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시 - 전2권 (외전 포함)
이선미 지음 / 캐럿북스(시공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요즘 나오는 게 별로인 건지 아니면 내가 아주 시들한 사이클에 접어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책을 만나기가 요즘은 좀처럼 힘들다.

밤잠을 설치면서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책은 잠을 줄여가면서 며칠동안 정말 감탄과 가슴 두근거림을 갖고 끝까지 읽어내린 책,

역시 이선미! 라는 찬탄이 나오게 한다. 

흡혈귀가 등장하는 미래 시대의 어느 나라.  끝까지 완벽하게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인간과 흡혈귀 사이 혼혈로 보이는 여자 주인공과 흡혈귀들의 왕의 얘기.  간략한 소개로 보면 완전 유치뽕~ 내지 만화 스토리지만 그 유치할 수 있는 얘기가 탄탄한 구성과 새로운 세계를 제대로 만들어낸 상상력으로 인해 최소한 책을 보는 동안에는 현실로 다가온다.

정말로 우리 삶 주변에 우리가 모르는 다른 존재들이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공상을 슬쩍 해볼 정도로.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였으면 그 상상의 휴우증에 꽤나 오래 잠겨 있었겠지만 이제는 차단 잘 된 칸막이 구조를 완성한 나이가 된 고로 그냥 글과 내용에 감탄하고 끝났다.

공감가는 상상력, 매력적인 캐릭터, 아귀가 딱딱 맞아들어가는 구조와 적당한 생략에 더불어 분위기에 걸맞는 문체를 찾아서 쓰는 작가의 노력과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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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남자, 나는 여자
권선희 지음 / 신영미디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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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별 생각없이 그냥 가볍게 읽을 책을 찾아 뒤적이다 대여점에서 빌린 책.  여기저기서 평이 꽤 좋았던 기억도 났고 이 출판사 정도면 최소한 대형 폭탄을 던져놓지는 않았겠지 하는 일말의 위안을 삼고 골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읽을만 했다.

요즘 한번 잡은 책을 끝까지 읽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은데 이건 두어 시간만에 가볍게 독파.

로맨스 소설이란 것 자체가 일종의 환타지기 때문에 그 비현실성이야 기본 전제로 깔고 가야 한다.  너무 현실적인 것은 나도 읽고 싶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최소한의 사실성을 요구당하는 게 로맨스란 장르의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일텐데 이 작가는 거기에 아주 절묘하게 걸쳐섰다.

수도권 어느 마을에 사는 33살 노처녀 식당 사장.  평생 외도하다가 첩과 함께 교통사고로 죽은 아버지 때문에 결혼이며 사랑 같은 것은 믿지 않고 어머니와 이복 동생을 건사하며 악착같이 살다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여주.  그녀의 식당에 우연히 찾아왔다가 또 그녀가 사려던 전원 주택을 사면서 한 동네에 이사온 30살의 유명 탤런트 남주와 눈이 맞아 점점 끌리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사실 현실에선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있을 수도 있지 않겠냐, 남주와 여주가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하고, 또 헤어졌다가 다시 화해하는 과정이 특별히 거슬리지 않고 그냥 그냥 읽어진다.  그리고 주연을 둘러싼 조연들의 성격이 아주 뚜렷하고 현실감이 있어서 내용을 풍부하게 해준 것 같다.

요즘에는 태클 걸지 않고 끝까지 읽어지는 글로 별로 없기 때문에 아주 감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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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하 - NaVie 34
신지현 지음 / 신영미디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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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초반에 엄청 읽히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술술. 

약간 어정쩡한 초반을 넘긴 다음부터 몰입도가 상당하다. 그러나 뭔가 시작되는 듯 하더니 확 끝나는 것 같다는 다른 사이트의 서평에는 나도 동감이다.  좀 더 해야할 얘기들이 남은 것 같고 좀 더 길게 끌고 가도 될 것 같은데 급격하게 갈등이 해결되어서 조금 아쉽다.

그렇지만 그건 일종의 딴지고... 최근 나온 역사설 중에서 보기 드물게 깔끔한 내용으로 잘 풀어나갔다는 생각을 했다. 

스토리 자체는 아주 특별히 새롭다거나 한 건 아닌데 설정이나 느낌이 독특하다고 할까?   시대는 정체 불명의 중국 어디쯤이고 되도 않은 설정이나 질질 짜는 신파 혹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남주와 뇌가 있을 자리에 눈물보가 채워진 것 같은 여주가 아닌 것만 해도 고마울 판에...   술술 즐겁게 읽었다.

여진족과 고려의 관계를 역사에 억지로 끼워넣으려고 하지 않고 짐작이 되는 가상국으로 설정해서 풀어나간 것이 작가의 운신폭을 넓혀서 스토리 텔링을 더 쉽게 만든 것 같다. 

우량하에 조연으로 나온 왕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물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던데 그것도 읽게 될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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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우리집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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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눈과 마음에서 나온 책은 폭탄이라고 할만한 것도 드물지만 또 그렇다고 재밌는 것도 그리 많지 않다.  욕하기도 어정쩡한 고만고만한 중박급들이 나오는 출판사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모처럼 읽을만한 책이었다.

작가 이름이 눈에 익어서 긴가민가했는데 1% 어떤 것이라는 드라마의 원작자였다. 

프롤로그를 읽었을 때는 조폭이 주인공인 로설인가 했는데 예상과 달리 남주는 고아 출신의 나름 유능하긴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  조건으로 봤을 때 여주가 남주보다 조건이 더 낫다.  남조가 오히려 엄청 똑똑하고 배경 화려한 전형적인 주인공 스타일이었다.

이런 설정상의 특징 말고도 이 소설은 구성도 감탄이 나올 정도까진 아니지만 초반부에는 궁금증을, 중후반까지 해결되지 않은 복선을 적당히 깔아놓고 하나씩 밝혀나가는 재미를 주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주인공 커플보다는 조연들의 성격이 더 살아있고 매력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그 전체가 어우러져서 맛깔진 색채를 냈다고 하면 될듯.

빈틈없이 단단하게 짜여진 내용은 아니더라도 맛있는 속이 곳곳에 씹히는 적당히 뭉쳐진 주먹밥 같은 소설. 머리 쓰고 감정 흔들리고 할 것 없이 시간 보내기에 좋은... 장르 소설로서의 기능에 충실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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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노트 Death Note 10
오바 츠구미 지음, 오바타 다케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도움 하나도 안 되는 할렐루야 간윤이나 팬을 가장해 찌질거리는 인간들 없이 마음껏 상상하게 하는 환경이 얼마나 독특한 아이디어를 뽑아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신이 갖고 있는 명부. 그게 인간의 손에 들어간다.  인간이 거기에 이름을 써넣으면 그 사람은 죽는다. 물론 아무 이름이나 써넣는 게 아니라 얼굴과 정확한 이름을 써넣어야만 죽는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생사여탈권이 사신이 아니라 인간에게 귀속된다는 것이 상상의 시작이다.

지루함에 지친 사신 중 하나가 인간의 손에 일부러 그 데쓰 노트를 떨어뜨리고, 발견한 것은 당연히 천재소년.  일본 만화=천재는 일종의 불문율인 모양이다.  이 천재소년 라이토와 잇따른 죽음을 추적하는 또 다른 천재 L의 손에 땀을 쥐는 두뇌 대결이 펼쳐진다.... 라고 생각 했는데... 6권인가 7권인가에 L이 죽는다.  -_-;;;

L을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봤던 내 동생은 잠시 허탈감에 빠졌을 정도.  악당이 매력있는 주인공이고 또 선과 악의 모호한 구별이 이 만화의 또 다른 매력이지 싶은데 명확한 선악과 권선징악 구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좀 비추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만화를 보면서 머리 쓰기 싫어하는 사람도.

그러나 진행과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탄탄하고 치열한 스토리 라인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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