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 - 저주받은 시인들의 벗
김풍기 지음 / 아침이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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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건 쉽게 읽으려니 했던 기대와 달리 시간을 좀 끌면서 읽었다.

이유는 일단 용재총화나 조선의 신선과 귀신 이야기~류의, 시마 혹은 시귀에 얽힌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쯤으로 기대를 하고 시작한 내 쪽에 문제가 있다.  이 책 안에는 내가 기대했던 그런 류의 전설 따라 삼천리 이야기들이 군데군제 섞여있기는 하지만  일종의 문학 이론서로 보인다.

고려부터 조선까지.  과거제와 함께 지식인층의 필수 교양이 된 한시가 그들의 생활에 얼마만큼 깊이 파고 들어 있었고 또 그것이 시마(詩魔)라는 귀신이나 마귀의 형태로까지 관념화되어 함께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규보를 비롯해서 우리가 잘 아는 이율곡, 허균 등등 조선의 문장가들까지 다 끌어가면서 시마라는 주제에 따라 조선의 한시를 살펴봐주는 것 같다.

이렇게 막연하게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은 사실을 위주로 하면서도 상당히 관념적이다.  명확한 사실이나 개념을 교통정리하는 건 그럭저럭 하지만 이런 이론이나 관념 같은 형이상학적인 세계로 들어가면 몽롱해지는 하급 이해 체계를 가진 나 같은 인간으로서는 '시마'라는 걸 형상화해서 친구처럼 느끼고 은근히 자랑할 만큼 시라는 것이 당시 사람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생활의 일부분이었구나 정도를 깨닫는 게 한계인 것 같다.

나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건 '시마'라는 이 존재가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자율성을 허용하고 느슨했던 고려 때는 나름대로 접수가 가능한 존재였다가 경직되어 한정된 틀 안에서만 생활하고 생각할 것을 요구하는 조선 중기로 와서는 극악무도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되는 걸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전혀 구분을 하지 않고 있었던 시마와 시귀(詩鬼)의 차이가, 시마는 내재된 것이고 시귀는 외부에서 오는 일종의 강신이라는 정리를 할 수 있었던 게 개인적인 수확이라면 수확.

한문학을 지금 내가 소설을 보는 것처럼 당연하게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었던 고려와 조선 선비들이 바라봤던 그 시절의 작품활동이나 작품관의 단면을 보는 나름의 즐거움은 있었다.  그러나 역시 관념은 내게 어렵다는 사실을 재확인. 

옛 선비들의 문학관이나 걸작을 남기고픈 치열한 욕구를 슬쩍 엿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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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뎐 - 신화, 역사, 문명으로 보는 125가지 이야기
한정주 지음 / 포럼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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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학교 때 겨울 방학 때 천자문을 10번인가, 20번인가 써가는 숙제가 있었다.  처음에는 절절 매면서 했지만 나중에는 1시간 정도면 천자를 뚝딱 써버릴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지만 그 과정을 통해 머리에 들어간 글자는 정말 단 한자도 없었다.  지금이라면 아마 이왕 하는 거 머리에 넣어보자는 가상한 생각을 했겠지만 당시에는 정해진 분량을 빨리 채워서 벗어나고프기만 했기에 한자 공책만 열심히 낭비했다.

그 이후 수십년이 흘러서 산 책.  천자문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눈곱만큼도 없지만 천자문이 천개의 글자 나열이 아니라 의미를 가진 내용이라는 카피에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  그래서 구입을 했는데 모처럼 카피 따로 내용 따로 놀지 않는 알찬 책을 만난 느낌이다.

여덟 글자씩 묶어서 내놓은 건 하나의 문장이고 이야기이다.  그 125가지의 이야기가 저자의 풍부한 중국 경전과 역사에 대한 지식과 어우러져서 참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내가 한자라면 이를 득득 갈면서 죽어라고 싫어하고 지겨워하던 그 시절에 이 책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결코 한자 시간을 좋아하거나 성적이 오르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한문을 조금은 달리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한자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 고전에 대한 입문이나 공부 차원에서도 추천이다.  굉장히 쉽게 읽히면서도 딱딱 정리가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예경이며 시경 등 중국 고대 경전들의 글귀를 소개하고 있는데 수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마치 예언을 한 것처럼 딱딱 들어맞는 내용들을 보면 감탄이 저절로.  그래서 경전인가 보다.  마치 지금 우리 상황을 빗댄 것 같아 꼭 소개하고 싶은 게 두개 정도 있지만...  지금 견찰과 떡검의 성향이 과거 유신 때와 비교해서 전혀 모자람이 없는 관계로 저자와 나의 안위를 위해 생략.   

2006년에 나온 책이라는 걸 감안해줄 분위기가 아닌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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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고대풍속사 - 고대사를 이해하는 즐거운 상상력
황근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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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엽기 고대왕조실록이 예상 외로 괜찮았기 때문에 연이어 주문을 해봤다.

약간 슬랩 스틱의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톡톡 튀는 유머며 이해하기 쉽도록 현대적인 상황에 맞춘 내용 변형은 이 책의 컨셉이니 개인적인 호불호와 상관없이 이해할 수 있다.  초반의 어색함만 뛰어넘으면 이 역시 즐길만 하다.

하지만 아무리 가벼움을 표방한다고 해도 '역사'라는 이름을 붙여 소설이 아니라 역사 카테고리에 끼워넣어 책으로 나왔다면 사실 검증은 필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가장 기본적인 검증에서 삐걱거려버렸다.

최소한 두어개 이상 본 기억이 나는데 긴 시간에 걸쳐 읽다보니 대부분 다 날아갔고, 명확히 기억하는 것 하나만 얘기를 하자면 도림에게 속아 결국은 죽은 백제의 개로왕.  이 왕은 오류의 총 망라 창고 네XX 지식인에서도 백제 4대인가 6대 왕으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떻게 왕의 즉위 순서같은 아주아주 초보적인 문제를 틀릴 수가 있는지.

아주 사소한 몇 가지가, 나름대로 참신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는 책 전체의 신뢰도를 팍 떨어뜨려 버렸다.

냉정하겠지만, 전문가 감수라는, 비전문가가 쓰는 역사서나 인문서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검증 절차가 생략된 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음.  이 시리즈를 계속할 생각이라면 좀 더 세심한 내용 검증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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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음식문화 조선사회사 총서 25
김상보 지음 / 가람기획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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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시작한지는 꽤 됐는데 이상하게 지지부진하다가 어제 마감하고 미용실 간 김에 거기서 끝을 냈다.  앞부분은 오래되서 가물가물하고 어제 읽은 부분은 완전 비몽사몽인 가운데 읽어서 역시나 내용이 몽롱~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좋다.  요즘 미시사 책들의 유행인, 음식 -혹은 다른 주제-과 역사적인 에피소드가 어우러지는 그런 재미있는 글쓰기는 아니지만 조선시대와, 또 조선시대와 연결되는 고려와 그 이전의 음식문화에 대해서도 맥이 이어지는 경우 찬찬히 짚으면서 내용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을 잡기 좋고 또 내용도 상당히 알차다.

이 책의 내용 모두가 진리라고는 믿지 않지만, 대장금이나 사극에서 보이는 호화찬란한 12품 반상이 왕의 전형적인 식사 모습이 아니라 그건 특별한 날의 모습이었고 전반적으로 왕을 위한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소박했다는 사실이 이채롭고 또 새로웠다.

명나라의 영향을 받은 음식, 또 일본에서 영향을 받은 음식들을 가감없이 적으며 우리 것이 무조건 최고고 독자적이라는 그런 아집에서 벗어난 폭넓은 사고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음.

아무래도 자료가 많은 조선 중후반에 비중이 갈 수밖에 없겠지만 시대별로 풀어내는 음식들의 내용과 간략한 조리법, 재료 등의 정리는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내용인 것 같다.  <-- 이건 전적으로 내가 읽은 책들에 한정되는 얘기.  더 방대하고 많은 책을 읽은 사람들은 또 다른 평가를 할 수도 있겠음.

전체 내용에서 그야말로 지엽적인 한 부분인데, 조선 초기까지 우리 나라 왕실과 최상류층에서는 버터를 먹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제일 새로웠다.  버터를 만드는 사람들을 수유치라고 불렀는데 버터를 왕실에 바치는 대신 군역을 면제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군역을 면제받기 위해 수유치가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태종이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버터 제조 자체를 다 금지시켜버렸다는 전설이.... 

어느 왕조나 또 어느 시대나 이런 인간이 없지는 않겠지만 조선에는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를 홀라당 태워버리는 극단적인 왕들의 빈도가 참으로 높은 듯.  

내용의 진위 여부는 내가 판별할 능력이 안 되니 통과하고, 저 '버터'처럼 분명 우리 말로 부르던 단어가 있었을 텐데 외래어의 사용빈도가 높았던 건 많이 아쉬웠다.  재미보다는 정보에 촛점을 맞춘 책인 것 같은데 그러려면 저런 사소한 문제들도 깔끔하게 정리를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정확하게 별점을 매기자면 세개 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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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고대왕조실록 - 고대사, 감춰진 역사의 놀라운 풍경들
황근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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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뭔가 가벼운 읽을거리가 땡겨서 갑자기 잡은 건데 엽기 조선 어쩌고 시리즈보다 훨씬 맛깔스러우면서 함량이 높다. 

작가의 글재주 때문인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어 비교적 신선한 얘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엽기~ 시리즈를 읽었을 때의 불량식품을 먹는 것 같은 그런 느끼한 달달함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보통 고대사를 다룬 책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만을 다루는데 반해 여기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 부여나 가야에 대한 부분들이 적으나마 할애된 것도 재미있었고.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부분부분 써먹을 자료로서 가치도 꽤 있다.

다만 아직 위서 논란을 극복하지 못해 주류 역사계에서 인정받지 않은 화랑세기를 상당 부분 활용하고 있어서 정사 위주의 사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오류가 많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에게 역사의 재미를 알려주는데는 좋을지 몰라도 시험에는 절대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화랑세기에서 묘사된 신라 사회를 아주 좋아하는 나로서는 별로 불만이 없다.

그래서 이제 엽기 시리즈는 다시 안 사겠다는 결심을 깨고 엽기 고대 풍속사를 구입. 

알라딘에서 책 세일을 왕창 하는 통에 11월달에 책값이 지른 엄청나다.  ㅠ.ㅠ   전엔 5만원 정도 사면 책이 5-6권은 됐는데 요즘은 3-4권이 고작이었다.  근데 이번 세일 덕분에 간만에 가격 대비 책들이 풍성하게 왔음.   근데 언제 다 읽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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