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음악 기행 - 유럽 문화 예술 기행 4
귄터 엥글러 지음, 이수영 옮김 / 백의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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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동생은 이 책을 보는 나를 보더니 "벌써 다음 휴가 준비하는거야?"라고 황당해 하던데... 그러고 보니 내가 다음엔 비엔나를 가겠다고 온 동네방네 떠들고 있구나를 기억했음. ^^

그 얘기를 들은 다음부터 다음 여행을 위한 예습서로서 기능이 하나 추가되긴 했다. 그러나 그건 좀 먼 훗날의 얘기고 일단은 당장의 필요를 위해 급히 고른 책. 파리에서 삘 받은 내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다.

그런 갖가지 목적과 상관없이 이 책은 사진이 좀 적다는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재미있다. 음악에 흥미가 있는 여행준비자라면 금과옥조인 내용들로 그득하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나 음악가들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독자에겐 약간은 약간 고문이 되지 싶기도 하다.

일단 기행이란 제목에 충실하게 오스트리아 지도를 놓고 변방에서 비엔나를 향해 천천히 구경하며 다가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음악사와 음악학을 10년 넘게 머리에 쑤셔넣어야했던 나조차도 생소한 이름들이 한두개 들어올 정도인걸 보면서 -이건 잘난척이 아니라...상급학교로 갈 때마다 음악사 등등은 반복되는 필수과목인 관계로- 귄터 앵글러란 사람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는 감탄을 했다.

각자 흥미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게 특히 이 권터 앵글러의 글이 와닿았던 것은 이 사람의 지식과 관심사가 비단 음악 안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다는 점에서다. 상당수 사람들에게 아무 의미없을 코코슈카나 파니 엘슬러 같은 이름을 그는 그 지역의 주인공이 되는 음악가와 연결될 때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오호~를 연발했음. ^^

함스부르크 왕가가 4명의 작곡자 왕을 뒀을 정도로 음악적인 핏줄을 타고 났다는 것도, 그 근엄한 철권통치 여제인 마리아 테레지아 역시 뛰어난 음악가였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 다음에 쇤부른 궁에 가면 처음 갔던 그때와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이건 당연하겠지

번역도 전체적으로 꼼꼼히 잘 되어 있는데 결정적인 실수 하나 발견. 아마 오타이거나 번역하다가 잠시 정신이 나간 찰나에 잘못 쓴 것을 교정이 안 한 것 같은데 리스트 관련 부분에서 바그너가 리스트의 장인으로 나온다. 유부녀인 그것도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성공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후원자의 아내였던 리스트의 딸 -역시 사생아-과 역사에 남을 만큼 스캔들을 일으키고 결국 결혼한 바그너가 리스트의 장인이라니. 이 무슨 망발을... -_-;;;

이런 류의 서적은 초보자나 아마추어 애호가를 위한 입문서의 성격을 띄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재판이 있을 경우엔 필히 수정이 되야하지 싶다. 이걸 제외하고 아주 심각한 오타나 오열은 없었던 것 같음.

내용도 괜찮지만 자그마한 사이즈에 하드 커버로 예쁘게 잘 만든 책이다. 다음에 책 선물할 일이 있으면 이걸 염두에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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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도 모르는 천황의 얼굴
스털링 시그레이브 외 지음, 안정희 외 옮김 / 신영미디어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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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책장에 가득 쌓여있는 일본 시리즈 중 하나. 또 한권 해치웠다. 그리고 일본 시리즈로 읽은 책 중에서 제일 재미있다.

인문학 관련 책을 읽을 때의 재미 중 하나가 하나의 인물이나 사건을 놓고 엄청나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그림을 놓고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하면 각자 자기 이론의 증거로 쓰는, 풍속의 역사와 나체와 수치의 역사 같은 책을 보면 인문학은 논픽션보다는 픽션에 가까울 때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역시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인물과 사건에 대한 개념 자체를 흔드는 내용이다.

메이지 천황. 막부 시대를 끝내고 강력한 천황제를 부활시킨 똑똑한 군주로서 각인되어 있던 그는 여기서 막부를 대신한 새로운 권력 집단에 조종되는 게으르고 나태한 꼭두각시로 묘사된다.

다이쇼 천황은... 시그레이브는 그가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인물이지만 실상은 똑똑하고 정력적인 개혁가였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저자의 연구가 조금 부족했거나 자기 이론 정립을 위한 약간의 짜맞추기의 느낌. 그가 어떤 자료를 활용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본 몇 안되는 자료에서 다이쇼 시대는 다이쇼 데모크라시라고 불리면서 다이쇼의 능력이나 치세에 관해서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이건 일본과 외부 저자의 시각이 일치되는 부분이었음.

다이쇼 시대 말고도 아마 부분부분 오류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엄청 재미있다. 폭로전문 기자였다고 하던데 직업적 능력을 잘 발휘해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그가 내민 증거와 논거들은 납득이 가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이 책 안에서 스스로도 자랑했듯이, 다른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내용들이 그의 비밀스런 제보자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전후 미국과 일본이 만들어낸, 군부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닌 히로히또. 전쟁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얻었으면서도 그 죄값을 치르는 일에선 모조리 피해나간 일본의 재벌과 왕족들. 그들의 숨은 커넥션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추측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득력있게 설명되고 있다.

천황의 또 다른 얼굴이라기 보다는 일본 권력층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한 느낌이다.

누가 누구와 결혼했는지도 거의 알 수 없던 메이지 이후 왕족들의 계보도 대충은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도 수확.

시그레이브는 히로히토의 동생 치치부 왕자에 대한 엄청난 애정을 글 곳곳에서 흘리고 있다. 그가 천황이 되었다면 일본이 달랐고 역사가 변했을 수도 있다는 류의... 그러나 조선의 입장에선 어느 놈이 되건 우리에게 오는 결과는 마찬가지. 멍청한 천황을 원하는 그 막후 우익들처럼 히로히토가 차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음.

어릴 때는 인천 상륙작전의 영웅으로 위인전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맥아더의 협잡꾼스러운 뒷모습을 여과없이 만난 것은 어른이 된 댓가라고 해야겠지.

역사에 만약이란 것은 절대 대입할 수 없는 거지만... 이 책을 보면 일본이 30년대에 이렇게 미쳐 날뛰었던 것이 우리 입장에선 다행인 것 같다. 당시 미국과 유럽은 일본의 중국 본토 침입은 비난했어도 한반도와 만주 점령은 절대 상관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는데 일본이 그쯤에서 끝을 냈다면? 로스트 2009가 영화가 아닐뻔 했군.

안중근 의사가 하얼삔에서 히로부미를 암살할 수 있었던 것이 일본 비밀경찰의 묵인 때문이었단 것을 확인한 기분은... 씁쓸. 그분의 목숨 건 의거는 일본 상위 권력다툼의 도구였다는 건가?

좀 더 많은 기록이 발견되고 후속작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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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명이 범한 여덟가지 죄악
콘라트 로렌츠 지음, 양승태 옮김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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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와 연표 등등을 빼면 120여쪽의 얇은, 거의 팜플렛 수준의 두께임에도 진도가 정말 안 나갔다.

스스로도 알고 있는 일이지만 나란 인간은 사실을 잽싸게 파악하고 거기서 쓸만한 것을 집어내는 것은 제법 빠르지만 사유와 사고가 필요한 글읽기와는 친하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걸 새삼 확인했음.

동물의 생태에 관한 아주아주 재미있는 글을 쓰는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아니라 동물과 인간의 삶, 그리고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노학자의 철학적 메시지는 많은 생각을 하면서 글을 읽어나갈 것을 요구한다. 라디오에서 방송했던 내용을 정리한거라고 하던데... 이걸 듣고 출판을 요구했다는 사람들의 수준이 솔직히 놀라웠다. 아님 읽는 것과 듣는 것은 또 다른 전달력이 있는 건가?

여하튼 아동용 철학 서적 수준의 사유를 요구하는 책도 피하는 내게 갑자기 떨어진, 너무나 버거운 숙제였다.

그러나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용의 수준을 폄하할 생각은 없음. 자기가 잘 모르기 때문에 어렵게 꼬아서 쓴 글이 아니다. 그리고 제일 뒤에 스스로 이 여덟가지 죄악에 대해 정리를 해놨는데... 그게 일종의 족보였다. ㅎㅎ;

4쪽으로 요약된 내용을 읽으면 그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엑기스 파익이 됨. 그 부분을 먼저 보고 앞부분을 봤다면 좀 더 쉽게 다가오지 않았을까도 싶음.

1971년에 나온 책이라는데 2005년인 지금 읽어봐도 사실 여부가 뒤바뀐 한두가지 학문적 연구 결과의 변화를 제외하고는 세월의 흐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어령 교수가 세월이 지나도 빛이 나면서 계속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글이 있다는 얘기를 잠깐 했는데... 그런 글은 꼭 문학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번역자의 구구한 신변잡기가 아닌 친절한 배경 설명과 후기가 전체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됐고 그리고 콘라트 로렌츠의 꽤 자세한 연보도 재밌었음. 그가 나찌스 당원이었다는 사실에 한순간 허거걱!!! 새와 물고기, 동물을 키우고 관찰하는 사람과 나찌스가 동일인? 집단 광기란 정말 무서운 것인가 보다. 그가 8장에서 제시한 세뇌 가능성이란 얘기와 이 경험담은 연관성이 있을까?

어디 다서 물어볼 곳도 없지만... 본문이 아닌 연보(^^;;;;)에서 또 궁금한 것 하나. 분명 1927년 그레틀 게브하르트와 결혼했다고 나왔는데 1986년 아내 마가렛 로렌츠 박사가 죽었다는 내용과 함께 그레틀과 결혼했어야 할 시기에도 아내였음을 시사하는 상황 설명. 그레틀 마가렛인가? 이름이나 연도에 유달리 집착하는 내게는 계속 걸림.

시험에 안나오는 부분만 열심히 본다는 모친의 구박이 갑자기 떠오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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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보는 눈
다카시나 슈지 지음, 신미원 옮김 / 눌와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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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휴가를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읽은 책.
 
그냥 막연하게 그림을 보는 것에서 조금은 탈피하고 싶어 가이드북 차원에서 집었는데 의외로 깊이가 있고 재밌다.

다카시나 슈지라는 이 서양미술사학자는 중언부언하기 쉬운 미술사라는 분야에서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부분을 예리하게 잡아내 짤막하게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몇년을 두고 2번에 걸쳐 나온 책이라는데 시차가 주는 어색함이나 이질감이 전혀 없이 일관적인 흐름으로 반 아이크 시대부터 1944년에 미국에서 죽은 신조형주의자 몬드리안까지 기억해야 할만한 화가들을, 슈지가 선택한 대표작과 함께 설명을 하는 형식이다.

한점의 그림을 중심으로 그 그림이 미술사에서 갖는 의미, 그림에 얽힌 주변 이야기, 화가의 화풍과 인생까지는 길지 않은 몇페이지에 걸쳐 정리를 무척이나 잘 해주고 있다.

물론 비판적인 독자나 뚜렷한 자기 세계를 가진 전문가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름과 작품 위주로 선정된 이 책의 내용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획일화, 취향의 고정화 등의 볼멘 소리도 투덜거려볼 수 있겠지. 하지만 빈약한 학교 교육과 몇 안 되는 책에서 봤던 지식으로 그림을 만나야 하는 막연한 초보자가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그림을 쉽게 이야기해 준다고 해야하나? 그렇지만 절대 유치하진 않다. 이번에 가면 꼭 파리 국립 현대 미술관을 들러봐야겠음. 칸딘스키와 드디어 친견이 가능하겠군. ^^ 그림들 어떤 것이 있을지 몹시 기대가 된다. 푸가나 즉흥곡 시리즈를 하나라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리고 루브르나 오르세에 다시 간다면... 눈인사만 하고 지나쳤던 2년 전과 달리 그림들이 내게 좀 더 친한 척을 해줄 것도 같다.

미술 관련 책을 볼 때 제일 김 새는게 흑백이거나 그림이 거의 없는 편집인데 이것은 그런 면에서 특별한 만족. 그림의 색감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인지 종이질도 무척 두껍고 좋음. 그리고 내용상에서 언급되는 그림도 몇개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적절한 부분에 수록이 되어 있다.

정가 2만원에서 그나마 4천원을 할인해서 샀는데 그림 구경만으로도 정가를 다 줘도 황송하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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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Go 의지 Come
휘은서 지음 / 샤인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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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가볍게 읽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훌륭한 선택이었다. 

어찌보면 뻔~~~한 내용이다.

무뚝뚝하고 외모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여주.  완전 바람돌이 남주.  그런 무뚝뚝함이 신경 쓰여서 꼬시고 여자는 결국 넘어가고.  처음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에 달아난 남자와 힘들어 하다가 극복하려는 여자.  뒤늦게 정신차린 남주가 돌아와 빌고 온갖 난리 블루스를 친 끝이 해피 엔드.

그 비슷비슷한 내용도 누가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재밌어~~~가 될 수 있고 이런 폭탄을 맞다니!!!! 하면서 던져버릴 수가 있는데 이 작가는 기본적으로 재미있게 풀어가는 재주가 있다.  억지로 웃기려는 게 아니라 전개 방식과 문장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묻어나게 한다고 할까?  개그 콘서트를 무지하게 혐오하는 나 같은 인간의 취향에 맞는 코믹이다.

옥의 티라면 여주에게 당연히 등장해야 하는 남주 못잖은 킹카 위로남이... 알고 보니 재벌 후계자였다는 설정.  -_-;;;  맛있게 잘 먹던 딸기 생크림 케이크에서 상한 딸기를 씹은 기분이랄까... 그리고 23살인지 22살짜리가 하버드 졸업하고 들어와 경영을 하다 뛰쳐나갈 시간적 여유가 있을까??? 라는 지극히 나다운 딴지도 또 마구 들어갔고.

그래도 그 부분만 빼고는 대체로 만족이다.  근래 읽은 현대물 중에선 칭찬해주고 싶은 로설이었다. 분명 연작으로 이어질 동생 결의의 얘기도 읽어보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을 받을 정도.  책으로 나왔다면 읽었겠지만 보니까 전자책으로 있어서 당분간 포기.  그 전자책 사이트의 특성상, 또 그 전자책의 인기도를 보건데 조만간 종이책으로 나오지 싶다.

여하튼 이 의지~로 인해 동아 출판사의 평가가 한 등급 올라갔다고 해야하나... 순수 폭탄 제조공장에서 가끔은 건질만한 책도 내는 곳으로 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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