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인생의 걸림돌이야 - 단편
정선화 지음 / 청어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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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을 쓸까말까 많이 망설인 책이다.

책이 엉망이라거나 재미가 없다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내용에 대한 의문 때문에.  백로와 까마귀와 너무너무 비슷하다. 이 정도면 표절내지 모작이라고 난리가 나야 하는 거 아닌가?

일단 남녀 주인공이 1인칭으로 각각 교대로 풀어나가는 시점.

어릴 때 만나 강력한 남주에게 여주가 늘 당하고 질질 끌려다니다 결국 연인이 되는 설정.

우연이겠지만 남주의 성마저도 백씨고, 학원물이 다 그렇다고 쳐도 남주는 공부 캡, 운동 캡, 싸움짱에 여주는 평범.

물론 여기 남주는 의대생인 백로와 달리 법대생이고 새하얀 백로의 남주와 반대로 시커먼스로 묘사가 되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아니라고 하기엔... 소소한 다른 점들은 많지만 너무나 흡사하다.

로설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는 반론을 할 수도 있겠지만 두 책을 다 읽은 사람치고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듯.

그래서 잘 가지 않는 로*이란 사이트의 리뷰를 봤더니 역시나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고... 좀 이해 불가능이지만 절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거기 오른 글들로 대충 파악해 보건데 백로와 까마귀보다 이 소설이 출간만 늦었을 뿐이지 먼저 연재가 되고 있었다고 한다. 둘 중 누가 모방을 했는지, 아니면 정말 우연의 일치로 비슷한 내용과 구성의 글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출판사나 작가들의 성격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파워일 수도 있겠지.

당사자들이 가만 있는 일에 전혀 상관없는 3자가 흥분할 이유는 없으니 이 얘기는 접고.  이런 찝찝함을 빼고 그냥 얘기 자체로만 본다면 재밌다. 하긴 재미없었으면 이렇게 감상글 쓰지도 않는다. 재미없는 책을 읽은 시간도 아깝고 억울할 판에 왜 쓰냐

거의 사이코 수준에 육박하는 백로의 남주나, 내 동생이면 몇대 쥐어박아 쫓아냈을 정도로 의지박약인 여주 이렇게 말하지만 대굴대굴 구르면서 보긴 했다. ㅎㅎ; 에 비해 좀 더 납득이 가는, 조금은 현실에 가까운 캐릭터들.

고등학교에서 대학까지의 얘기를 보면서 난 고딩과 대학 때 뭘 했나하는 조금은 자괴감도 느꼈음. -_-;;;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10대와 20대가 괜시리 그리워게 만드는 책.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인물이 이 작가의 전작 주인공인 것 같던데 한번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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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의미
쥬디스 던컨 지음, 정성희 옮김 / 신영미디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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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재밌는 번역본을 읽었다.  요즘 외국로설이 잘 번역되지도 않고 들어와도 옛날 것 내지 내 정서와 좀 거리가 있는 것들이 많아서 심심했는데 이건 정말 깔끔하다. 
 
사랑을 통한 치유가 모티브라고 해야할 듯.   특이한 점이라면 일반적으로 로설에서 고결한 마음을 가진 로설 여주 인간인 내가 볼 때 거의 성모의 인내력과 자비심을 가진 신적 존재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요즘은 좀 나아지긴 했음   가 개망나니 내지 개차반 혹은 엄청난 마음의 상처로 세상과 문을 닫은 남주를 구원하는 데 반해 여기선 반대였다.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성장한 남주가 어린 시절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있는 여주를 보듬고 달래주며 서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남녀 역할이 바뀌는 것도 나쁘지않은듯.  21세기에 어울리는 모티브라고 해야할까?  ^^  무조건 초강력 카리스마 남주를 선호하던 10여년 전에 봤다면 그렇게 재밌게 봤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은 재미있음.
 
내용이 이런 식이다보니 1인칭은 아니지만 남주의 시각에서 얘기가 진행이 되는 것도 다른 점. 
 
외국 로설 기근 시대에 모처럼 좋은 로설을 하나 만났다.  쥬디스 던컨 작품 원서를 좀 구해서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아주 쬐끔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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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미네르바의 올빼미 4
잉에 아이허 숄 지음, 유미영 옮김, 정종훈 그림 / 푸른나무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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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나름대로 추억이 많은 책. ^^ 저작권이나 지적 재산권이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알게 해줬다고나 할까.

어학연수를 갔을 때 READING CLASS에서 WHITE ROSE라는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제목을 들으면 뭔가 낭만적이고 가슴 뛰는 로맨스나 아니면 최소한 아련한 내용이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절대 그런 내용은 아니고 나찌 시대에 나찌스에 대항한 독일 청년들의 실화를 다룬 내용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하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광기로 똘똘 뭉친 사회에서 가장 엘리트에 속하는 청년들이 내부에서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또 매력이 있었기에 그냥 밀고 나갔다. 그런데... -_-;;;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이 책의 내용이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독후감을 내야 하는 날은 다가오고 책은 반도 안읽은 상황에서 혹시나 하고 찾아간 도서관에 이 책에 대한 평론이라고 해야하나... 여하튼 리뷰 서적이 떡하니 있는 것이다. 한국 생각을 하고 신난다~ 하고 빌려와 그 책을 열심히 요약해서 자랑스럽게 제출했다.

A를 기대하며 다음 그 수업에 갔더니 선생이 나를 부른다. 그리고 내 페이퍼를 앞에 내놓으며 이건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청천벽력을 떨어뜨림. 놀래서 왜? 라고 묻는 나에게 그녀는 어찌나 놀랐는지 지금도 그녀의 말을 원문 그대로 기억한다 "You know? It's kind of crime.... 불라불라...

그날 다시 써오는 것은 물론이고 엑스트라로 다른 것도 하나 더 읽고 쓰겠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서야 풀려났음. 당근 이틀만에 다 읽고 인간은 극한 상황에 몰리면 초능력을 발휘한다. ㅎㅎ; 덤으로 제인 오스틴의 엠마까지 읽고 독후감을 쓰게 한 추억의 책.

그리고 오래 뒤 책이 번역됐다는 기사를 보고 다시 한번 읽어야지 벼르고 벼르다 이번에 드디어 읽었다.

당연하겠지만 느낌이 많이 다르다. 정말 같은 책이었나 싶을 정도로. 단어의 뜻을 머리에 집어넣고 요약할 궁리만 하며 줄 그으며 보던 것과 책의 느낌과 흐름에 부담없이 집중하는 것은 많이 다르겠지.

모두가 당연하게 밟는 과정, 히틀러 유겐트부터 시작된 그 꽉 짜인 세뇌교육 과정에서도 생각을 하고 반발을 하는 인간이 형성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자유 의지는 유전 정보화되어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히틀러 치하에서 대다수 독일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았을까... 시대는 좀 다르지만 레마르크의 소설도 괜시리 떠오르고. 그 소설을 읽으면서 1차 대전에서 절대악이던 독일에도 사람들이 살았고 그들도 아파하고 고민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었는데. 2차 대전 때 평범한 독일인들의 삶과 그들 안의 상념들이 궁금해진다.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듯 내게 또 대입을 시켜보게 됨. 대답이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걸 보면 나란 인간은 크게 변한 것 없이 그대로 살고 있나보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뮤지컬 캬바레가 보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진다. 오늘 날씨랑 딱이구만. 작년에 세종에서의 공연.... 음울하면서도 멋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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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인사 갈마들 총서 1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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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 시끄러운 것에 비해서 내게 큰 관심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이름이다. 그래도 호불호에서 굳이 양자택일을 하라면 불호에 가까운 쪽인데 이 책을 보면서 호쪽으로 상당히 접근.

이유는 책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까마득히 어린 제자와 이름을 나란히 올린 책을 내고 그 책 서문에 제자의 역할에 대해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제자가 다 써도 이름은 교수의 이름만 찬란하게 박혀 나가는 것이 부지기수를 넘어 당연한 한국땅에서 일단 시작은 책 내용과 상관없이 신선한 감동이었다.

내용은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란 도발적인 제목에서 기대하는 딱 그 정도의 무게와 함량이다. 책 서문에 강준만 교수가 인정했듯 이 오두진이란 제자가 거둬온 그 엄청난 자료를 좀 더 알차게 엮은 책을 기대하게 하는 적당한 가벼움과 흥미가 이 책 안에 가득차 있다.

굳이 느낌 정리를 하자면 거한 원본이 있는 책의 요약본을 읽은 기분이라고 할까?

커피가 한국땅에 들어온 구한말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나눠서 커피에 얽힌 에피소드와 한국땅에 커피와 다방이 정착되고 진화하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쉽고 재미있게 얘기해주고 있다. 거기서 좀 더 파고 들고 싶은 독자들에겐 못내 아쉬운 정도의 깊이. 이 부분은 언젠가 오두진에 의해 아니면 다른 커피광에 의해 또 다른 책이 나오길 기대하는 수밖에.

1970년대 이전은 당연히 생소하지만 80년대로 들어오면서는 눈에 익은 이름들이 하나씩 나오니까 더 재미있다.

제일 먼저 난다랑. ㅎㅎ; 어릴 때 우리 동네에 있었다. 지금은 일마레라는 그 맛 디럽게 없는 파스타 집이 있는 그 자리에 꽤나 오랫동안 자리 차지를 하며 누군가 성적이 엄청 올랐다거나, 콩쿨에서 상을 받았다거나 하는 특별한 날 거기서 정식을 먹을 수가 있었다. 단 한번도 그 집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커피를 판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거기가 바로 고급 원두커피 전문점의 효시였다는 걸 난다랑이 다 사라진 지금에야 알게 됐다.

르네상스, 필하모니. 대학에 가면 꼭 가보리라 지나갈 때마다 결심했는데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ㅠ.ㅠ 거기서 음악 듣던 선배선생님들이 대부분 선배였으니까들의 낭만은 그렇게 우리랑 상관없이 훨훨~

자뎅. 도토루. 내 학원 친구 하나가 도토루의 커피를 엄청나게 좋아했다. 커피는 당연히 어두컴컴한 카페나 다방에서만 파는 것으로 알고 있던 촌스런 나를 커피 전문점의 세계로 이끈 장소였는데. 종로에서 영어학원 다닐 때는 커피값 싸고 환~한 도토루를 거의 아지트처럼 활용했었는데... 자뎅은 간혹 보이는 것 같지만 도토루는 사라진듯.

헤이즐넛 커피로 대표되는 향커피. ㅋㅋ 여기에 얽힌 나의 기억 하나. 내 선생님 부인이 당시 날리기 시작한 SE라는 커피 전문점을 차리셨다. 제자 된 입장에서 가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때 메뉴판에 헤이즐넛 커피, 초콜릿 라스베리 이름도 안 잊어버림. 문화쇼크가 엄청 컸던 일이라... 등등이 써 있었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나는 커피에 초콜릿하고 라스베리가 나오나보다. 값이 비싸도 이왕이면 뭔가 딸려나오는 걸 마시자 생각하고 그걸 시켰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는 것은 달랑 커피 한잔. 차마 초콜릿 언제 주냐고 묻지 못하고 고민하다 나중에야 초콜릿과 라스베리 향이 나는 커피라는 것을 혼자 깨우쳤다. ㅎㅎ

이런 오래된 기억 창고들을 자극하는 책이다. 각 시대별로 커피에 관한 가요들 리스트가 줄줄이 늘어져 있는데 가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거기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대단한 기대없이 가볍게 커피 얘기를 훑고 싶은 사람들에겐 권할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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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애 1 - 해오라기의 사랑
김경미 지음 / 캐럿북스(시공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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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본 로설 중 하나.

모처럼 읽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은 로설이라 간단히 끄적끄적.

작가가 5년에 거쳐 수정하고 책을 냈다는데 확실히 시간과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엄청나게 이질적이라 융합하기 힘들 것 같은 환타지와 무협이 각각 펼쳐지는데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물론 각각의 세계 초반에는 주인공들 못지 않게 독자인 나도 적응기가 필요했다. ^^; 하지만 그 짧은 적응시간을 지난 후에는 거슬림없이 즐겁게 몰입이 가능~

용이며 마법사, 소드 마스터 등등이 나오는 환타지를 극히 좋아하지 않는 나도 거부감없이 환타지의 맛을 즐겼고 또 정통 무협의 신봉자인 남주가 이해불가능한 천하무적에 역시나 비정상적인 정력의 소유자라 아방궁이 필요한 것은 제외 내가 픽픽거리는 비웃음없이 무협 부분도 나름 즐길 수 있었다.

처음 이 구상을 갖고 글을 썼을 때는 이런 매끄러움이 힘들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가볍게 했다.

물론 여주가 10살 때 가문의 고수들을 다 물리치고 가주가 되었다는 설정 등등 몇가지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거슬리지 않는 전체적인 재미가 있었다고나 할까.

세상 누가 뭐라고 하건 장르문학은 재미가 절대선이라는 수준 낮은 독자인 고로.  환타지나 무협에 크게 거부감이 없는 로맨스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듯. 반대로 환타지와 무협에 엄청 몰입하는 살짝 맛만 본 설정에 맹숭맹숭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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