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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무림기행
한병철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이전에 이 저자의 독행도던가? 우리 무예에 관한 정리를 해준 책을 꽤 흥미롭게 봐서 몇년을 계속 보관함에 담아만 놨다가 올해 드디러 지른 책이다.
내용은... 무림에 대해 무협지류의 환상을 가득 품고 있는 사람은 중국 무림의 크기는 살짝 줄이고 '기행'이란 단어에 밑줄을 좍 그으면서 보면 될 것 같다.
이건 취향에 따라 호오가 상당히 갈릴 문제인 것 같은데, 무미건조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환상을 팍팍 깨는 내용들이다. 이 책은 무당산에서 무당파의 태극권을 창시했다고 한 장삼봉이며 소림사, 황산, 절강 등등에서 펼쳐지던 그 수많은 무협들의 영웅담을 호기롭게 좔좔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여지없이 깨어놓고 있다.
무당산에서 태극권은 절대 장삼봉이 창권한 게 아닐 거라고 현실적인 근거를 대고, 과거의 소림사 무술은 이미 끊어졌다, 간장과 막야 등 전설의 중국 검들이 이제 대만검을 카피하고 있다는 등등... 무협에 대한 환상을 많이 갖고 있는 독자는 달나라에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다는 철석같이 믿고 있던 어린이가 달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의 그 청천벽력을 맛보지 않았을까도 싶다.
그리고 솔직히 책장사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대신 그런 의미에서 '정보'으로서는 꽤 가치가 있었을 것 같다. 이 책이 나왔던 2005년에서 한 2-3년 상간으로는 이 책 하나만 들고서 큰 시행착오나 고생 없이 여행이나 관광이 가능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벌써 5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으니, 날마다 뒤집고 새로 파헤치는 현재 중국의 특성상 저자가 밟아갔던 그 코스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남아 있을지, 이 책에 기록된 정보가 유용할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좀 의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적어내린, 중국 무림에 관한 2000년대 초반의 기록이라는 데 있지 싶다. 어쩌면 화석처럼 남을 유일한 기록이 될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고. 큰 과장이나 혹세무민의 의도 없이 써내려간다는 게 이 저자의 장점인 것 같다. 다만 이 책에는 전에 책과 달리 개인적인 잡상들이 많아서 그건 좀 아쉬웠음.
자료로 봤을 때는... 강호를 무대로 주인공들을 펼쳐놓을 때 그들의 동선과 일정을 짜는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
여하튼 아무리 많이 변해도 항주에 있다는 그 용정 찻집과 동파육을 하는 요리집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으니 다음에 항주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들러봐야겠다. 같은 책을 봐도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것만 눈에 쏙 들어오는 모양인지, 무림 관련 부분들은 그냥 술렁술렁 넘어가는데 용정 우물에서 뜬 물로 용정차를 끓이면 찻잎이 어느 정도 우러나다가 절대 더 우러나거나 써지지 않고 새로 뜨거운 물을 더 부어야 다시 우러난다는 설명에는 귀가 쫑긋. 정말인지 내 눈과 입으로 꼭 확인을 해봐야지~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