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인물 서림도안자료총서 2
유철천 / 서림문화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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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림이 많은 책을 골랐는데 진짜 글씨는 거의 없고 그림이 가득하다.  책 표지를 자세히 보니까 서림도안자료총서 2권.  1권은 용에 대한 그림들이 있고 2권은 인물 일러스트였던 셈.   

중국 전통 복장의 여인네들을 비롯해서 아이, 소수민족들, 예술가, 무인 등 중국 역사 속에 등장할 수 있는 인물 일러스트 천명이 그려져 있는 책이다.  (진짜 천 명인지는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음. 세기 귀찮아서 천 명이라고 하니까 그냥 대충 믿어주기로 했는데...  솔직히 그렇게까지 많은 것 같진 않다.)

이렇게까지 설명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지만 복장이나 움직임, 당시 복식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모자람이 없다.  저자의 서문을 보면 책의 출간 목적 자체가 일러스트를 그리려는 사람들에게 밑그림이 되는 도안의 용도도 컸던 것 같은데... 만화나 삽화를 그리는 사람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알고 보니까 실제 그림체가 옛날 신문 연재 소설의 삽화나 중국 무협소설책 속 삽화와 아주 많이 닮았다.  특히 무인들을 표현한 일러스트들은 더더욱.  ^^;

소수민족의 의상을 그려놓고도, 어느 부족인지도 적지 않은 -저자인지, 편집자인지- 나태함 대문에 인문학적이나 상식에 보탬은 거의 되지 않지만 나처럼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어떤 장면을 머릿 속에 그리는데는 제법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소수민족 중 우리가 가장 정확하게 그 전통의상을 디테일을 아는 조선족 여인의 복장에 오류가 엄청 많은 걸 보면서 여기 등장인물들의 의상이나 장신구 등에서 치밀한 고증에 대한 기대는 살짝 접어둠이 좋을듯. 

좀 비싸긴 하지만 두꺼운 종이질에 커다란 책이라 시원시원한 그림은 눈요기로 괜찮다.  하늘하늘 샤뱡샤방한 전통의상을 입은 중국 여인네들의 그림을 보면서 어릴 때 광분하던 색칠하기 책이 떠올랐고, 불현듯 예쁜 색색가지 색연필을 가져다가 색을 입혀주고 싶은 욕망도 솟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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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그린 군사 일러스트 백과 한국전통문양 시리즈 4
유병용 엮고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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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번에 글 올린 복식 일러스트 백과와 함께 산 책.

이 책은 복식 일러스트보다 오타가 꽤 많이 발견되지만 세밀화라는 의미에 적합한 수준의 정교한 일러스트에 다루는 내용도 더 다양해서 만족도는 더 높다.  복식보다 좀 더 많은 자료가 남아 있어서일 거라고 짐작이 된다.

그냥 무심하게 보던 우리나라의 성곽도 나름대로 방어를 위해 머리를 써서 쌓았다는 걸 일러스트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사진과 다른 그림의 집중도라고 할까.  그냥 장식으로 보였던 곳곳의 구멍(?)들도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신중하게 배치된 방어와 공격장치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

무예라는 것이 중대한 국방의 자산이다 보니 국가에서 편찬한 무예도보통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 무술의 품세를 옮겨놓은 그림들을 보면 머릿속에서 상상만 하던 싸움 장면이나 우리 전통 무술에 대해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다. 

그리고 쇳덩어리다보니 역시 꽤 많이 남아 있는 무기들의 세심한 그림들도 볼만한 구경거리. 군사와 격구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격구에 대한 그림들이 많은 게 좀 특이하다면 특이했는데... 거의 서커스 수준인 격구의 기술들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지식적인 측면에서 수확인 것 같다.

후반부에 부록으로 배치된 서양의 군사 일러스트 세밀화는 정말 그 자체가 예술 수준. 그림으로 얼마나 정교한 고증이 가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이다.

시리즈가 마음에 들어서 건축 일러스트도 추가로 구입했는데 걔도 조만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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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알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의 과학 - 인류 최초의 과학실험실 '부엌'에서 일으킨 맛있는 화학반응
사마키 타케오.이나야마 마스미 지음, 구성회 옮김 / 휘슬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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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는 科學的に正しい料理のこつ로 2001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은 요리와 보관 노하우를 집대성한 책과 과학 사이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기 때문에 독자의 관심 영역에 따라 쓰임새나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내 관심과 지식이 균형있다면 과학과 부엌의 절묘한 조화라고 표현하고 싶지만 과학보다는 부엌 쪽에 좀 더 무게 중심이 쏠리는 인간이다보니 고기를 태우지 않고 굽는 팁이나 야채나 밥을 맛있게 보관하는 법 등 요리 노하우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보는 부작용이 좀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책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난 건 아닌 것이, 14명에 달하는 이 책의 공동 저자 중 상당수는 과학과 상관없는 평범한 주부나 직장인들로 부엌에서의 일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그 의문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생산적으로 발전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물론 과학계열의 대학교수가 주축이 되어서 나오기는 했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밥이나 젓갈, 절임류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하게 공유하는 거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한 건데 마치 우리나라 사람이 쓴 것처럼 김치 등 한국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의아해서 찾아보니까 과학 저널리스트 이정모씨가 우리 부엌에 맞는 정보와 해설을 덧붙여 펴냈다고 한다. 

원문을 읽지 못해서 더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 없지만 마치 한국 저자가 쓴 것처럼 한국적인 상황에 맞춰 내용을 풀어놓은 것도 내게는 마음에 들었다.  실생활에서 써먹을 것도 많고 또 당연하게 알고 있었던 상식의 오류를 발견하는 등 내게는 꽤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독서다.  과학책이라는 부담감도 전혀 없어서 더더욱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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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그린 복식 일러스트 백과 한국전통문양 시리즈 2
유병용 엮고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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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구나 일본의, 거의 사진 수준의 아주아주 디테일한 일러스트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게 세밀화인지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이 있지만 흐릿한 벽화 사진이나 그걸 대충 그려낸 스케치 그림에서 느끼던 갈증을 풀어주는 책이긴 하다.

우리 한국 문화에 대한, 자료로 쓸 수 있는 이런 류의 자료가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저자가 야심차게 기획한 책인 모양인데 출발점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요즘 한국 드라마에서 하듯이 상상의 나래를 발휘하면 좀 더 자세하고 다양한 그림들이 나올 수 있음에도 정직하게 정확한 자료가 있는 것만 차용을 해서 일러스트를 그려놨다는 것도 칭찬하고 싶다.  한국 전통문양 시리즈라는 이름이 부끄러워지는 기획은 아닌 듯. 

저런 고증의 충실함이 반대로 컨텐츠의 상대적인 빈약함을 가져왔다.  고구려와 아주아주 약간의 삼국시대 복장, 그리고 조선을 제외하고 다른 시대에 대한 일러스트는 전무하다.  이건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보니...  남겨진 게 너무마 빈약하다는 사실이 한국인으로선 안타깝다.

뒤에 부록으로 수록된 서구의 동판화 일러스트는 대단한 눈요기 거리긴 한데, 스타일 차이로 치부하기엔 앞의 본문의 그림과 수준 차이가 좀 느껴져서 그것 역시 아쉬움.  ^^;

그리고 오타 체크를 좀 더 열심히 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명색이 '백과'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오타는 일반 서적보다 몇배는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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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2 - 다시 페르세폴리스로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최주현 옮김 / 새만화책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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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권은 오스트리아에 간 마르잔의 청소년 시절과 결국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 20대 초반의 삶과 짧은 결혼 생활에 이은 두번째 탈출까지를 그리고 있다. 

1권에서 상당히 강단있어 보이던 마르잔이었지만 낯선 땅에 홀로 사는 생활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역시 어린 소녀에게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방황과 힘든 적응기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조기 유학이라는 건 정말 함부로 결정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

똑똑한 학생답게 공부는 잘 했지만 반정부주의자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섹스는 물론에다 마리화나를 피우다 중간 판매상 노릇까지도 해보고, 마지막에는 노숙자 생활까지도 하는 파란만장한 시간.  그 짧은 몇년 간 10대 소녀가 겪기에는 좀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그녀에게 일어난다.

마르잔이 조금 더 사회 순응적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순응적이었다면 이란을 떠나 오스트리아까지 올 일도 없었겠지.  그렇게 오스트리아에서 생활을 접고 이란으로 돌아간 그녀는 다시 갑갑한 사회적인 제약 속에서 반항을 꿈꾼다. 

책 내용 중에 아침에 나갈 때마다 스카프는 제대로 맸는지, 양말이 드러나지 않았는지, 옷의 길이가 충분한지를 걱정하는 사람은 정부를 비판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정부는 그런 사소한 일로 우리를 들들 볶는 것이라는 요지의 내용이 나오는데... 몇년 전이었다면 '그래 우리도 이런 비슷한 시절이 있었지.'라고 우월감 섞인 회고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에 글을 쓸 때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는 나라에 살게 된 터라 동질감을 아주 심각하게 느끼면서 그녀가 느꼈던 그 제약과 갑갑함, 분노에 진심으로 공감을 하게 된다. 

어릴 때 겪었던 것과는 또 다른 시각에서 만나는 그런 제약과 공포에서 어떻게든 나름대로 반항하고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던 마르잔을 보면서 그래도 그녀는 축복 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란 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 가도 그녀의 부모님 만큼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딸을 객관화해서 이해하는 부모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오스트리아에서도, 이란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결국은 파리로 나가 이렇게 자신의 얘기를 제대로 펼쳐놓을 수 있었겠지.  

어린이의 시각이었지만 상당히 객관적인 면이 강했던 1권에 비해서 2권은 역사보다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느낌이 강하다.  재미나 감동이라는 면에서는 1권보다 솔직히 좀 별로긴 했다.  그래도 두번째 탈출이 완성되는 순간에 카타르시스는 함께 느낄 수 있었고, 2권을 사서 읽었다는데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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