 2008년에 보기에는 군데군데 시대와 맞지 않고 낡았다는 느낌을 준다.  다른 연구며 할 일이 많겠지만 슬슬 준비를 해서 개정판을 내줘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주영하씨는 김치, 한국인의 먹거리때부터 내가 믿고 따르는(? ^^) 인문학 저자 중 하나인데 이 책은 꽤 오랫동안 찜바구니에 있다가 구입을 했다.  우리 집에 와서도 한참을 책장에서 전시만 되어 있었는데 일단 오래 묵은 숙제를 해치운 느낌이라 게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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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란 무엇인가 - 중.일 미인의 비교문화사
장징 지음, 이목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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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거주하는(? 정착한?) 중국학자인 장징의 중국과 일본 문화를 비교해서 쓰는 저술 중에 미녀에 관한 내용으로 고대 중국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미녀관의 변화를 문헌, 문학,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같은 시기 일본에서 미의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여인이 아름답다는 숭상을 받았는지 비교하고 있는데 지역과 문화에 따라 미의 기준이 첨예하게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리고 중국의 전형적인 미녀관이랄까, 미녀를 묘사하는 표현이 일본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과 또 일본화되어 버린 것 등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고. 

이를 검게 물들이는 습관때문에 중국에서는 미인을 묘사하는 일종의 관용구가 되어버린 단순호치가 일본에서는 절대 사용될 수 없었던 것이며, 풍성한 전통의상 때문에 중국 미녀 몸매의 대명사인 세류요는 움직임을 묘사하는 다른 단어로 대체되는 등의 일본 문학가들의 번안 노력 등은 다른 곳에서 만나지 못한 새로운 정보였다.

자신이 속한 문화권이나 자신이 연구하는 문화권에 대한 이 정도 수준의 연구는 많이 봤지만 두 문화를 역사적으로 주욱 훑어내리면서 이런 수준으로 비교해 논리를 풀어내고 나름의 개념을 정리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다. 이런 저술은 양 문화에 대해 거의 비슷한 정도의 경험과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볼 때 장징이라는 저자의 공력에 감탄하고... 자국 문화를 이 정도로 파악해서 (물론 일본인이 볼 때는 모자라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분석해주는 학자를 가진 일본이 부러웠다.

인용된 많은 문학작품과 함께 다양한 도판들도 책을 편히 읽어나가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자료 확보 차원에서 읽기 시작했지만 그 목적과 상관없이 즐거운 독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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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 - 악의 역사 2, 초기 기독교의 전통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11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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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좀 넘게 걸려서 악의 역사 2권 사탄을 끝냈다.  

철학이나 신학적인 뜬구름 잡는 얘기는 절대 내 취향이 아니라는 걸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오리게네스나 아우구스티누스 등 아는 이름들이 간간히 나와주고 있어서 그나마 흥미의 줄을 놓치지 않고 버텨냈다. 

1권에서 원시 기독교와 고대 사회에서 악과 악마라는 개념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2권에서는 그게 좀 더 심화되어 초기 기독교에서 절대자이자 절대 선인 신과 반대 개념인 악마가 어떻게 공존을 하는지,  신의 섭리에서 악마라는 존재를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교리 안에 채워넣으려는 노력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초기 기독교와 경쟁관계였던 마니교 등 비슷한 철학관과 신학관을 가졌던 종교와의 세포 교환이랄지, 교리가 서로 유입되고 영향을 주는 모습들이 묘사된다.

그러나.... 역시 잘 모르겠다.   평생을 신학에 바친 신학자들이나 사막에 들어가 정결한 삶으로 신과의 소통을 꿈꾸면서 끊임없이 악마의 유혹을 받았다던 수도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끝내 해결하지 못했던 걸 내가 이해할 수는 없는 거겠지.  기독교의 교부로 인정받고 신학 체계의 상당부분을 세운 아우구스티누스 역시 해결하지 못했으니 '괜히 힘 빼지 말자' 라고 편안히 결론을 내리고 그냥 지식으로서 겉을 훑는 독서를 마쳤다.

나처럼 무지몽매한 중생을 위해 저자인 러셀이 제일 마지막 챕터를 오늘의 사탄이라는 제목으로 할애해서 교부들의 노력을 정리하고 또 저자 나름대로 '신'과 '악'을 이해하는 두 단계를 요약해준다.  다른 부분은 그다지 납득하지 못하겠지만 신의 '선'이 갖는 관계성은 인간의 인식으로 영원히 파악할 수 없는 미스터리의 위치에 있다는 것만큼은 100% 동의하겠다.

1권에서는 전혀 인식을 못했는데 2권 말미의 결론을 보건대 러셀은 신학자인 동시에 기독교 신자인 모양이다.  아니면 번역자가 독실한 신자라 일부러 단어 선택을 그렇게 했을 수도 있겠지만. 

기대만큼 재미는 없지만 어쨌든 시작은 했으니 이제 3권에 돌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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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 모하메드 - 상상력과 비전의 리더십 살림지식총서 305
최진영 지음 / 살림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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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싱가폴에 이어 요즘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따라배우기 코드붐을 일으키고 있는 두바이와 그 두바이를 이끄는 셰이크 모하메드에 관한 간단한 다이제스트 북이다. 

사실 이 책을 잡을 때는 좀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3년 전 두바이를 갔을 때 분명히 두바이의 왕이 막툼이라는 이름이었고 버즈 알 아랍 호텔 로비에 있던 초상화인지 사진인지도 다른 얼굴이었는데 이게 뭔 일인가?  내가 잘못 기억을 했나 했더니 막툼왕은 2006년에 죽었다고 한다.

이 책은 두바이에 대해 신문기사나 뉴스를 통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들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랍의 특성상 사생활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왕가의 얘기도 조금이나마 흘려주고 있어서 부수적인 호기심을 채워주는데도 나름대로 충실하다.

사실을 서술한 부분만을 놓고 볼 때 두바이와 두바이의 비전을 이끄는 사람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까지는 아니지만 그 첫걸음으로는 꽤 괜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술의 방법에 있어서 너무나 노골적으로 저자의 색채가 드러나고 있어 불편함을 넘어 불쾌한 수준에 이를 정도라는 문제가 있다.  만약 아니라면 미안하지만 이 책안에서 드러난 역사관이나 논리를 풀어나가는 방향만을 놓고 보건대 이 저자는 뉴라이트나 한나라당, 그리고 이 정권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된 인물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만약 아니라 하더라도 그 오해를 받는 게 당연할 정도로)

이 책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이름이 이명박이다. 그게 꼭 필요한 내용이라면 개인적인 호불호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납득할 수 있지만 셰이크 모하메드와 동등한 비전을 가진 인물로 느끼도록 곳곳에 끼워넣기 위한 노력이 눈물 겨울 정도다. 그리고  일제시대와 친일파 청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의 서술.  아주 가볍게 넘어가려고 노력은 했지만 참여정부에 대한 비아냥까지. 

서울시나 정부의 발주를 받은 논문이나 같은 논조의 신문에 실을 기고문이라면 상관없지만 살림 문고는 가능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상식과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다.  글쓰는 사람의 사상이나 주관을 100%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배제하려는 노력은 해야하는데 오히려 주입하려는 시도가 보여서 불쾌했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에 대해서는 두바이의 비전과 비교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자의 생각을 듣고 싶다.  

엉뚱한 인물의 불필요한 찬양 노력과 사상 주입의 시도만 아니었다면 꽤 괜찮을 수 있는 책이었는데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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