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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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는 퍼스트 네임이고 풀 네임은 듀이 리드모어 북스. 도서관에서 살았던 고양이라는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내주는 이름.

이런 류의 책은 항상 운명적인 만남부터 시작해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동물의 죽음으로 끝을 맺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꼭 눈물을 한방울 떨구게 된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어린 시절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후유증이 상당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이 책은 저 표지 사진이 너무 예뻤고, 또 결정적으로 50% 세일이라는 유혹을 물리치질 못해서 결국 구입.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지막에는 역시나 슬펐다.  하지만 18년이라는... 고양이로서는 비교적 장수를 했고 또 큰 굴곡없이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다 곱게 떠나간 일대기였기 때문에 그 후유증은 그리 크지 않다.  더불어 고양이 듀이의 삶과 함께 듀이가 살았던 도서관의 관장이었던 비키 마이런의 삶이 함께 교차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동물 자체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져서 그런지 더 담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 사진을 찍을 때 애완동물 스튜디오에서 비키 마이런은 '모든 주인은 자기 동물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듀이는 정말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갖고 있는 불치병(^^;)인데... 듀이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난 이 고양이가 특별하다기 보다는 그의 환경과 둘러싼 사람들이 특별했기 때문에 듀이가 특별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 특유의 기본적인 예민한 레이더랄까, 감수성이 자신의 생존이나 환경에 맞춰 필요한 쪽으로 발전하게 되는 그런 진화의 일종이랄까... 

듀이가 한참 인기가 있을 때는 모두 용인하고 좋아하다가 늙어서 애교도 줄고 모양도 볼품없어지자 도서관에서 은퇴를 의논하는 이사회 등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나 동물이나 늙으면 다 구박덩어리가 되는구나 하는 비통함이랄까... 그런 무상함도 느끼게 된다.

굳이 도서관이 아니더라도 인간에게 동물이란 존재가 얼마나 필요한지, 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야 하는지를 담담하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80대인 이 저자의 아버지가 어린 고양이를 키우면서 "얘보다 내가 먼저 죽을 거라는 게 너무 다행히고 행복하다"는 심정이 이해가 되는 동시에... 그래도 자기가 죽은 뒤에 딸이나 가족 중 누군가가 그 고양이를 책임져줄 거라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행복이겠지.  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뽀삐양도 듀이만큼은 좀 살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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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의 세계사, 그림으로 읽다
이소부치 다케시 지음, 강승희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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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에 나온 그림들이 예뻤고, 또 매니악한 쪽으로 따지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일본 사람이 쓴 책이니 오골오골한 감상문으로 손발은 뒤틀리게 해도 최소한 건질 건 좀 있겠지 하고 선택을 한 책.

일단 걱정했던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저자 개인의 경험담이 꽤 많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자제했는데 건조한 스타일의 문장과 내용으로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일은 없었다.  홍차의 맛과 향을 묘사한다거나 멋진 티룸에 대한 경험담이 아니라 홍차의 역사를 훑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온갖 감상과 미사여구로 바를 여지가 없었다는 것도 담담한 전개에 도움을 준 것 같다.

기대했던 부분이었던 예쁜 그림들은 정말 기대 이상~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이전에 미술관이나 다른 곳에서 분명히 봤던 그림인데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예쁜 티세트며 티푸드들이 이제는 걔네들만 아예 클로즈업이 되서 눈에 들어온다.  과거 사람들이 어떻게 차를 즐겼는지에 대한 백마디 구구한 설명보다 그 작고 앙증맞은 귀족들의 티타임이나, 하인나 노동자들이 잠시 쉬는 시간에 즐기는 투박하지만 푸짐해 보이는 찻잔들이 더 많은 얘기를 해주는 것 같다.

서양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의 차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지나가고 -한국은 빠져있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별로 불평할 수 없다. 조선 때 한국의 차문화가 초토화됐다는 건 나도 인정하니까- 특히 중국 주변 소수민족들의 차문화에 대한 설명을 새로웠다. 

예전에 읽었던 차에 관한 다른 책과 좀 상치되는 내용도 간혹 있기는 한데...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는 고로 내용의 정확성에 관한 비판은 접어두도록 하겠다.  내용 중에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랩생 소총에 대한 평가 등- 그건 개인 취향인 관계로 역시 패스~  일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중충한 한국의 겨울에 뜨거운 랍생 소총 한잔이 얼마나 근사한데... 동의할 수 없음. 

그리고 테일러스 오브 헤로게이트의 얼그레이는 랩생소총에 베르가못을 더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어떤 극악무도한 맛일지 상상이 잘 안 된다. 살 엄두는 절대 안 나고 얘는 교환을 통해서 한번 마셔봐야겠음.

인도, 실론, 아프리카의 차 재배가 식민지주의의 산물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음에도 그 과정을 이렇게 세세하게 만나고 설명을 들을 때마다 찝찝해지는 건 나 역시 한때 식민지였던 제 3세계에 속한 국가 출신이라는 증거겠지. 

좀 더 실용적인 면으로 칭찬을 해주자면 뒤쪽에 맛있는 밀크티, 레몬티 끓이는 법도 나와있다.  그동안 우유에 차를 넣는 게 더 맛있다는 연구 결과를 계속 접해 왔음에도 오웰처럼 차에 우유를 넣어 밀크티를 끓여왔는데 조만간 우유에 차를 넣는 방식으로 끓여봐야겠다.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권 쯤 갖고 있으면 좋을 책.  차에 관한 그림들과 저자가 수집하고 찍은 사진들만으로도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는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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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의 명의들 - 중국 역사 최고의 명의 5인의 세상을 살린 놀라운 의술 이야기
쑨리췬 외 지음, 류방승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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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에서 한다하는 중의 다섯 명이 중국 역사 속의 명의에 대해 TV 프로그램에서 강연한 내용을 묶어놓은 책이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나처럼 무식한 사람도 쉽게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허황되거나 붕 뜬 뜬구름 잡는 내용도 아니고... 중국 의학에 대해서 호감도를 높이는 그런 강연이었고 저술이란 생각이 든다. 

언급된 인물은 누구나 다 아는, 편작으로 알려진 진월인 (그의 실명을 처음 알았다. 고대에는 명의를 편작이라고 했었다고 함) 과 화타, 조금은 생소했던 인물인 장중경과 손사막, 그리고 본초강목 덕분에 이름은 알고 있었던 이시진. 이렇게 다섯명이다. 

이들에 대해 강의를 하는 사람들도 의사라서 그런지 과거의 의술과 현대의 중의학을 묶어서 설명을 하는 내용이 상당히 맛깔쓰럽다. 지금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고 감탄을 나오게 하는 처방과 함께, 지금 봐서는 좀 우스꽝스런 부분들도 당시 시대 상황에 따라서 왜 적용이 되었는지, 또 그들의 삶에서 허구와 믿을 만한 내용 등등을 구분해서 잘 풀어주고 있다.  다들 중의라서 그런지 거의 만병통치로 느껴지는 중국 의학에 대한 일관적인 찬양이 좀 거슬릴 정도긴 하지만 그런 건 적당히 걸러 읽으면 된다.

전설적인 명의들 각각의 삶이며 처방들, 또 나름의 의학관 등은 확실히 요즘 시대에서도 적용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이 중 좀 특이하게 다가오는 인물이 손사막인데, 그의 섭생 이론은 자연식으로 암 투병을 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과 상당히 일치한다. 맵고 짜고 시고 달고 등등 지나치게 강한 간을 배제해야 한다는 거며 고기 섭취에 대한 경계에 특히 발효 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었다.  송학운 김옥경 부부의 나를 살린 자연식 밥상이란 책에서는 우리가 좋다고 믿고 있는 '발효 식품'을 극단적으로 배제하고 있는데 손사막의 이론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중국 명의들에 대해, 최소한 다섯 명은 어느 정도 체계를 갖고 이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인 것 같다. 재미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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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의 탄생 - 세계미술사의 정립을 위한 서장, 형태의 탄생 1
강우방 지음 / 솔출판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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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고 화려한 도판과 문양을 분석한 섬세한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책값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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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프로페셔널 - 자신이 믿는 한 가지 일에 조건 없이 도전한 사람들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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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처음 나왔을 즈음에 샀는데 이제야 읽었다.  언젠가 한번 50% 할인 판매를 하는 걸 보고 피눈물을 흘렸다.   

목차에 나온 이름들이 다 생소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입을 했는데 정말 다른 곳에서는 만나보지 못한 인물들의 삶을 추적한 내용들이라 흥미로웠다.  예전에 조정래 선생이 태백산맥을 쓸 때 모래 속에서 쌀알을 하나씩 찾아내서 그걸 모아 밥을 짓는 것 같이 자료를 수집했다고 하던데 이 작가도 여기저기 파편을 찾아내는 작업을 참 열심히 한 것 같다.

왕을 둘러싼 왕비, 후궁이나 권력의 중심에 섰던 대신들, 아니면 사상이나 학문쪽에서 업적을 이뤘던 학자와 같은 지배층들의 얘기가 아니라 소위 마이너리티의 삶에 우리 사회가 흥미를 갖고 책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정도의 시장이 형성된 건 허준이나 대장금의 성공 덕분이 아닐까 싶다.  TV가 바보 상자니 어쩌니 해도 잘만 이용하면 시야를 넓히는 등 그 순기능이나 계도 기능이 확실히 있는 듯. 

각설하고 책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마니아 (최신 인터넷 용어로 얘기하자면 덕후 ^^) 로 분류할 수 있는 조선 후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조선이라는  좁고 폐쇄적인 사회의 한계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자유롭고 치열하게 한 분야를 파고 들었던, 모든 것에 고고하고 오로지 고고한 성리학에만 몰두해야 하는 조선 사회에서는 정말 드문 인물들이다.  그 치열함과 수준이 일반적인 경지를 넘어섰기에 마이너들에게 철저하게 인색했던 조선에서 그나마 이렇게 몇장으로라도 훑을 수 있는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사람들.  여행가, 바둑기사, 화가, 조각가, 무용가, 책장사, 원예가, 시인, 음악가, 과학 기술자가 등장한다. 

가장 이채로웠던 것은 솔직히 책장수인 조신선이었다. 다른 인물들은 납득이 가는데 책장수가 왜? 라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그의 기이한 행적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책장수의 역할이 지금과 그때는 조금 달랐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고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한때 비슷한 분야에서 놀아서 그런지 감정적으로 가장 이입을 했던 것은 음악가 김성기와 무용가 운심.  철저하게 일회성인 예술이기에 그 음악을, 그 춤을 후세에 전해주지 못하는 천재의 비애가 느껴지고 그들과 접할 수 없는 관객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제 그들의 예술이 당대인들이 묘사하던 그 수준이 미치지 않아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디아길레프의 말마따나 기억은 전설을 만든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 게이 아저씨의 저 지론 때문에 우리가 니진스키의 그 전설적인 춤을 단 하나도 만날 수 없다는 비극적인 결말이 아쉽긴 하지만...

각설하고 아마 이 책에 언급된 인물들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사장되었을 수도 있고 비슷한 업적이나 수준을 가졌음에도 기록을 남기지 못해 완전히 사라진 이름도 있을 것이다.  더 찾아보면 또 다른 매력적인 프로페셔널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학문적인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공자왈 맹자왈로 채워진 조선의 이미지에 새로운 색깔을 칠하는 좋은 출발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받는 느낌은 씁쓸함.  아닌 척은 열심히 하지만 소위 프로페셔널에 대한 대접은 조선 시대나 21세기 대한민국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그때는 대놓고 차별을 했고, 지금은 대접하는 척 하면서 쥐어짠다는 정도가 차이랄까.  그나마 대접받게 된 직종은 의사 정도겠지.  아니다... 의사에 대한 대접은 조선 시대에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으니... 결국 나아진 건 없다는 소리.  암울하네.  정말 역사는 진보하는 것일까? 란 원론적인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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