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숲 17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손희정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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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일종의 쉬어가는 페이지?

카이보다는 카이의 오랜 라이벌 (물론 카이는 의식하지 않지만) 아마미야 슈우헤이와 웨이 팡에게 촛점이 맞춰진 17권이다. 

충격적으로 탈락한 아담스키와 대화를 통해 조금은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던 슈우헤이는 부친의 기대감에 다시 또 엄청난 긴장 모드로 돌입하는 게 한 1/3정도.  이 만화에서 유일하게 예쁘게 그려지는 -그나마 비중이 좀 있는- 여성 캐릭터인 소피의 연주가 조금, 그리고 웨이 팡의 연주로 나머지 부분이 채워지고 있다.

지난 권에서는 웨이 팡이 아지노가 모르는 사생아가 아닐까 했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  ^^;  자세한 내용을 적으면 아직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폐가 되니까 그건 생략~  어쨌든 내 예상이 너무도 확실하게 빗나가서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의표를 찔러주는 내용 진행이 참 좋다.  그래서 몇년씩 잠수를 하는 극악 연재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를 계속 기다리는 거겠지.

이번 편도 재밌긴 했지만 그래도 카이가 중심이 되는 지난 권처럼 두근거리는 그런 박진감은 없다.  그래도 다음 권에서 긴장이 조금 더 고조가 되거나 극적인 장면에서 또 다음 권으로 이어지는 그런 카이의 특별한 피아노가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기에 또 즐겁게 18권을 기다리겠다.

그리고 만화의 힘이라는 게 꽤 엄청난 것이... 지난 수십년간 공언해 왔다시피 난 쇼팽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  내 눈 앞에서 역사상 최고의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부닌, 아쉬케나지, 키신이 연주를 해도 '잘 치는구나~' 이상의 감흥은 느끼지 못했는데 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쇼팽이 엄청 듣고 싶어지고 올해 열리는 쇼팽 콩쿠르에 가보고 싶다는 충동이 무럭무럭 생겨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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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101가지 시리즈
메튜 프레더릭 지음, 장택수 엮음 / 동녘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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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예술로 포함을 시켜서 본다면 이 저자인 매튜 프레데릭 역시 예술가적인 센스와 감성이 꽤나 있는 스타일인 것 같다.  건축이라는 제목과 달리 책이 굉장히 스타일리쉬하고, -본래 책이 이랬는지 아니면 국내 번역본의 디자인 컨셉인지 모르겠지만-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주로 갖고 다니는 작은 메모용 스케치북 사이즈와 모양을 갖고 있어서 정말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단상들을 적어놓은 그런 메모공책 같은 그런 느낌을 준다.

내용도 책을 펼치면 그림이랄지... 아니면 건축 스케치랄지... 문외한으로서는 좀 모호한 디자인 컨셉 하나가 하나가 있고 옆 페이지에는 짧은 설명이 있다.  이 설명은 옆에 있는 그림에 대한 풀이일 경우도 있고 큰 연관성이 없는 다른 경구인 경우도 있고 다양하다.

내용 자체가 가볍기는 해도 초보자에게 적합한 팁이라기 보다는 건축가 내지 그 지망생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내 집을 건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실질적인 정보와 상관없이 볼 때는 그냥 광범위한 인간사나 세상사에 대한 어떤 공통점을 찾아내는 그런 예상 못한 즐거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실질적인 면에서 전혀~ 쓸모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음.  건축주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아주 유용하고 훌륭한 기본적인 개념 정립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은 제법 있어서 표시를 해놨다.

그건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찾아서 보면 될 거고, 그냥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할 것 같은 내용들을 몇개 기록을 해두자면, 단순성 -> 복합성 -> 학습된 단순성이라는 앎의 세단계.  자연과 사회의 복잡한 구조를 알고 있으나 명확한 패턴이나 연결점을 찾아내지 못하는 복함성의 단계에 머물고 있는 나를 복잡한 상태 속에서 명확한 패턴을 발견하고 창조하는 능력, 패턴 인식의 그 학습된 단숭성의 단계로 열심히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음.

내 집을 위해서는 '더 큰 맥락을 고려해 설계하라. 의자는 방에 있고, 방은 집에 있으며, 집은 마을에 있고, 마을은 도시계획 안에 있다.' 를 택하겠다.  그런데 써놓고 보니 이건 기껏해서 30-40평대의 전원 주택을 꿈꾸는 내가 아니라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기만 하면 디자인이고 발전인줄 아는 이메가 오메가 일당이 더 참고로 해야할 소리 같은데... 가망이 없음. -_-;

그리고 가장 와닿은 것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할머니가 이해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는 여러분은 그 주제를 잘 모르는 것이다' 이건 정말 우리 업계를 포함해 특히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각골명심해야할 교훈일 것 같다.   

엄청나게 두꺼운 책인데도 남는 게 거의 없는 게 있는 반면 이렇게 100쪽을 겨우 넘기는 작은 책인데도 많은 걸 남기는 책이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저자의 내공이란 건 존재하는 모양이다.  글쓰는 스타일이나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저자 부분을 찾아봤더니 파트너 어쩌고 하시는 헌사가 나온다.  이분도 95% 이상 게이인듯.  예술성과 호모 섹슈얼리티의 연관성은 인정을 해줘야할 것 같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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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가물 걱정없는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박지영 지음 / 청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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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왔을 때부터 사려고 계속 벼르고 있는 책이었는데 여름을 넘기니 또 조금 흐지부지되고 잊고 있었다가 최근 50% 할인이 뜬 걸 보고 잽싸게 구매를 했다.

읽고난 소감은.... 콜레스테롤과 각종 첨가물의 문제로 한동안 끊고 있었던 아이스크림이 미친 듯이 땡기기 시작했고, 이 욕구를 채우려면 냉동실 정리를 왕창 좀 해서 공간을 만든 다음 몇년 째 휴업중인 내 아이스크림 기계를 냉동실에 좀 넣어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음.  ^^;

우리나라에 아이스크림 기계라는 게 없던 당시 미국에서 힘들게 구해와서 그 기계에 딸린 레시피북을 보면서 한동안 열심히 해먹었는데 늘 그래왔듯 귀차니즘도 생기고 또 결정적으로 이사다니면서 그 레시피북을 잃어버린 뒤로는 좀처럼 하지 않고 있었다.

달걀을 쓰는 프렌치 아이스크림 만들기를 기본으로 하는 (=칼로리가 무지 높고 상대적으로 손이 좀 더 많이 가는) 아이스크림 많다는 게 살짝 불만이긴 하지만 쉽게 해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고 다양해서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따라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한국 하겐다즈에서는 매장에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버터 피칸을 좀처럼 갖다 놓지 않아서 그 맛에 굶주렸는데 조만간 내 손으로 만들어 먹어야겠다.  ^ㅠ^   그리고 고디바 코코아 파우더를 넣고 이태리에서 사온 찐~한 초콜릿을 듬뿍 녹여넣은 다크 초콜릿 퍼지 아이스크림도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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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향기 문화
박중곤 지음 / 가야넷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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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보고 선택했고, 상당히 기대감을 품고 읽기 시작했지만 내용은 그렇게 기대만큼 풍부하지가 않다.  특히 우리 역사와 전통 속의 향기에 대한 내용은 쌀밥에 콩이 아니라 쌀밥에 돌 수준.  이건 저자의 문제라기 보다는 향기에 대한 기록이 너무 남아 있지 않은 역사적인 배경 탓이니 크게 불평할 수는 없을듯.

대신 농민신문 기자였고 또 한국허브협회에서 한자리 하고 계신 저자의 약력을 보건대 당연하겠지만 현재 한국의 허브 문화랄까, 서구에서 유입된 허브들과 우리의 토종 향료 식물들에 대한 소개와 쓰임새에 대해서는 꽤 자세하다.  나온지 10년이 넘은 책이다보니 낡거나 이제는 사실과 다른 정보들도 간간히 있지만 전반적으로 참고할 내용들이 제법 있다.

한국을 지역별로 구분해서 각 지역의 특산 식물과 연관된 허브, 또 당시 막 뿌리를 내리고 있던 허브 농원이며 허브 식당에 대한 소개들도 해주고 있는데... 지금 명성을 떨치면서 남아 있는 곳과 사라진 곳들의 이름을 보면서 그 사업의 부침을 느끼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듯.  

한불에서 향수 사업에 그렇게 연구를 많이 하고 노력을 했는지는 몰랐다.  국내 회사에서 출시한 향수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리리코스 정도 뿐이라... 향수 시장은 진짜 보수적이고 선입견이라는 걸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우리 향기문화나 산업 소개만으로는 책 한권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었는지 허브를 활용한 요리, 비누, 아로마테라피, 정원 만들기 등 실용서에 적합한 내용들도 한 장을 활용해서 소개하고 있고 후반부는 프랑스, 영국, 일본의 허브 산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 그라스에 가보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겼음. 그 유명한 허브 밭들을 보는 것과 프나고라르 향기 박물관, 향수 공장들 견학만으로도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유럽에 갈 때는 꼭 들러봐야겠다.  그리고 톰 포드가 '엔비'를 조향했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인지 다시 좀 알아봐야겠음.  사실이라면 톰 포드는 진짜 초천재 인증.  디자이너가 조향까지?  대단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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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와 풍류 - 일본 헤이안시대 궁중 여인들의 삶
권혁인 지음 / 어문학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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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보관함에 있다가 드디어 지른 책이다.  한일을 통털어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 상품이 되어 있는 세이메이 덕분에 눈에 어느 정도는 익숙한 헤이안 시대.  그 시대를 살았던 귀족 여성들의 격조 높은 풍류에 대한 서술이다.

일본시 하면 하이쿠 정도나 줏어듣고 있던 내게 정교하고 폭넓게 쓰인 와카에 대한 내용과, 그 대결에서 진 시인은 충격으로 거식증에 걸려 굶어죽기까지 하는 그 히스테릭한 열정이랄까.... 자존심은 충격에 가까웠다.  끼니를 제대로 떼우는 것이 지상과제였던 평민 여성들에게는 꿈같은 세계였을 와카를 통한 도락이며 황궁에서 횡행했던 그 자유연애 풍조는 현대인의 시각에서 봐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

결혼과 이혼, 의식주, 문화, 종교 등 헤이안 시대 상류사회 여성들의 생활과 풍습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재미있고 또 꽤 알찬 독서였다.  고대 여인들과 남성들의 모습에서 흔히 우리가 현대 일본인들을 규정하는 모습들이 종종 내비치는 걸 보면서 민족적 성향이라는 건 일종의 DNA 처럼 유전 정보로 내재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성장한 사회가 만들어내는 후천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도 살짝 의문을 갖게 되기도 했고.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게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목차를 보니까 읽을만한 내용인 것 같아서 거금을 주고 질렀는데... 책이 가격에 비해 좀 얇기는 하지만 내용의 질만큼은 만족하다.  이란 만족감은 내가 일본 역사나 이런 방면에 문외한에 가깝기 때문에 가능한 걸수도 있을 것이다.  좀 알거나 많이 읽은 분야는 기존의 독서를 바탕으로 오류에 대한 의문이나 교차 검증이 가능하지만 이 분야는 비교할 만한 다른 독서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모조리 내게는 새롭고 진리였다 걸 감안해야할 듯.  ^^

옛날에 애들이 ~비치, ~스키, ~프로 끝나는 러시아 이름들이 너무 복잡해서 톨스토이니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을 도저히 읽지 못하겠다고, 앞으로 돌아가서 이름 찾아보다 세월이 다 간다는 소리를 들을 때 도대체 쟤네들이 이런 간단한 이름들을 갖고 왜 저렇게 헤매나 했는데 각자 눈에 쏙 들어오는 국가가 있는 모양.  얘가 쟤 같고, 쟤가 얘 같고.  이름이 헷갈려서 엄청 헤맸음.  안 그랬으면 더 빨리, 더 효과적이고 재밌게 읽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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