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마법의 백과사전
까트린 끄노 지음,이재형 옮김 / 열린책들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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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불어는 대학 때 외국어 교양필수를 때우기 위해 딱 한학기 배운 처지라 장담할순 없지만 한국어판 제목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얻은 대중적인 성공에 묻어가려는 의도로 한국에서 붙인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요즘 내가 버닝하고 있는 마법 시리즈의 2번째 책이다.  비슷한 시기에 읽은 마녀의 문화사가 마녀 사냥을 중심으로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들이  마법과 마녀에 갖고 있는 공포와 박해의 역사를 학문적인 시점에서 다뤘다면 이 책은 거의 픽션에 가깝다.

물론 이 책에 있는 내용을 기록하던 중세나 근세 사람들에겐 절대적인 진리고 믿음이었겠지만 적어도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황당 시리즈라고나 할까.  설마 이 책을 갖고 진지하게 마법을 연구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테니.

현대인들이 믿는 마법이나 좀 학술적인 냄새가 풍기는(써놓고 보니 좀 불가능한 얘기긴 하군. 마법과 학문이라...) 근거를 찾는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으나 그냥 이런 생각을 사람들이 정말로 하긴 했구나 하는 약간의 사회학적 관찰과 재미 측면에서 읽을만 하다.

내게는 목적 부합을 충분히 했다. 본전 잘 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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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각하의 요리사 25 - 완결
카와수미 히로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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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만화의 특성상 네버엔딩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잠수 타지 않고 몇년만에 상큼한 완결을 내줬다.   만화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일본 만화가로서는 아주아주 보기 드문 이 미덕도 기억하게 될듯. 

쿠라키라는 세상에 있을 법하지 않은 이상적인 외교관에게 고용되어 베트남 일본 대사관저의 요리사가 되어 베트남에 도착하는 게 주인공 코우씨와 이야기의 시작.  중반까지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타이 등을 포함한 동남아의 얘기가 펼쳐졌다.

스토리 작가가 실제로 대사관 요리사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외교가의 뒷 얘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데 거기에 한국에 관한 내용도 나오고... 실명을 살짝 한두 글자 바꾸고 민감한 국가는 이니셜로 처리하는 식으로 진행이 됐는데 그 생생함에 이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였다.

중반 이후엔 고이즈미 총리임이 확실한 히라이즈미라는 총리에게 발탁되어 쿠라키 대사가 일본으로 돌아오고 전세계를 상대로 특권대사라는 이름으로 전방위 외교를 펼치게 되면서 얘기의 폭은 넓어진다.  지루해질 수 있었던 내용이 무대를 자연스럽게 바꿈으로서 매너리즘에서 탈피하고 또 초반에 안배했던 조연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맛도 바뀐다.

주인공인 코우와 그의 요리 조수(스토리를 위해 당연하겠지만 항상 여자) 그들의 가족과 연인들, 쿠라키 대사와 외교가의 얘기들이 인간과 음식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스토리 라인을 끌어간다.  이것도 상당히 배울 점인 것 같음.  맛의 달인이니 아빠는 요리사 등등에선 음식에 너무 포커스를 맞추다 핀트가 어긋나고 지겨워지는 때가 있는데 이건 그런 부분이 없었다.

이런 류의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 치고는 드물게 혐한이 아니라 지한파라는 것도 내 호감도 상승을 분명 부추기긴 했을 것이다.  물론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는 가면을 쓰고 그 뒤에서 일목요연하게 일본의 변명을 하는 건 좀 거슬렸지만... 자기 모국에 원수가 지지 않은 한 국적을 가진 인간으로서 그건 당연한 일이겠지.  최소한 이해를 해줄 수 있는 수준이니 이 부분에 대해선 딴지 걸지 않겠다.

그래도 북해도를 소련에 뺏긴 일로 팔팔 뛰는 걸 보면서는 솔직히 시큰둥.  니놈들이 맘대로 중국에 넘겨준 우리 간도며... 독도 집적거리는 건 로맨스고 니놈들에게 북해도 뺏어간 소련은 불륜이냐.   이런 딴지가 팍팍 걸렸다. 

딱 일주일 전쟁하고 북해도랑 한반도 북쪽을 홀라당 한 소련이 어찌 보면 참 얄밉긴 하지만 전세 파악을 못하고 소련을 끌어들인 미국의 뻘짓을 활용하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한 일이지.  입장 바꿔서 만약 같은 상황이었다면 우리는 덜 했을까?   여기엔 솔직히 아니오라는 대답이 주저없이 나온다. 

2-3달에 한권씩 나오는 대사 각하의 요리사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끝나 아쉽긴 하지만 멋진 마무리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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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문화사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5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은주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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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별 세개 반.  제목에 낚인 감이 있어서 좀 박하기니 한데... 네개는 아니다.

마녀 사냥의 역사건만 좀 더 다양한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인지 또 이런 제목으로.  그러나 마녀 사냥 얘기는 워낙에 많으니 이게 호객에는 좀 더 도움이 되지 싶겠다.

악의 역사 4권 세트를 사면서 딸려온 일종의 부록인데... 사실 이 책도 언젠가는 사려고 했던 내 리스트에 있던 것이니 고마운 일.  광주에 공연 보러 가면서 오며 가며 그날 하루에 다 읽었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마녀 사냥의 역사.  초반에는 유럽에서 바라보는 일반적인 마술 혹은 마법에 대한 시각과 그 믿음, 역사에 대한 서술이 이어진다.  여기까지는 아주~ 도움이 많이 됐음.

그 다음부터는 기나긴 마녀 사냥의 역사.  무지와 공포가 힘과 결합할 때 나타나는 그 최악의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봐야할 듯. 

현대에서는 이 마녀 사냥을 혀를 차며 보고 있긴 하지만... 그 대상이 마법과 마녀만 아닐 뿐이지 이런 류의 사냥은 끊임없이 개인과 집단, 국가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걸 볼 때 인간의 역사는 이 종이 얼마나 악해지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성악설의 증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똑똑하고 잘난 능력있는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공포도 거의 유전 정보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됨.  마녀로 몰아붙여 불에 태우거나 교수형에 쳐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얼굴없는 마녀 사냥은 또 얼마나 활개를 치고 있는지.

마녀 그 자체에 대한 공부보다는 사회 전체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물론 저자가 이런 의도를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엄청난 박해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또 일부에겐 믿음을 얻고 있는 현대의 마녀 부분도 재미있었다.  마녀나 마법 등등에 관한 조사의 출발점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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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사 7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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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는 내 동생의 취향인 만화. 

일상의 익숙했던 것에서 비현실적인 세계를 창조해내는 일본인들의 상상력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게 한 만화. 

공포와 혐오의 대상인 벌레들에게 그들이 갖고 있는 이상의 힘과 그들만의 세계를 부여했다.  그리고 주인공인 충사는 일본 만화의 주인공 대다수가 그렇듯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고 그 뛰어난 능력 때문에 어디 한군데 정착할 수 없는 외로운 방랑자.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벌레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을 해결해주는 옴니버스 스타일의 이야기면서도 꾸준히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비밀과 연결점도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부담없이 읽기를 멈출 수 있는 옴니버스가 아니라 계속 책을 보게 하는 이런 감질나는 복선은 이런 류 일본 만화 기획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모양.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나 백귀야행도 그 극악 연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유로 계속 보고 있으니.

벌레가 등장하는 얘기라 비위 거슬리게 하는 그림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견딜만한 수준.  부러운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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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쿠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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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초강추다. 

이 기발한 요시나가 후미 언니인지 오라버니인지는 이전에도 좋아했지만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난 영원히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빠순이 노릇을 할 의향이 있다.

도쿠가와 막부의 하렘인 오오쿠.  쇼군 한명을 위해 여자를 계급별로 줄줄이 모아놓은 그 오오쿠가 반대로 여자 쇼군을 위해 미남자들만을 줄줄이 모아놓은 남자 하렘이 되는 것이 기본 설정이다.

배경은 당연히 일본.  이렇게 가기 위한 초반 설정은 일견 황당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납득이 간다.  남자만, 특히 젊거나 어린 죽는 전염병으로 인해 남자의 숫자가 극도로 줄어든 일본.  결국 남자들은 씨내리 노릇에 몰두하고 여자들이 정치와 경제 모든 사회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 

당연히 쇼군도 여자.  간택을 기다리며 꽃단장한 미남자들을 줄줄이 앉혀놓고 고르는 장면이며 35살 넘은 남자가 쇼군에게 자긴 늙어서 쇼군을 모시기 힘들다는 얘기를 하는 둥.  미남 수집과 감상에 취미가 있는 여성들의 환타지를 100% 메워준다.

더구나 주인공인 쇼군 언니의 그 능력과 카리스마!  같은 여자도 반할 정도.  ㅎㅎ

아직 1권만 나왔는데 이건 소장 목록에 넣기로 했음~   아직 안 본 사람은 꼭 보길.  발칙한 상상력이란 소리가 절로 나옴.

빨리 2권이 좀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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