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사랑 이야기 살림지식총서 91
안재필 지음 / 살림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천원 적립금 주는 5만원 넘기려고 제목만 보고 대충 골라 집어 넣었는데... 세부 내용을 확인했으면 안 샀을 확률이 높은 책이다. 책 제목 작명이 마케팅에 얼마나 영향을 많이 끼치는지에 대한 긍정적인 사례에 넣어도 좋을듯.  ^^

팝음악 팬이라면 세기의 사랑이라고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일반인으로서는 도대체 이게 왜 세기의 사랑인지에 대해서 솔직히 좀 의아한 내용이다.  그나마 존 레논과 오노 요코 커플의 경우는 히피 문화와 반전 운동 등 당시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파급력이 컸기 때문에 나름대로 한 시대를 주름잡고 영향을 줬던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영.... 특히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저스틴 팀버레이크 커플은 장수를 늘리기 위해 억지로 논리를 맞추어 끼워 넣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 커플인 대충 만나서 눈 맞아 잘 산 줄 알았더니 나름 파란만장했더군.  그나마 내가 알고 관심이 있던 이름들이라서 이 부분은 재미 있었다.  가수 개개인의 삶과 그 과정에서 잉태된 노래들을 연결성을 설명해주는 부분도...

팝 음악 관련 잡지의 테마 연재 기사 정도의 퀄리티를 기대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뒷 얘기를 아는 쪽에 포커스를 맞춰 가볍게 읽는다면 크게 실망은 없겠지만 그외에는 그냥저냥.   

별 두개 반.  알라딘의 별점은 정말 수정이 필요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양기생 왕수복 10대 가수 여왕되다 - 기생이 쓰는 기생 이야기
신현규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식민지 시대에 가수로서 명성을 누리고 그것도 기생 출신임에도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을 낳고 비교적 평온한 삶을 살다가 북한의 인민예술인으로 추앙받았던 여가수에 관한 내용이다.  이 시대의 대중 예술인 상당수가 짧은 영광을 뒤로 요절하거나  비참한 말년을 보냈던 것과 비교해서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효석의 임종을 지켰다던 그 기생이 바로 왕수복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해주는 책이기도 했다. 

책의 제목이나 내용 설명을 봤을 때 식민지 시대와 그 시대의 대중 예술 그리고 왕수복이라는 여가수에 대한 다양하고 심도 깊은 사실을 만날 거라고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기대를 가진 사람에게는 좀 실망스럽다.  전반부는 왕수복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중후반부는 당시 잡지에 소개됐던 왕수복의 모교인 평양기생학교나 왕수복의 인터뷰 전문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나머지 분량은 왕수복의 삶에 대한 설명인데 책 자체도 작고 얇은데다 내용은 좀 빈약한 편이다.

지식적인 측면으로는 실망스러웠지만 요즘 가십 기사를 보는 것 같은 그런 관음증적인 즐거움은 준다.  문학사에서는 이효석의 임종을 지킨 기생으로만 소개되던 여인이 바로 당대 최고의 가수였다는 사실은 내게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왜 이 이름을 그동안 알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다 보니까 월북 예술인.  평양이 고향인 그녀는 북한에 남게 되고 인민 예술인으로 대접 받으면서 제2의 전성기까지 구가한다.  이런 상황이면 90년대까지 한국에서는 감히 이름을 내뱉는 것조차도 금기시되었을 것이다.  꽤 많은 그녀의 음반이 혹시라도 빨갱이로 몰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쥐도 새도 모르게 쪼개져서 불쏘시개로 쓰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또 왕수복이 결혼한 그 김광진이 노천명 시인의 연인이었고 월북했다던 대학교수라는 사실은 단편적으로 끊어져있던 꼬리랄까, 당대의 연애족보가 완성되는 느낌?  고고한 시인보다는 가수가 더 매력적이었던 모양이다.  ^^;  만약 김광진이 왕수복 대신 노천명과 결혼했다면 우리는 사슴이라는 시를 90년대가 되어서야 알 수 있었겠지? 라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그랬다면 김완선의 그 치욕의 기린 사건은 없었을 텐데. ㅋㅋ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기 망정이지. ㅍㅎㅎㅎㅎㅎㅎㅎ;;;;) 

인기 절정에서 공부를 택하고 또 컴백하려는 시점에 일본어로 민요를 부를 수 없다는 이유로 은퇴를 택한 것.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그 덕분에 최승희나 다른 많은 예술가들이 덮어썼던 친일파의 굴레에서 자유로웠고 남편과 함께 숙청이 잦은 북한에서 대접받고 살다가 애국열사릉에까지 안치될 수 있었겠지.  인생은 눈앞의 이익을 보지 말고 길게 봐야 한다는 교훈을 이쯤에서 얻게 됨. 

잡지의 심층 취재 류의 특집 기사 정도를 기대하면 큰 불만이 없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왕의 책
윤희진 지음 / 황소자리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한 소감은 딱 이렇게 정리가 될 것 같다.  고려와 조선의 몇몇 왕과 그들이 대표적으로 읽었던 책 이야기. 

고려의 광종부터 조선 태종, 세종, 성종, 연산군, 선조, 효종, 영조, 정조, 고종까지.  나름대로 부침이 심한 시기를 살았던 왕들에게 각기 의미가 있었던 책과 왜 그 책을 선택했는지 역사적인 배경을 간단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선택은 세종처럼 순수하게 학문적인 이유로 자발적인 경우도 있고, 또 효종처럼 신하들을 회유하기 위해 그들의 선택을 자발적인 양 받아주는 형식인 경우도 있고 또 다른 경우들은 자신들의 정책이나 의지를 펼치기 위한 사상적인 배경을 깔기 위한 것도 있었다.   길어야 2-30쪽 내외로 책을 중심으로 왕의 일대기와 정치를 보여주는 시도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이름만 알고 있는 그 고리타분한 경전과 사서들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읽는 즐거움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들었던 부수적인 생각은... 역사는 정말로 여러가지 버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같은 사실을 놓고 내가 이전에 읽었던 다른 책에서는 전혀 다른 내용을 내놓았었는데, 예를 들어 영조를 놓고 보면, 숙종이 경종 대신 영조를 염두에 뒀다는 글을 읽었는데 여기서는 명빈이 낳은 다른 아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그 아들이 일찍 죽었기 때문에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내용을 적고 있다.  이런 식의 다른 해석을 소개한 내용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어느 버전이 진실인지는 당사자들만이 알겠지.

여하튼 이 책을 읽으면서 왕노릇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격무에 만날 잔소리만 하고 견제하려는 신하들과 싸우는 것도 힘든데 공부까지 해야 하다니...  그래도 황제 몇몇이 아무 것도 안 하고 놀고 먹다가 2백년 만에 말아먹은 명나라를 보면, 왕권이 절대적이지 않았기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그리 비실비실하면서 5백년을 버텨왔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훈구대신들, 혹은 권문세가로 표현되는 지배층들은 자기들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도 자기 숙주가 완전히 죽는 것은 막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왔고 간간히 그것보다 더 노력을 하는 인물들도 있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비의 사기꾼들 - 노벨상 수상자의 눈으로 본 사이비 과학
조르주 샤르파크 외 지음, 임호경 옮김 / 궁리 / 200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월드컵 최고의 스타인 그 문어(요리를 잘 하는 어느 불로거는 낙지라고 하더라) 파울이 떠올라서 더 재미있게 본 책이다.  나를 포함해서 요맘 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딱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해야겠다. 

책의 귀절을 옮기는 일은 귀찮아서 잘 하지 않지만 이 책은 첫번째 장의 첫머리에 마지막까지 끌어나가는 이 저자의 불타는 사명감과 전체 내용을 요약해주는 내용이 있어 일단 그걸 받아 적으면서 이 감상문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마법사들을 무시한다고? 당치 않은 소리!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의 신이 점지한 이 놀라운 세계에서 매혹과 경기,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마법에 걸려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갖가지 신앙, 종교, 철학, 그리고 과학을 통해 이 마법을 풀어나가고 그것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250여쪽의 그다지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이 책에서 조르주 샤르파크와 앙리 브로슈는 이렇게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거대한 마법과 신비, 갖가지 예지능력이나 초능력, 점성술이나 점술, 수수께끼 같은 현상 등등. 비유하자면 내 달나라에 있는 귀여운 토끼들을 아주 냉혹할 정도로 거침없이, 모조리 쫓아내고 있다.

나는 의심이 많기는 하지만 상대와 싸우기를 귀찮아하기 때문에 내 일상에 큰 지장이 가지 않는 것은 대체로 믿어주고 수긍을 해준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기 때문에 세상에 설명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편리한 설명으로 도피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데 이 저자들은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포기한 부분에 대해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증명을 해주고 있다.  

팍팍한 세상에서 도락거리가 되고 뭔가 희망을 주는 믿고 싶은 것과 별도로 가능한 객관적인 정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 나. 약간은 신비주의자고 비논리적인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신비와 사실을 바꾸고 싶진 않다.) 유용한 책이라고 평가를 하고 싶다.

하지만 신비의 사기꾼들을 물리치기 위해 칼을 뽑아들고 나선 이 저자들이 커품을 물고 분개한 경험담을 보면 믿고 싶은대로 믿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모양이다.  이 책임을 그들은 이미 진상이 밝혀진 사실을 신비인 양 포장해서 대중들을 호도하는 언론에도 상당 부분 돌리고 있는데 그 성토 내용을 읽으면서 뜨끔하는 동시에, 지성과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프랑스도 별볼일 없구나~  우리나라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속으로나 미스테리 극장만을 욕할 수는 없는 거였군~ 이라는 웃음도 슬그머니 떠올랐다.

언론에 의해 유포된 신비술이 기업화가 되면서 순진한 사람들을 홀려 패가망신을 시키는 것은... 문화권과 상관없이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달갑잖은 깨달음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프랑스처럼 점성술사가 바로 점성술로 박사학위를 받는 (<- 이건 내게도 충격이었음. 프랑스 박사가 얼마나 꼬장꼬장하고 힘든데... 그런 걸로 박사라니!!!  그 엘리자베스 어쩌고하는 여인네에게 최면술의 능력이 있지 않았나 싶다는.) 일은 없었지만 창조론을 생물학에 포함시켜 가르치려는 시도가 끈질기게, 그것도 멀쩡한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시도되는 걸 보면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닐 것이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더 막연한 것에 매달리게 된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독서였다.  하지만 저자 말마따나 나를 매혹시키는 신비를 굳이 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파울의 승리팀 예언이 로또 4등의 확률과 같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그 우연은 이뤄졌고 덕분에 우리는 아주 즐거웠으니까.  그리고 60억이라는 인구 비율로 따져서 통계를 내보면 수천만명의 사람들도 겪은 흔한 우연의 일치라지만 나 자신에게는 또 의미있고 기억에 남는 일들도 굳이 전혀 의미없는 일로 평가절하하고 싶지 않다.  교활한 자들에게 농락당하지 말라는 충고와 오직 바보들만이 절대로 자기 의견을 바꾸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 책의 내용 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해서도 유용하고 고마운 충고가 될 것 같다.

저자가 부록 형식으로 통계와 확률에 대한 재미있어 보이는 내용을 정리해 놨지만 '수학 방정식만 보면 귀신 만난 듯 오금이 저린다면 결론만 읽고 이 부록은 건너 뛰라는' 충고에 따라 나는 건너 뛰었음.  내게 조금만 더 수학이나 과학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었다면 중간중간 등장하는 예제나 테스트들을 직접 풀어보면서 좀 더 재미있고 알찬 독서가 됐을 것 같지만... 이건 능력 밖.  내게 그런 능력이 생긴다면 그거야말로 우주인에게 잡혀 가서 무슨 광선을 맞고 돌아온 그런 류의 기적에 속할 듯.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향료문화의 발달사
한상길 지음 / 신광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향수나 조향에 대한 관심이 많을 때 사놓은 책인데 이제야 겨우 읽었다.

인터넷 서점의 다른 리뷰에서도 공통적으로 나온 평가에 나도 동감.  흩어지거나 단편적인 내용을 시대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잘 묶어서 향료 문화의 발달에 대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동양의 향료 문화와 그 역할에 대해서도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설명해줬다는 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서구에서 나온 책들은 이집트, 그리스, 로마로 계보를 이으면서 동양권은 인도나 아랍에 대한 단편적인 소개 외에는 주로 향료의 공급지로 취급하는 -대놓고 그렇지는 않지만 뉘앙스나 연구 측면에서- 경우가 많아 은근히 빈정 상하고 또 갈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 책은 저자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한국의 향료 문화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해줘서 새로운 정보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만날 수 있는 정보의 한계 때문인지 유럽의 중세를 다루는 3장부터 현대까지는 철저하게 서구 중심이다. 현대로 들어와서는 향료와 향수 산업 자체가 바로 서구가 지배하는 패션 산업과 곧바로 연결된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동양권의 히트작이나 산업화 노력에 대해서도, 또 한국 관련 정보도 좀 조사를 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들었다.  (한국 관련 부분은 나중에 책 뒷말미에 저자의 약력을 보고 그 한계를 이해해주기로 했음.  한국에서 그나마 고가의 향수를 내놓고 연구하는 곳은 한국화장품이나 태평양 쪽인데 LG에 근무하고 계시면서 타사 홍보를 해줄 수는 없었겠지. 이 연구는 은퇴 후에나 가능할 듯.)

근현대 부분은 여러 해외 자료를 발췌해 묶어낸 편역의 느낌이 강하다.   내가 이런 원서들을 줄줄이 읽어낼 실력이나 시간, 또 그저 흥미를 가진 관심 분야에 대한 고가의 자료를 구입할 돈이 있는 것은 아니니 여기에 불평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문장을 좀 더 다듬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초벌 번역을 읽을 때 같이 분명 한국말임에도 엄청 꼬여서 헷갈리거나, 앞뒤 문맥을 파악하면서 내용을 짐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매 페이지 양쪽에 향료의 재료가 되는 허브나 동물들, 또 향료와 관련된 정보들을 짤막짤막하게 정리해놓은 건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쪽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음.  다만 (물론 똑같은 내용이 그대로 복사되어 펼쳐진 건 아니지만) 앞서 설명을 해줬던 식물이나 재료가 뒤쪽에 다시 또 나온 건 좀 의아했다.  그렇게 중복시키지 않고도 소개해줄 것들이 모자라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막판에 투덜거림이 좀 많기는 했지만 향료와 향수의 발달사에 대해, 또 세계적인 조향사들이나 향수 관련 정보를 죽 꿰는 데 좋은 출발이 되는 책이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볼 예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