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음악축제 순례기
박종호 지음 / 한길아트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과 의사였지만 지금은 클래식 음반 전문매장 풍월당과 감상실 무지크바움의 주인으로 탈바꿈한 주인장 박종호씨가 발로 누빈 일종의 음악축제 기행문이랄까... 안내서랄까... 그런 종류의 책이다.

대체로 난 이런 류의 책은 일관련 필요성이 아니면 거의 읽지 않는다.  외국도 잘 고른 일부를 제외하곤 큰 차이 없지만 한국 저자들의 이름이 나온 대부분의 이런 류의 얕은 겉핥기...  여기까지는 용서할 수 있다.  그나마도 오류나 말도 안되는 옛날 얘기를 어디서 주워듣고 헛소리를 줄줄 늘어놓는 통에 짜증이 만빵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 책을 택한 건 일단 저자를 안다는 이유.   -매번 밝히지만 개인적으론 전혀 모름. 일 관련으로 접촉했는데 대부분 그렇듯 나는 상대를 알아도 상대는 그 상황과 연결해 설명해주지 않으면 나를 절대 기억하지 못하는 관계. ^^;;;-  그의 엄청난 투자와 내공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읽을만한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 선택했다.

다음번 휴가를 영국과 오스트리아권으로 잡았다는 것도 큰 이유였고.  일종의 사전 리서치 겸 떠나온 동네에 대한 향수를 달래보자는 의미다.

결론은 내가 노린 목적에 적합했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처럼 뭔가 가슴 설레는 낭만을 자극하는 문장이나, 콕토의 80일간의 세계일주처럼 군데군데 푸하~하는 웃음이 튀어나오게 하는 위트는 없지만 오페라를 미친듯이 사랑하는 동양인 여행자가 음악 축제에서 느낀 감동이 과하지 않게 드러나 있다.

더불어 본인의 무식함을 과한 감성으로 포장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배경에 대한 적절한 지식 제공과 함께 축제장을 찾아가는 방법과 표를 구하는 방법 등등 정말로 필요한 정보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또 한점 추가.  새로운 곳에 가면 보는 것만큼이나  먹는 것도 중요시하는 내게 따로 섹션을 뺀건 아니지만 특징있는 레스토랑이나 음식에 관한 코멘트는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제일 마지막에 정리된, 이 책에 소개된 음악축제들의 2055년 프로그램들은 이제 낡은 정보라 별 쓸모없지만 연락처, 홈피 등등은 두고두고 잘 써먹을 것 같다. 

책 내용과 별 관계없지만 혼자 웃은 부분.

토레델라고 페스티벌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해 표를 반납하려는 저자.  그러나 환불은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절대 해주지 않는 박스 오피스.  정말 북이태리로구나란 생각이 절로...  논리적으로 안되면 나오는 지네들 18번 "여긴 이태리니까." 란 그 4가지 없는 대꾸가 또 떠오름.  

우리랑 이태리랑 정말 징그럽게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합리성과 CS부분에선 이태리보다 많이 나은 것 같다.  그러나...  그래도 저런 수준높은 시각과 청각적 자극을 받고 사는 건 왕 부러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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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아름답고 잔혹한 본능
린다 손탁 지음, 남문희 옮김 / 청림출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원제는 Seduction through the Ages.   원제보다는 바꿔놓은 우리나라 출판사의 제목이 더 유혹적이다.  ^^

내 동생이 산 책인 것 같은데...  분명 한 10~20% 정도 할인해서 샀겠지만 멋들어진 장정과 편집에 비해 내용은 돈값에 조금 많이 못 미치는 느낌.

선사시대부터 남녀 관계, 좀 더 정확히 좁혀서 말하자면 유혹과 섹스에 관해 비교적 동서양을 막라해서 그려내고 있다.   곳곳에 적절하게 들어가있는 화려한 컬러 사진이나 그림들도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내용에 깊이나 어떤 새로운 사실에 대한 발굴, 혹은 작가 나름의 식견이랄까 사상 같은 것은 없다.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노골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질색이지만 또 이렇게 너무나 무미건조하게 남의 얘기들을 짜깁기한 것도 조금은 별로인듯.  

나중에 책을 다 읽고 저자 소개를 보니까 역시나 전문적인 연구자가 아니라 일종의 칼럼니스트인 모양이다.  가장 적절한 예를 갖다 붙이자면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 

결론은 서양이 아니라 동양의 예도 제법 적절하게 찾았다.  그림 자료들의 확보 노력이 돋보였다.  지루하지 않게 엮었다는 세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본전 생각이 좀 많이 나는 책이다.

내가 내 돈을 주고 샀으면 열을 좀 받았을 듯.  그러나 동생이 산 책이니 통과. 

하긴 내가 이걸 읽는 걸 보더니 걔도 자아비판하더라.  가볍게 읽을 책이지 신선하지는 않다고.   결국 돈값 못했단 얘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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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이야기
박광순 지음 / 다지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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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열혈 독서모드인 모양이다.

주로 얇고 책장 잘 넘어가는 책들을 선택하는 것도 이유겠지만 하루 한권씩은 끝을 내주고 있음.

포스팅하는 책을 보면 내 관심이 요즘 어디에 쏠려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읽어주길 기다리며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책들도 주로 먹고 마시는 얘기들.  -_-;;; 

즐기려면 너무 많이 알면 안된다는 주의지만 홍차에 대해선 너무 무식한 것 같아 조금은 알아보자는 기분으로 고른 또 다른 홍차 입문서이다.  며칠 전 읽었던 홍차보다 시각적인 즐거움은 적지만 내용은 한단계 더 깊이가 있다.  하지만 두 책이 참고한 도서가 같았는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내용들이 군데군데 반복이 된다는 점에서는 조금 김이 빠지는 느낌도 있었다. 

완전한 카탈로그식 가이드북이었던 '홍차'에 비해 이 책은 조금은 더 학문적이고 산업적인 접근을 하고 있긴 하지만 깊이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싶지는 않은 나같은 독자에게는 딱 맞는 책. 

이제 그 끊임없이 반복되는 골든 룰이며 홍차를 마실 때 뭐가 전형적인 방식인지 정도는 자신있게 꿰게 되었다는 점에서 지식적으로는 만족감을 얻게 된다.  실천의 문제에 있어선 글쎄올습니다...  ^^   이렇게 일일이 따져서 다 챙겨먹기엔 시간도 경제적 능력도 정신적 여유도 별로 없는 관계로.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귀찮다.  ㅋㅋ   다행히 위장은 좋은 관계로 하루 1-2잔 이상은 앞으로도 골고루 꾸준히 마셔줄 계획~

인터넷 검색을, 특히 외국 홍차 사이트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다 찾아내고 알만한 내용들이니 책의 내용들은 특별히 언급할 건 없지만 재밌는 것은 내가 본 홍차 책에선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홍차인 '다지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번 온라인 샵에서 티백이나 틴제품을 보긴 했지만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는데 또 이렇게 책에서 구구절절 설명을 해놓은 걸 보니 국산 브랜드를 키워주는 입장에서 맛은 봐줘야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살짝 든다.   가격도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하니 언제 또 보이면 티백을 한번 구입해서 봐야겠다.

별 관계없는 의문 하나.  그 '다지리'란 국산 홍차 브랜드와 이 '다지리' 출판사는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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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코 - 일본 왕실에 갇힌 나비
마틴 프리츠 외 지음, 조희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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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인도 모르는 일본 천황의 얼굴을 읽고 그쪽에 약간 필이 당겨서 고른 책이었다.  

그 외에 이유라면 저 일본 세자비 마사코와 잘 아는 일본인에게 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런 내용들이 언급됐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외부인 혹은 비판자가 바라보는 일본 황실의 존재성과 성격은 다 비슷한 모양인지 예상대로 일본인도~ 와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가장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제대로 군림하거나 다스려보지는 못한 왕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끊임없이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  그게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일본인~의 경우야 외국인이라고 했지만 이 책의 공동 저자인 한명이 일본인인데 이렇게 발가벗겨도 되나 싶을 정도.  좀 희한했다.

남의 뒷얘기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관계로 나 역시 제법 재밌게 봤다는 것은 고백해야겠다.  책의 저자들은 나름대로 마사코의 편을 든다는 시점에서 내용이 진행되긴 하는데... 이런 감추고 싶은 사생활 노출도 당사자에겐 고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약혼 예물 교환식 때 마사코 부친의 침통하고 비장한 표정이 기억에 무지 남는다. 

왕실에서 물망에 올랐다는 뜬소문만 흘러나와도 아무한테나 바로 시집 가버리거나 외국으로 튀었다는 당시 왕세자비 후보 처녀들의 얘기가 과장이 아닌 것 같다.  


내용들은 비슷한 얘기의 반복이라 특별히 대단할 것 없지만 좀 떠다니던 시각을 정리하는 것과, 마지막의 계보도는 도움이 됐음.  일본인~에는 왕자의 이름은 나와도 결혼 상대자의 이름은 없었는데 여긴 친절하게 이름들까지 다 써놨다. 

결론은... 신데렐라는 없다 인가?    발목잡지 않고 놔뒀으면 정말로 일본 최초의 여자 주미대사가 되었을지 그것도 또 나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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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문화 홍차문화
츠노야마 사가에 지음, 서은미 옮김 / 예문서원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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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茶の世界史. 

 

내가 유일하게 아는 일본 글자가  の 인 관계로 번역(?)을 할 수 있다.  ㅋㅋ  차의 세계사가 원제인 것 같은데 책의 내용을 보면 저 번역된 제목보다는 원제가 훨씬 책의 성격이나 내용에 들어 맞는다.

차의 종류나 맛있게 끓이는 법과 같은 정보나 단순히 문화보다는 산업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특히 재밌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내가 그동안 읽은 몇권의 홍차 관련 서적 중에서는 얘가 제일 낫다.  차의 산업화나 연구가 우리보다 먼저 시작됐고 차를 즐기는 인구도 훨씬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겠지만 이런 가벼운 수준의 연구조차도 뒤져있다는 사실은 역시나 좀 씁쓸.

내가 최근에 읽은 홍차와 홍차 이야기의 꽤 많은 부분이 이 책에서 참고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홍차의 역사와 산업화, 그리고 홍차에 묻혀 거의 조명되지 않았던 녹차 문화에 대해 대충이나마 밑그림을 그리기에 충분한 책이다.  아쉽다면 16세기까지는 일본 못지않은 녹차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던 한국은 아예 녹차 문화권 국가의 이름에조차 올려주지 않았다는 거지만 그 부분은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지 이 저자를 붙잡고 따질 수는 없는 것이다.

같은 분야의 책을 여러권 읽어가다보면 뒤의 책은 아무래도 신선감이 떨어지게 되는데 그런 겹치는 부분들이 있음에도 기억에 남는 내용들만 몇개 끄적여 보자면.

18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인도의 면포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는 사실.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면직물을 대량 생산하면서 인도 면직공들을 죽이거나 손을 잘라버릴 정도로 가혹하게 그 산업을 말려버렸다는 사실은 벨기에의 콩고 지배만큼이나 전율을 불러옴.  아마 이게 동양인의 손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이 사실이 언급이 됐지 서구인, 특히 영국인이 썼다면 이전까지 다른 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부분은 묻혀갔을 것 같다.

그렇게 초토화된 인도의 싼 노동력을 이용해 시작된 것이 아삼종을 위주로 한 홍차 산업.   

그걸 통해 세계를 지배했던 중국차가 어떻게 몰락했고 틈새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보려고 했던 일본차 역시 패배하게된 과정이 단순한 문화나 도락과 다른 차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가 녹차 시장이었던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산업 전쟁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차의 세계사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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