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여행 - 세계사의 주요 장면들과 함께 읽는 150가지 요리 이야기
한스 페터 폰 페슈케.베르너 펠트만 지음, 이기숙 옮김 / 이마고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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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Zu Gast bei Kleopatra und Robin Hood로 2003년 스위스에서 나온 책이다.

시대를 하나씩 설정하고 해당 국가와 시대의 역사적인 인물이 먹었을 요리를 선택해 가상의 에피소드 -물론 현실 사건이나 상황에 기반을 두고 있다-를 만들어 그 안에 요리를 등장시킨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사건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편지나 독백 형식으로 시대 상황을 풀어주고 마지막에 각주 비슷하게 실제 역사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그들이 먹었음직한 요리를 현대적인 요리법과 계량으로 레시피를 올려놓고 시대 배경까지 설명하는 걸로 마무리를 하는 구성이다.

예전에 카사노바의 요리책도 그렇고 과거의 요리를 역사와 엮어서 소개할 때 이런 형식은 거의 모범 답안으로 굳어진 것 같다. 하지만 눈에 딱 들어오고 중구난방인 사건과 인물들을 음식이라는 테마로 불러모을 더 좋은 방법을 찾기 힘들다는 소리기도 하겠지.  실제로 각각의 챕터들이 흥미롭고 비록 저자의 상상이지만 그들의 행동이나 대화는 분명 있었을 법하다고 느껴진다.  또 우리가 정설이라고 믿고 있던 일이나 사건들의 다른 이면은 - 유명한 엘 시드의 일화라던가, 루드비히 2세 등-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웠다. 

같은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나 의미 부여가 180도 달라지는 건 인문학에서 간혹 마주치는, 별반 색다를 것 없는 현상이긴 한데 성격도 아닌 인물 묘사가 다른 게 간혹 있어서 고개를 갸옷.  다른 건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카토에 대한 부분은 이 책에 등장하는 카토 부분을 읽을 때 플루타르크 영웅전에서 마침 딱 카토 부분을 읽고 있어서 기억이 정확한 터라...  현재 1:1 상황이라 어떤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식도락 여행에서도 그렇고 플루타르크에서도 그렇고 카토란 인물은 공직자로서는 어땠을지 몰라도 인간적으로 볼 때는 진짜 비호감이다.  절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인물임.  이 부분은 나중에 플루타르크 3권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번역자가 요리에 대한 흥미나 지식이 거의 없는 것 같다는 점이다.  레시피를 보면 재료의 맛이나 조리법에 관련해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이 있음에도 '이게 뭔 소린가?' 싶은 생뚱맞은 단어를 쓰고 있고 또 대중적인 고유 명사가 있는 식재료들도 잘 쓰지 않은 단어로 번역을 해놨거나 원어를 사용했고, 각주가 필요한 것들은 오히려 각주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들이 보완이 됐더라면 실생활에서도 꽤 쓸모가 있는 책이 됐을텐데 개인적으로 아쉽다.  

혹시라도 이 책을 보고 요리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할 거라는 조언을 덧붙이고 싶음.  그래도 나는 루이 14세 이후의 요리들 중 직접 재현해서 먹어보고 싶은 몇몇가지는  조만간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그 만찬(?)에 마루타로 불려올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쫌 미안~  ^^

이제는 서구에서 나온, 서구를 중심으로 펼친 인문학 서적을 갖고 '세계'를 붙이는 것에 대해 열내고 화낼 기력도 잃은 상황이라 하는 소리인데, 누군가 이 분야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 최소한 한중일 삼국을 배경으로 해서 이런 스타일의 책을 하나쯤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저자들이 책을 쓰는 동안 만든 과거 요리를 먹어주는 그룹이 있었던 모양인데 한국에서 이런 책을 쓰는 기획이 있다면 기꺼이 마루타가 되어줄 용의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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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인 스쿨 - 인테리어디자이너가 꼭 알아야 할 원리, 실제, 테크닉
톨리스 탕가즈 지음, 임호균 옮김 / 미진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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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교재로 쓰고 나름의 친절한 가이드용 책이라고 해서 엄청 세세하고 다양한 내용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딱 입문서로 적격인 것 같다.  

저자의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한국인이 아니라 영국 사람이다.  따라서 여기 등장하는 인테리어 결과물들은 한국이 아니라 영국의 것들이기 때문에 상황이나 컨셉 등에서 차이가 좀 있을 것 같다.  또 그가 나름대로 정리해놓은 팁도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을, 그 방면 종사자가 아님에도 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내용들도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다 알만한 것들을 한권의 책으로 정리해준 그런 느낌.  그쪽 관련자들에겐  나름대로 유용한 정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방면에 발을 들일 생각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자기 집 인테리어를 위한 노하우가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기대했던 것과 달라서 약간은 실망스러운 책.  호불호는 책을 고른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거니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걸 감안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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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왜?
미다스 데커스 지음, 이옥용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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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태를 다룬 책들 중 하나인가보다 하고 시작했는데 그것과는 방향이 좀 다르다.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아주 저명한 생물학자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의 풍부한 생물학 지식보다는 동물과 인간 양쪽을 관찰해 그 나름의 특성과 다른 점, 연결고리를 재치있게 서술한 책이다. 

생물학자보다는 오히려 다른 문화를 관찰하는 인류학자나 사회학자 같은 시선으로 동물 세계와 인간 세계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동물들의 생활 습성이나 특이한 동물들에 대해 알고 싶은 지식욕에 불타는 사람이라면 살짝 접어두고 다른 책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딱히 지식욕구에 불타고 있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이런 비슷한 류의 동물책을 예상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게 뭔 소리를 하는 것일까?' 좀 뜨아하고 책의 정체성을 모르겠다는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위트나 인간 세상을 향한 신랄한 유머에 실소와 미소를 오가고 때때로 가슴 아픈 얘기에 눈이 찡하기도 했다.  내가 네덜란드 사람이라서 다중적인 의미까지 이해할 수 있었다면 아마 폭소를 터뜨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문화의 차이는 때로는 건널 수 없는 문화의 벽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이 책 내용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라 쿠카라차'.  쿠카라차라는 게 바퀴벌레라는 건 그때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노래가 20세기 초에 멕시코의 노동자와 농민이 군대를 조직해 혁명을 일으켰을 때 부른 노래라는 건 처음 알았다.  

이 나라의 요즘 정권식으로 얘기하자면 빨갱이들의 혁명 가요.  이 멕시코 민요가 옛날 음악책에 있었는데.... 과연 그때 교과서를 만든 사람들이나 검수한 사람들이 이 노래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을까?  진짜로 궁금하기는 하다만... 몰랐을 거라는 데 만원 걸겠음.  지금도 흉흉하지만 그때도 만만찮은 반공산주의를 기치로 내건 독재정권인데, 아무리 머나먼 저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 거라고 해도 애들한테 빨갱이 노래를 부르게 할 리는 없었겠지.  ㅋㅋ 

그리고 또 하나.  네덜란드의 통계 중에서 야채가게 여자가 낳은 아이들의 성비가 남자 105:여자 100인데 반해 정육점 부인들은 아들 121: 딸 100이라고 한다.  옛날에 무슨 여성 잡지에서 아들 낳는 비법 어쩌고 하면서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얘기를 본 기억이 나는데 그게 아무 근거없는 혹세무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국에서도 직업별 자식 성비를 조사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마음이 아픈 얘기들도 중간중간 있지만 전반적으로 짤막짤막 유쾌하게 읽기 좋다. 약간 두툼하긴 하지만 매 장마다 삽화도 볼만하고 괜찮은 책.  단 위에도 밝혔듯이 생물학이나 동물학 지식 습득에 대한 기대는 접으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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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무림기행
한병철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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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이 저자의 독행도던가? 우리 무예에 관한 정리를 해준 책을 꽤 흥미롭게 봐서 몇년을 계속 보관함에 담아만 놨다가 올해 드디러 지른 책이다.   

내용은... 무림에 대해 무협지류의 환상을 가득 품고 있는 사람은 중국 무림의 크기는 살짝 줄이고 '기행'이란 단어에 밑줄을 좍 그으면서 보면 될 것 같다.

이건 취향에 따라 호오가 상당히 갈릴 문제인 것 같은데, 무미건조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환상을 팍팍 깨는 내용들이다.  이 책은 무당산에서 무당파의 태극권을 창시했다고 한 장삼봉이며 소림사, 황산, 절강 등등에서 펼쳐지던 그 수많은 무협들의 영웅담을 호기롭게 좔좔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여지없이 깨어놓고 있다.

무당산에서 태극권은 절대 장삼봉이 창권한 게 아닐 거라고 현실적인 근거를 대고, 과거의 소림사 무술은 이미 끊어졌다, 간장과 막야 등 전설의 중국 검들이 이제 대만검을 카피하고 있다는 등등...  무협에 대한 환상을 많이 갖고 있는 독자는 달나라에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다는 철석같이 믿고 있던 어린이가 달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의 그 청천벽력을 맛보지 않았을까도 싶다.  

그리고 솔직히 책장사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대신 그런 의미에서 '정보'으로서는 꽤 가치가 있었을 것 같다.  이 책이 나왔던 2005년에서 한 2-3년 상간으로는 이 책 하나만 들고서 큰 시행착오나 고생 없이 여행이나 관광이 가능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벌써 5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으니, 날마다 뒤집고 새로 파헤치는 현재 중국의 특성상 저자가 밟아갔던 그 코스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남아 있을지, 이 책에 기록된 정보가 유용할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좀 의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적어내린, 중국 무림에 관한 2000년대 초반의 기록이라는 데 있지 싶다.  어쩌면 화석처럼 남을 유일한 기록이 될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고.  큰 과장이나 혹세무민의 의도 없이 써내려간다는 게 이 저자의 장점인 것 같다.  다만 이 책에는 전에 책과 달리 개인적인 잡상들이 많아서 그건 좀 아쉬웠음.

자료로 봤을 때는... 강호를 무대로 주인공들을 펼쳐놓을 때 그들의 동선과 일정을 짜는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 

여하튼 아무리 많이 변해도 항주에 있다는 그 용정 찻집과 동파육을 하는 요리집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으니 다음에 항주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들러봐야겠다.  같은 책을 봐도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것만 눈에 쏙 들어오는 모양인지, 무림 관련 부분들은 그냥 술렁술렁 넘어가는데 용정 우물에서 뜬 물로 용정차를 끓이면 찻잎이 어느 정도 우러나다가 절대 더 우러나거나 써지지 않고 새로 뜨거운 물을 더 부어야 다시 우러난다는 설명에는 귀가 쫑긋.  정말인지 내 눈과 입으로 꼭 확인을 해봐야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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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의 주얼리 뮤지엄
고인준 지음 / 마리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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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을 살 돈은 없어도 눈요기는 좋아하는 터라 구입한 책. 책도 예쁜 것 같고 소개글도 확확 끌려서 샀는데 소개글에 나온 이상은 없다.   

저자가 보석 관련 학과를 나온 국제 공인 보석 감정사이고 또 관련 회사에 있다고 해서 좀 심도 깊은 정보를 기대했는데 약간 손가락품만 팔면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번역의 수고를 덜어줬다는 점에서는 감사) 유명 보석회사들 소개 정보와 그냥 가벼운 보석 관련 잡담 내지 잡론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저자는 보석 관련 사업에 종사하고 럭셔리 패션 잡지에 보석 관련 연재 기사나 컬럼을 연재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때 연재한 글들을 모아서 묶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인데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꽤 많다는 점에서.  다이아몬드 반지가 결혼 반지로 시작된 유래는 대충 똑같은 얘기가 3번 정도 나온 것 같고 사진도 내가 확실하게 발견한 것은 1개,  책을 대충 보는 편인 내 눈에 발견될 정도면 사진을 중복 개재 -실수인지, 아니면 사진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한 경우가 좀 더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내용을 재미있고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예시로 제시한 역사적인 사실들에서 오류가 너무 많다.  지금 대충 생각나는 것만 해도, 신성로마제국이라고 해야할 걸 로마 제국이라고 아주 친절하게 각주로 써놓은 것도 있었고, 글라디에이터에 등장하는 그 황제는 네로가 아닌데 네로로 써놓은 것 등등 중고등학교 졸업 수준의 세계사 상식이 있다면 다 알만한 역사 오류가 너무 잦아서 다른 부분들조차도 '이게 정말 맞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게 할 정도였다.   이건 편집부나 혹시 초고를 받아서 재작성한 고스트 라이터가 있었다면 원저자와 공동 책임이지 싶은데... 책을 예쁘게 디자인하고 배치하는 것만큼 사실 검수에도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까르티에의 이티니티 링은 장 콕또가 그의 동성애 연인 라디게를 위해 디자인했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는 까르띠에가 디자인해서 콕토에게 선물한 걸로 바뀐 걸로 나온다.  이건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모르겠군,  이건 나중에 좀 찾아봐야겠다.

저자의 경력을 보고 기대하게 되는 치열한 보석상의 세계라던가 경쟁, 재료 확보나 판매, 디자인 등등, 이런 이면의 모습들은 이 책에 없으니 혹시 그런 목적으로 찾는 사람을 알아서 피하심이.

잡지에서 띄엄띄엄 나오는 보석에 관한 기사나 보석회사의 홈페이지에 꼬부랑 글씨로 있는 정보를 잘 묶어서 우리 글로 읽을 수 있도록 보기 좋게 엮어놨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눈요기할 사진들이 꽤 많다는 정도의 기대치를 갖고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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