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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경전들 - 베다 본집에서 마누 법전까지 ㅣ 살림지식총서 311
이재숙 지음 / 살림 / 2007년 11월
평점 :
대학 때는 '한국문확과 제3세계 문학'이라는 내 교양과목 중에서 최악의 학점을 선사한 (ㅠ.ㅠ) 과목을 수강하면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혹은 마하브하라타)를 알게 됐고, 대학원 때는 인도 음악 연구를 통해서 라가와 인도의 신화에 대해 배웠던 나라. 그 수업에서 다른 학생들은 알지도 못하는 인도 신화의 신들 이름을 혼자 줄줄이 알아들으면서 내가 인도에 대해 꽤나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감이 여지없이 박살이 났다.
인도 신화와 비슷한 내용, 말랑말랑한 개요서를 상상하고 들어섰는데 이 책은 신화가 아니라 그야말로 경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경전과 철학, 해설서들에 대한 설명이 줄줄이 이거지고 말미에 가서야 그나마 좀 알아들을만한 신화에 대한 내용이 살짝 나오는 정도,
말로만 듣던 베다가 무엇인지, 마누 법전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인도 사회에 지금까지 뿌리박혀 있는 그 지독한 신분제와 남녀 차별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수천녀을 지켜온, 신이 내려준 법전에 아무런 반항이나 생각도 하지 말고 무조건 복종이 명시되어 있으니 수드라나 불가촉천민들의 그 비참함이 해소될 수가 없겠지. 책의 마지막에 딱 한줄로 등장한, 불가촉 천민 출신으로 인도의 법무부 장관까지 했다는 암베드까르의 마누 법전 화형식을 한 그 심정이 이해가 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변화가 거의 없는 모습에 같은 인간으로서 이해가 가면서도, 수천년의 근간을 흔든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절망감도 살짝 느껴진다.
아주아주 단편적으로 소개된 마누 법전을 읽으면서 여자로 인도에 태어나지 않은 걸 감사하게 여겼다. 물론 이걸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어릴 때는 아버지를, 젊어서는 남편을, 늙어서는 아들을 따라서 살아야 한다고 규정된 여인들의 삶에 대한 명령에도 뭔가 사회적이거나 인류학적인 의미가 숨어 있겠지만...
개설서로는 솔직히 부족한 것 같고 개설서를 읽기 이전에 준비 작업 정도. 인도의 경전들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냥 이런 것들이 인도에 있다는 소개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