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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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조사와 흥미 충족 두 가지 이유로 구입한 책.  어제 양정에 있는 프로덕션에 회의 가는 길에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음.  합치면 대충 1시간 좀 넘는 시간을 투자한 것 같다.

그만큼 쉽게 읽힌는 내용.  그렇지만 신문 특집기사를 모아놓은 수준도 안 되는 그런 책은 아니다. 

빳빳한 역사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식민지 조선의 사생활이랄까 사회상이 대표적인 살인사건들, 스캔들 등으로 구분되어 재미있게 정리가 되어있다.  매 내용 마지막에 저자의 코멘트가 너무 노골적으로 들어간 게 거슬리긴 하지만 앞서의 내용이 워낙 깔끔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무시 가능한 수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것은 똑같다.  흥미 본위로 흐르는 언론의 센세이셔널즘이며 여성의 사회 활동과 사생활을 적대시하는 주류의 태도 등등.  날짜만 바꾸면 딱 요즘 사건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인터넷에서 찌질거리는 찌질이들이 오프라인에 있다는 것은 물론 가장 다른 점이겠지.  ^^

그리고 박인덕이나 최영숙 같은 사람은 당시에 아주아주 드문 희귀한 케이스였을 것 같다.

제목과 내용이 이 정도로 잘 맞는 책은 나오기 힘들듯.  조선이나 고려의 옛 얘기들을 모아놓은 애담들이 있듯이 서울이 경성으로 불리던 시절의 야담 모음이다.  가볍게 잘 읽었음.  이 시대를 다룬 얘기를 쓸 일이 있으면 자료로 가치도 꽤 있을 것 같다.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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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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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지난 달에 알라딘의 과학책 세일전 때 구입한 컬렉션 중 하나.

얼마 전 올리버 색스의 화성의 인류학자를 읽을 때 '스키너'라는 이름이 이상하게 눈에 익어서 뭔 일인가 했더니 이 책의 제목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한참 밀렸을 책을 집어들었음.

저자 로렌 슬레이터는 20세기 심리학과 정신과에 있어서 역사적인 사건과 업적이랄지... 재앙이랄지 아직은 판단할 수 없는 사건들을 나름대로 10개를 선정해서 소개해주고 있다.  특이하다면 그냥 3자 입장에서 관찰이 아니라 심리학자인 자신이 때때로 직접 피실험자가 되어 해당 이론을 테스트하고 또 분석해가면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3자적인 과학사 서적들과는 상당히 달랐고 또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고 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책이 아니라 내 개인에 대해서- 이런 서적, 혹은 비슷한 류의 상세한 이론을 대학 때 알았더라면 피상적으로 외우고 배웠던 심리학이며 교직이수 과목들에 대한 이해도며 몰입도가 좀 더 높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 소개된 사건이며 케이스는 교육공학이나 교육심리, 일반 심리, 사회학 등의 교과 과정에서 한번쯤은 들었던 것이 상당수이다. 


하지만 연구자의 실험 상태나 배경 등 필수적으로 알아야할 내용과 상관없이 실험내용과 결과를 전달받는 것으로 그쳤기 때문에 흥미는 있었지만 이상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갈 여지가 없었다.  

아마 미국이었다면 교과서로 쓰는 책에 휙휙 지나간 이런 내용들을 파악하기 위한 부교재들을 산더미처럼 던져줬겠지.  한국에서 지금 그런다면 그 교수 수업은 입사 시험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이유로 텅텅 비어버릴 것이고. 

그래도 교과 과정에서 배울 수 없는 내용들을 이렇게 번역된 책으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대학에 다니던 때보다 다양성의 측면에선 독서 환경이 훨씬 나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화성의 인류학자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뇌와 심리를 다루는 사람들은 엄청 답답증이 날 것 같다.  이거야말로 정답이 없는 게 아닌가.  하지만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류의 학문에서 가장 위험한 건 정답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어느 정도 패턴은 있겠지만 완벽한 공식은 없고 수많은 예외가 존재한다는 전제 조건을 갖고 접근해가야 할듯.

더불어... 몇몇 나라들처럼 우리나라도 정신과 의사와 심리 상담사들은 필히 몇년에 한번씩 일정 기간동안 강제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할 것 같다.  당사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홧증이 마구 솟는데 이걸 몇년씩 끝없이 거듭하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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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정부
엘리노어 허먼 지음, 박아람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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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버거울 각오를 했지만 두께나 하드커버가 무색하게 좀 가벼운듯한 읽을 거리.

19500원이라는 상당한 책값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단 시작부터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출판사 편집진에 대한 욕부터 시작하는 건 좀 미안한 얘기지만 욕을 먹어도 싼 실수가 책장을 펼치자마자부터 시작된다.

대표적인 인물들에 대한 초상화 밑에 설명이 틀려있다.  루이 14세와 찰스 2세의 초상화가 뒤바뀌어 있음.  서양사에 대해 아주 약간의 관심만 있는 사람이라도 루이 14세의 초상화 정도는 확실히 구별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책을 만들면서 그런 치명적인 실수를 할 수 있는지.  만약 원래 책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번역판에선 바로 잡아줘야 한다.  기본적인 것이 틀리니까 나머지 초상화들도 긴가민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   거기서 엄청나게 감점.

두번째 치명적인 실수는 편집진과 번역자의 공동책임이겠지만 고유명사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이건 아마도 대표 번역자의 이름을 올려놓고 시간 관계상 등의 이유로 고스트 번역자가 챕터를 나눠 번역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몇몇 챕터에선 몽테스즈팡 부인이라고 표기하고 있음.  스쳐가는 단역도 아니고 주연급인 몽테스팡 부인 정도라면 전체 편집과 교정을 하면서 당연히 잡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출판사에서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소하면서도 치명적인 두 가지 실수 때문에 이 책은 돈을 벌기 위해 급하게 밀어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 이 출판사의 책을 살 때는 신중하게 한번 더 생각할 것 같다. 

책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왕의 정부들로 본 프랑스, 영국 절대왕정의 사생활사 정도로 보면 될듯.  지금도 남의 스캔들이 제일 재미있듯이 유명한 왕들의 스캔들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그 흥행성이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것 같다.

프랑스와 영국, 특히 루이 14-15세.  그리고 찰스 2세에 지나치게 집중되었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유명도나 흥행도를 따졌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인정해줄 수 있음.  그리고 단편적으로만 알았던 독일이며 폴란드, 스웨덴 등 왕의 정사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하겠다.

사전적인 왕의 정부 리스트와 사건들, 깊이있는 역사 통찰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너무 반복적이고 가벼운 얘기라는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유명한 왕의 정부들 얘기를 재미있게 읽고 싶은 사람들에겐 만족스런 책읽기가 될 것 같다.

누군가... 동양에서 동양의 절대자와 정부에 대해서도 심도깊게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음.  물론 중국 왕후와 후궁의 역사니 왕비열전, 오오쿠 등 꽤 여러 책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동양사 전체를 아우르는 책은 없었던 고로...  장사가 꽤 될 수 있는 기획인데 누가 좀 안 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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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대기중 - NaVie 011
나인 지음 / 신영미디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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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에 따라 똑같은 얘기도 이렇게 다른 색깔을 낼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준 책.

한눈에 여주에게 삘이 박혀 일편단심인 재벌가의 외아들 남주. 가진 것은 없지만 착하고 청승맞다 못해 짜증나는 연약 여주. 무섭게 반대하는 남주의 가족들. 그럼에도 꿋꿋하게 여주에게 일편단심하고 또 달아난 여주를 찾아 결국 뜻을 이루는 남주.

아마 로설 수천권을 쌓아놓고 돌을 던지면 저런 류의 책에 돌이 맞을 정도로 시대와 주인공들 이름만 달리했지 비슷한 얘기들이 이 동네에는 줄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팔리고 인기가 있고 또 앞으로도 나올 거다.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멀리 갈 것없이 나 역시도 저런 얘기를 좋아하고 끊임없이 찾아서 보고 있으니까 욕을 하면 그건 내 얼굴에 침뱉기. ^^

이 책을 굳이 포스팅까지 하는 이유는 충분히 가학적이거나 야~시시하게 갈 수 있는 내용임에도 단 한번의 삐리리~도 없이 빤~한 얘기를 나름 재미있게 끌어갔다는 점이다. 다른 작가들이라면 최소한 한두번, 많게는 삐리리~로 점철된 글을 쓸 충분한 여건(?)이 되건만 요즘 보기 드물게 순수한 관계로 얘기를 끌어가고 있다. 요즘 세태를 비춰볼 때 어찌 보면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지만 그게 지루하지 않다. 약간 서운하긴 하다. ㅎㅎ;

그런면에서 감탄~ 남자 집안에서 반대하는 것에 충분히 공감이 갈 정도로 여주 캐릭터가 너무 질질거리는 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랑이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니까.

단역으로 등장하는 남주 사촌들의 면면을 보니까 4편 정도 시리즈로 이어질 것 같은데... 다음 작품은 확실히 찾아볼 것 같다. 그 다음 것을 볼지는 일단 다음 작품을 보고나서 결정할 예정. 시리즈란 것이... 두번째까지는 대충 다 괜찮은데 3번째로 넘어가면 거의 예외없이 짜증나기 시작해서. 관계없는 얘기지만 주드 데브르. 시리즈 좀 그만 쓰면 좋겠다. -_-;;;

삐리리~ 없이도 읽을만한 글을 써준 작가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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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별사
김윤희 지음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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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야할 일이 엄청나게 많을 때 현실 도피를 위한 심리인지 로설이 엄청나게 땡긴다.

독서 같은 한가한 짓(?)을 해줄 상황이 전혀 아니건만 근래 들어 오랜만에 엄청 읽고 있는 한주간이다. 이 책도 그중 하나.

데뷔작인 없을 무가 전형적이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재미를 줬기 때문에 나름대로 기대를 갖고 잡았다. 이번에는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탄탄한 재미가 있다. 한두군데를 제외하고는 흔하게 발견되는 오류 (여름이었다 겨울이었거나 하는 식의. -_-;;;) 도 없고 오타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이 출판사로선 거의 기적같다고 생각됨) 그런 면에서 이 작가의 책은 꾸준히 읽을 것 같다.

전작도 그렇고 이 책도 독자를 짜릿하게 하거나 흥분시키는 그런 묘미는 없다. 감정선을 마구 자극해 쥐락펴락하지도 또 엄청난 사건으로 조마조마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아주 냉정하게 얘기해서 두 작품 다 전형적인 로설 공식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호응을 받기는 힘들다.

감별사는 올해 유행이었던 아주 가볍고 톡톡 튀는 엽기도, 또 일단은 독자를 무조건 몰입하게 만드는 일편단심에 카리스마 만빵인 남주도 없다. 천천히 은근하게 있을법한 사랑을 만드는 평범보다 조금 많이 괜찮은 남녀가 있다. 그렇지만 있을법하다는 공감이 가고 적당히 치고 받는 대사발과 표현들이 책장을 즐겁게 넘기도록 한다.

대다수 로설팬들을 열광시키기 보다는 이런 류의 소설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재밌으면 물론 취향의 문제겠지만 모두 용서한다는 팬들에게는 충분히 먹힐듯.

대사발을 볼 때 개인적으로 이 작가는 로설보다는 시나리오쪽에 뜻을 둬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작품은 대사발을 좀 더 살려서 발랄하게 구성하면 괜찮은 베스트극장용... 조금 더 주변 인물들과 에피소드를 강화하면 미니 시리즈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물론 공모는 제외. 공모용 스토리는 아님.

별 세개 반이지만 여긴 반이 없다.  별 매기는 선택권을 좀 더 넓게 줘도 좋으련만... 정말 꿋꿋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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