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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향기 문화
박중곤 지음 / 가야넷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목차를 보고 선택했고, 상당히 기대감을 품고 읽기 시작했지만 내용은 그렇게 기대만큼 풍부하지가 않다. 특히 우리 역사와 전통 속의 향기에 대한 내용은 쌀밥에 콩이 아니라 쌀밥에 돌 수준. 이건 저자의 문제라기 보다는 향기에 대한 기록이 너무 남아 있지 않은 역사적인 배경 탓이니 크게 불평할 수는 없을듯.
대신 농민신문 기자였고 또 한국허브협회에서 한자리 하고 계신 저자의 약력을 보건대 당연하겠지만 현재 한국의 허브 문화랄까, 서구에서 유입된 허브들과 우리의 토종 향료 식물들에 대한 소개와 쓰임새에 대해서는 꽤 자세하다. 나온지 10년이 넘은 책이다보니 낡거나 이제는 사실과 다른 정보들도 간간히 있지만 전반적으로 참고할 내용들이 제법 있다.
한국을 지역별로 구분해서 각 지역의 특산 식물과 연관된 허브, 또 당시 막 뿌리를 내리고 있던 허브 농원이며 허브 식당에 대한 소개들도 해주고 있는데... 지금 명성을 떨치면서 남아 있는 곳과 사라진 곳들의 이름을 보면서 그 사업의 부침을 느끼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듯.
한불에서 향수 사업에 그렇게 연구를 많이 하고 노력을 했는지는 몰랐다. 국내 회사에서 출시한 향수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리리코스 정도 뿐이라... 향수 시장은 진짜 보수적이고 선입견이라는 걸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우리 향기문화나 산업 소개만으로는 책 한권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었는지 허브를 활용한 요리, 비누, 아로마테라피, 정원 만들기 등 실용서에 적합한 내용들도 한 장을 활용해서 소개하고 있고 후반부는 프랑스, 영국, 일본의 허브 산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 그라스에 가보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겼음. 그 유명한 허브 밭들을 보는 것과 프나고라르 향기 박물관, 향수 공장들 견학만으로도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유럽에 갈 때는 꼭 들러봐야겠다. 그리고 톰 포드가 '엔비'를 조향했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인지 다시 좀 알아봐야겠음. 사실이라면 톰 포드는 진짜 초천재 인증. 디자이너가 조향까지? 대단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