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는 정말 암흑기였나 살림지식총서 25
이경재 지음 / 살림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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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간혹 어떤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다, 봐도봐도 내용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를 할 때면 난해한 부호나 수식, 혹은 외국어도 아닌 우리 말로 된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어려워서 못 읽겠다는 소리를 할 수 있나? 했는데 이번에 내가 그랬다. 

글자는 분명 세종대왕님이 우리를 불쌍히 여겨 만들어주신 한글이건만, 왜 이렇게 빙빙 겉돌기만 하는지...  도발적인 제목과 한 때 중세 로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역사까지 섭렵을 했던 -옛날 판형 작은 글자임에도 무시무시한 두께의 유럽 중세사와 근세사를 고딩 때 다 읽었다는.  ㅎㅎV- 나름대로의 기초를 믿고 어떤 신선한 관점이 있을지 기대를 했는데 이 책은 지식보다는 사상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허우적거리다가 저자의 약력 등을 살펴보니, 일종의 종교 철학적인 개념에서 중세 시대를 풀어나간 것 같다는... 그야말로 코끼리 다리 만지기 정도의 개념만이 어렴풋이 잡힌다.  (<- 솔직히 이것도 제대로 파악한 건지는 장담 못 함)   

어려워~어려워~ 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길지는 않아서 나름대로 꼼꼼하게 읽기는 했다.  그런데... 다 읽고 난 지금도 중세가 왜 암흑기가 아니었는지에 대해 명확한 이해나 동조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철학적인 사유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사상적 바탕이나 공감대도 중요한데 아마 이 부분에서의 차이가 책을 더 어렵게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종교+철학의 결합은 학문적인 이해도나 개인적인 호감도 측면에서 바닥이라..  ^^;  

가벼운 지식 쌓기나 초보적인 개념 정리를 위해 살림지식총서를 읽는 사람들에겐 좀 당황스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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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세계사, 음식이 만든 역사 -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음식 이야기
21세기연구회 지음, 홍성철 외 옮김 / 쿠켄(베스트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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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의 책들이 워낙 많이 나오다 보니 예전과 달리 별로 새롭거나 확 땡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종의 중독처럼 간간히 당기고 또 읽고 싶어지는 것이 음식에 관한 책인 것 같다. 

비슷한 주제로 꽤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서구인이 쓴 게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크다.  동양권은 그야말로 밥알의 콩도 아니고 돌 수준으로 간간히 -그나마 오류인 경우가 많은- 등장하고 철저하게 서구 중심의 세계관과 문화관을 펼쳐나가는 서술들은 지금까지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좀 다른 동네에서 바라본 걸 읽고 싶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일본 역시 지정학적 위치만 동양에 있을 뿐 스스로를 동양이 아니라 서양으로 착각하고 그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최소한 정보의 측면에서는 나을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고 일본의 서양 컴플렉스가 많이 극복이 됐는지 자신의 발이 딛고 있는 공간이 일본이라는 걸 잊지 않고 자국과 연관된 음식 문화와 역사를 많이 소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덩달아서 한국, 중국도 그나마 밥알의 콩, 혹은 보리 정도로는 등장하고 또 동남아며 아프리카, 남미까지도 제법 비중을 가지고 폭넓게 내용 소개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식재료나 요리 하나를 놓고 그 기원과 역사, 얽힌 얘기와 혹은 흔하게 알려진 오류들을 소개해 나가는 저술 방식은 호흡이 빨라서 읽기가 좋고 또 내용도 대부분 새롭고 상당히 재미가 있다.  예술과 요리는 통한다는 걸 증명이라도 해주듯 엄청난 대식가에 미식가였던 로시니나 뒤마가 요리사에 끼친 영향 등에 대한 부분들은 정말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따로 한 챕터를 활용해서 본문에 등장했던 유명한 인물들과 요리, 식재료에 대한 간략한 소개, 국가별 요리에 관한 속담 등을 몰아서 소개해준 건 참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아쉽다면 부분부분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 번역일지... 교정이랄까.  중간중간 그 문장의 흐름과 문맥, 단어 선택에서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확연하게 다른 느낌이 나는 챕터들이 있었다. 2명의 번역자가 함께 공동번역을 했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명이 감수와 교정을 했다면 이런 식의 튀는 부분은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시간 상의 문제였던지 아니면 편집과 교정의 나태였는지 모르겠지만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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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내력의 중국 황실 건강법 - 어의에게 듣는 생로병사의 비밀
자오양 지음, 이설영 외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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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작한 건 꽤 오래 전인데 이상하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용이 엄청 복잡하고 재미가 없거나 도저히 읽어 나갈 수 없는 문장이라서 지지부진한 책(<- 내게 이럴 정도면 심각함. ^^;) 도 아닌데 한 두어달 이상 끌어온 것 같다. 앞에 구구하게 붙은 사설 때문에 혹시 오해를 할까 싶어 미리 밝히자면 이 책은 꽤 재미있다.

제목을 보면 무슨 황실의 양생 비법을 줄줄이 모아 놓은 건간 관련 실용 서적의 느낌을 팍팍 풍기는데 실용적인 건강 관련 정보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코 주는 아니다.  이 책의 정체성은 황실을 중심으로 바라본 중국 의학과 의사들의 역사라고 요약을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명의의 대명사로 불리는 전국시대의 편작부터 시작해서 왕조별로 끊어서 각 시대를 대표한 명의와 그들이 황제와 황족, 귀족들을 치료한 에피소드와 대표적인 치료법과 양생법들을 소개하는데, 이 자체로도 중국 역사의 한 흐름을 훑어갈 수 있는 구조이다.  내용도 외부인들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활용해서 이때까지 봐왔던 어떤 중국 의학 관련 책들보다도 다양하고 또 새로운 내용이 많다.  

또 매 장의 끝머리에 해당 시대의 어용 의학과 그 기관에 관한 정보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요약을 해놓아서 활용하기 좋다.  덕분에 골머리를 앓던 몇몇가지 직책이며 조직의 구조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고 잘 써먹고 있음.  그리고 앞으로도 잘 이용할 것 같다.

중국 황제의 양생술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도 완전히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것이 중간중간 박스 형식으로 음식의 궁합이며 섭생법 등 현대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내용들은 따로 정리를 해놓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만 챙겨도 괜찮을 것 같다.  모두들 다 알고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매실과 돼지고기의 궁합이 아주 안 좋고 피해야하는 결합이라는 걸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그동안 돼지고기 양념하면서 매실액을 꿀이나 설탕 대신으로 많이 썼고, 매실주도 청주나 맛술 대신으로 활용했었는데 이제 돼지고기랑은 멀리하도록 해야겠다.

서태후의 아름다운 머릿결 관리 비법도 눈에 확 들어오긴 했지만 이건 서태후나 그 분홍색 밴틀리 끌고 다닌다는 4억 여인네가 아니면 불가능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트리트먼트라 포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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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규방문화
허동화 지음 / 현암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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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된 목차며 내용이 괜찮은 것 같아 구입은 하지만 좀 비싸다고 생각 했는데 책을 받아 펼쳐보면서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났다.  

다른 곳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꼼꼼한 정리에다 내용과 꼭 맞는, 그것도 고급스런 컬러 도판들을 보면서 이 정도 책이라면 이 가격은 충분히 줘도 괜찮겠다는 만족감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사재를 털어 오랫동안 우리 자수 공예품을 수집해서 자수 박물관을 열었고 자신의 소장품들과 연구 결과를 갖고 여러 권의 저서를 낸 것 같은데, 한 분야에 수십년 간 깊이 파고 든 소위 매니아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우리 자수의 역사와 그 도구들, 생활용품, 옷, 병풍, 불교 미술품 등의 우리 전통 자수들과 공예품을 하나하나 나눠서 찬찬히 설명을 해주고 있다.  쉽게 풀어쓴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의 소장품이기에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적재적소에 배치된 도판들은 책의 가치를 극대화해주는 장치인 것 같다.  저작권 등의 제약이 많다보니 내용은 한가득이지만 정작 백문이 불여일견인 사진이 없어 막막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그런 갈증은 거의 느끼지 않는다.

자료로, 편안한 독서로, 눈요기를 위한 소장용으로의 기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책.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보자기에 관한 다른 책이 있다고 하니 그것도 나중에 한번 사볼 생각이다.  그리고 조만간 시간을 내서 이 저자가 만들었다는 자수 박물관에 꼭 한번 가봐야겠음.  혹시 사인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책도 꼭 챙겨 가야지.  ㅎㅎ;  사인본에 전~혀 집착하지 않았는데 이 책 만큼은 저자의 사인을 꼭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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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2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5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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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이름은 간간히 들어왔지만 이 아저씨가 유명한 과학자라는 걸 제외하고는 정확하게 그 정체를 알지 못했다는 걸 먼저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책을 다 읽고난 지금도 노벨상을 받은 천재 물리학자라는 것을 제외하고 그의 위대성이나 업적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  아마도 수학이나 물리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기초나 조예가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좀 더 깊이 있고 이중적인 뉘앙스를 찾아가며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을 하긴 하는데... 솔직히 나처럼 거의 완전한 문외한에게도 이 책은 충분히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

이 책을 택한 목적은 내게 정말 미지의 분야인 물리학에 대해 아주 기초적인 입문 정도의 지식이라도 좀 얻어보려는 욕심이었다.  세계적인 과학자나 교수들이 흔히 내는 강의 형식의 입문서라고 생각하고 잡았는데 그런 목적에서는 한참 벗어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의 가장 비선호 목록에 포함되는 자서전이다.

만약 대부분의 자서전에 천편일률적으로 등장하는 자화자찬과 자기 미화로 가득 칠해져 있다면 내 돈을 아까워하면서,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잽싸게 중고 시장에 내놨겠지만 이 책은 자서전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머가 넘치고 유쾌하다.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파인만이지만 만약 살아 있다면 찾아가서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즐거운 괴짜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미술과 음악 등 다방면에 걸친 그의 관심과 바람둥이로서의 일상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에 많이 떨어져 있지지만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며 과학자로서 그의 탐구욕이나 사실에 접근하는 집요함에 관한 수많은 일화들은 그가 정말 진지한 과학자라는 걸 실감하게 해준다.  비록 그가 엄청난 괴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과학적인 소양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좀 부족하겠지만 20세기를 살았던 천재 물리학자의 유쾌한 일상과 삶을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  한 권으로도 충분한 책을 얇디 얇은 두 권으로 만들어 돈을 2배로 쓰게 한 건 아주 불만이지만 내용을 놓고 볼 때는 즐거운 독서였다.    

파인만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시시각각 앞으로 달려가는 과학계의 상황으로 볼 때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낡은 게 많겠지만 그가 무엇을 했는지 흥미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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