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술의 역사 : 거울아 거울아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86
도미니크 파케 지음, 지현 옮김 / 시공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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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것과 비슷한 주제로 화장의 역사니 허영심의 역사니 등등 몇가지 책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꽤 끌리는 주제임에도 이상하게 읽게 되지는 않았다. 이 책은 100쪽 내외의 문고판이라서 부담없이 시작을 하게 됐지만 짧고 얇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가볍지 않고 상당히 흥미진진하니 재미있다.

이 책은 화장 중에서 특히 화장'술' 말하자면 기법에 포커스를 맞추고 얘기를 풀어나간다.  벽화와 엄청난 유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집트의 화장부터 잠시 화장의 침체기였던 그리스를 거쳐 다시 눈부신 화장기술의 향연이었던 로마, 다시 암흑기인 중세, 또 다시 융성하기 시작한 절대주의 왕정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몇년을 주기로 소위 쌩얼인 내추럴 메이컵으로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는 현대의 유행은 고대부터 내려온 그 유행의 텀이 조금 더 짧아진 정도의 반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대를 초월해 유행했던 화장술, 화장품을 총 망라해서 보여준다. 

분량의 제약이 있는 만큼 내용이 조금은 겉핥기이고, 인도와 아랍에 대해 스치듯 한두줄 언급한 것과 마지막 기록 챕터에서 중국의 전족에 대한 소개글을 제외하고는 서구에 포커스를 맞춘 내용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하고 있는 화장의 변천사를 만나보는데는 과히 부족하진 않다. 

나도 여자인지라 고대 그리스의 화장품 중에 아칸서스 뿌리에서 얻어낸 일종의 분으로 식초에 섞어 바르면 아무리 누런 피부도 아기 피부처럼 생생한 빛을 되찾았다라고 하는 '파에데로테'라는 것에 관심이 부쩍 생겼다. 아칸서스 뿌리를 구해서 한번 제조를 해볼까?  ㅎㅎ; 

하지만 발은 일주일에 한번 (-_-;) 머리는 두달에 한번 (으악!!!) 양치질은 적어도 1주일에 한번 하라는 19세기의 위생 권장 사항을 읽으면서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 등장하는 로맨틱한 장면에 대한 모든 환상을 버렸다.

그리고 내용과 어떤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책 앞편에 고대의 조각상과 비슷한 이미지의 현대 여성의 사진이 나란히 배열되어 있는데, 이게 꽤나 매력적이다.  특히 나부끼는 니케의 옷자락 부분이 강조된 사진과 역시 바람에 휘날리는 현대 여성의 옷자락의 나풀거림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진은 편집자들의 안목에 감탄을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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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소록
강희안 지음, 이병훈 옮김 / 을유문화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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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 낮에 전철 안에서 읽은 책이다.  두권을 들고 나갔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가까워서 이 한권만 다 읽고 들어왔음.

저 저자인 강희안은 우리가 역사 책에서 만나던 바로 그 강희안으로 이 책은 그가 살던 당시 있던 화초며 나무들에 대한 품평과 그가 직접 키운 식물들의 특성이며 어떻게 하면 잘 키우고 월동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을 기록해 놓았다. 

책의 정체성은 조선 초기의 선비가 쓴 식물 가꾸기 교본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어떤 식물은 어떤 흙과 어떤 조건을 좋아하는지는 물론, 화분에 키울 경우 어울리는 화분 종류와 월동 방법까지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강희안처럼 화초 가꾸기를 즐긴 사람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지침서였을 것 같다. 

하지만 한 500여년이 흐르다 보니 이 책은 단순한 실용서를 넘어서 이제 조선 초기의 식물학 도감인 동시에 당시 화초에 대한 역사서로서 가치를 갖게 된 것 같다.

매란국죽 사군자 외에 치자, 백일홍, 서향, 작약 등등 참 많은 꽃과 식물들을 우리 조상들이 키우고 완상하고 또 그 안에서 많은 작품과 생각들을 쏟아냈구나 하는 그런 깨달음을 준다.  그리고 식물 배치에 대한 유행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화초들에 대한 선호와 평가에 대한 기록들도 지금 보기에는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게 많다.

이 책 중에 개인적으로 조금 궁금한 것 하나.  세종대왕이 밤새 고생하는 집현전 학사들에게 유자를 내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릴 때 역사책에서 읽었던 부분으로 그 책에서는 분명 귤이라고 했었는데?  그것도 제주도 귤보다 훨씬 달고 최상품인 동정호 귤. (<- 중국산 수입품이란 얘기)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거나 하는 말을 유자로 써놓은 걸 보면 아마 당시에는 귤을 유자로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이건 나중에라도 기회가 닿으면 한번 확인을 해보고 싶다.

조선 후기로 가면 일부 실학파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공자왈 맹자왈만 해서 재미가 없는데 그래도 국가의 역동성과 학문의 유연함이 살아있던 조선 전기까지엔 재미있는 책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책들의 번역이 많이 이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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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의 언어 : 정교한 상징의 세계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7
조르주 장 지음 / 시공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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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인데 주로 외출용으로 활용하다보니 어영부영 밀려서 해를 한참이나 넘겼다.  일단 책이 어디론가 휩쓸려 들어가서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게 늦어진 가장 큰 원인이기도 했지만 그다지 쉽게 읽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림이나 언어 등의 각종 상징 체계와 기호에 대해 풀어놓은 책이라는 게 초간단 요약이겠지만 그렇게 간략하게 정리하기에는 참으로 복잡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원시 시대의 벽화부터 고대, 중세, 근대의 각종 그림이나 기록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기호인 문자와지도-지도가 기호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인지했음-에 이르는 그 복잡다단한 내용들을 서양에 크게 치우치지 않고 다른 문화권까지 다 담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일단 이 책을 한 권 읽는 것만으로 기호와 상징 체계에 대한 '학문적인' 서술을 읽을 준비 작업은 충분히 될 것 같다는 판단을 조심스럽게 하게 되는데... 그런 만큼 제목에서 풍기는 그런 흥미진진한 재미는 그다지 없다.  판타지 라이브러리 류나 장미의 이름, 프리메이슨 탐구 류의 그런 스타일의 박진감 넘치는 픽션의 세계를 오가는 내용을 기대하면 지루하고 실망을 하게 될 것 같다.

130여쪽에 걸친 기호에 대한 설명글도 좋지만 이 책 시리즈의 후반부에 모아놓은 기록과 증언 부분은 늘 그렇듯 참 읽을만한 내용으로 꽉 차있다. 

제삿날 죽은 사람의 무덤에 음식을 싸들고 가는 게 우리나 중국, 일본과 같은 동양 문화 뿐 아니라 그리스에도 있었다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일이다.  그리고 유럽 도시들에서 흔히 보는 그 푸른 표지판이 시청 직원의 작품이었다는 사실도. 이런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것은 독서가 주는 즐거움인데, 작은 책임에도 그런 소소한 재미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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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그린 건축 일러스트 백과 한국전통문양 시리즈 3
유병용 엮고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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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라는 제목을 부칠 자격이 있는 섬세한 우리 건축물에 대한 그림이다.   

사진으로 놓치기 쉬운 목조 건축물의 짜임이라던가, 성벽의 돌을 쌓아 올린 모양새며 담이나 굴뚝 등의 다양한 모습들이 그림으로 꼼꼼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책에도 오타가 아닌가 싶은 것 -봉정사 극락전이 맞지 싶지만... 봉성사라는 곳의 극락전이라는 곳도 존재할 수 있으니...- 들이 간간히 눈에 띄고 설명은 별로 없지만 고건축물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그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꽤 유용한 내용들이 많다.  특히 건축 양식이나 기법이며 각각 설치물의 명칭이 꼼꼼하게 기재되어 있어서 간단한 그림 사전 역할도 가능할 것 같다.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그럭저럭이었지만 자료로서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별 세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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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그림 (리커버)
타샤 튜더.해리 데이비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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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머리 복잡하고 세상만사가 다 귀찮을 때 부담없이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읽을거리로 이 할머니의 책은 정말 딱이다.  어른임에도 이 할머니의 동화책들을 사볼까 지금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을 정도로.  ^^;

다른 책에서 단편적으로 드러나던 타샤 튜더의 일생을 그림과 함께 정리한 책으로, 예쁜 그림과 목가적인 생활 뒤에 숨은 그녀의 그다지 녹록치 않은 삶의 단편들을 보여준다.  대충 나온 프로필에서 받은 인상은 재능있고 명망 있는 부모를 둔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나 성장했고, 인생관이 다른 남편과 헤어져서 자신의 능력으로 아이들을 키워낸 훌륭하고 능력있는 어머니이자 여성으로 봤는데 이 간략한 요약 뒤에는 참 평탄치 않은 시간들이 있었고, 도움이 안 되는 어머니에다 남편은 대충 요약한 글에서보다 더 찌질한 인생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들이 하나 같이 아름답고 그늘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감탄.  그림 동화 스타일의 그 호화로운 환타지가 아니라 아기자기하고 목가적인 환상을 자극하는 그림들이랄까.  넓은 농장이나 목장에 예쁜 집들이 있는 작은 마을, 그 안에 아기자기한 살림살이와 동물, 아이들이 있는 그림-타샤 튜더의 그림은 아니었다- 을 보면서 혼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그림들이었고, 그녀가 구현한 그 따뜻하고 예쁜 세상을 만나는 시간은 예상대로 충분히 행복했다.

이런 삶을 사는 건 내겐 불가능이지만 대리 만족의 기쁨을 주는 그녀에게 감사한다.  9.11 이후 제정신을 잃은 미국에 대해 정이 똑 떨어져서 방문 의사가 0%로 추락한 터라 -그래서 올해 비자 만기인데 연장신청도 안 했다- 내가 만약 미국에 가게 된다면 그 이유의 90%는 타샤 튜더의 정원을 보고 싶어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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