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음식사 - 흔한 재료, 흔치 않은 이야기
김경훈 지음 / 오늘의책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 이 책의 저자가 뜻밖의 한국사를 쓴 사람이란 걸 미리 알았더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책이다.  깊이가 얕은 걸 제외하고 오류가 있는 내용을 쓴 사람의 책을 또 사는 건 좀 위험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고로...

그렇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사전 지식이나 편견없이 구입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포커스를 음식이라는 것으로 좁혀놔서 그런지 좀 평범한 얘기들의 연속이었던 이전의 책과 달리 내용의 참신함이나 깊이가 꽤나 있었다.  씹어먹을 것이 많은 음식이라고나 할까...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먹어왔던 재료들, 그리고 비교적 가까운 때에 만나게 된 고추며 양파 같은 재료들까지 많은 얘기들이 다양한 근거 자료와 그림과 함께 제시가 된다.  읽기도 편하고 쉬우면서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는 즐거움이 쏠쏠했음.

그러나... 이런 편견을 가지면 안 되는데...  ^^;  이전 책에서 발견했던 오류 때문인지 자꾸 이 책의 내용은 오류가 없는 걸까, 책의 내용을 신뢰해도 되는 건가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조금 문제.

이래서 첫인상이 중요한 모양이다.

여하튼 그런 찜찜함을 그냥 무시하고 저자의 좀 더 발전한 능력과 자료조사를 믿고 보자면 만족스러웠던 책.  우리 민족이 먹어온 음식과 재료에 관해 기초 지식을 쌓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권할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상력의 세계사 동문선 현대신서 28
뤼시앵 보이아 지음. 김웅권 옮김 / 동문선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250쪽 정도에다 크기도 작은 책인데 장장 2주에 걸쳐 읽었다.

진상에게 시달리느라 심신이 피폐한 탓도 있지만 그냥 가볍고 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란 게 가장 큰 이유.

예전에 아주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덤볐다가 큰코 다쳤던 나무의 신화처럼 이 책은 가벼워 보이는 제목과 달리 철학과 역사 전체를 꿰뚫는 독특한 시각을 갖고 읽기를 요구한다.  사실을 씹어서 잽싸게 내 것으로 잘 정리하는 데는 강하지만 깊이 생각하기가 필요한 글에는 아주 쥐약인 내게는 상당히 버거운 내용이다.

그렇지만 다 읽고 난 다음의 만족감은 상당히 있었음.  물론 한두번은 더 읽어야 이 텍스트의 시각에 대한 이해가 되겠지만. 

내용은 요약 불가능이다. -_-;;;  그냥 기억에 남는 것만 몇개 끄적여 보자면 신화나 전설에서 그려지는 세계와 실제 역사와의 연관성에 관한 내용과... 

열렬한 할렐루야와 탈레반류는 모처럼 의기투합해서 당장 목을 따겠다고 달려오겠지만 종교 세계를 지배하는 인간의 상상력.  그 수많은 교리들이 결국 상상력의 산물이란 얘기인가? 하는 결론을 나 혼자 살그머니 내려봤다.  종교가 역사에 미친 영향력이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 생략.

내가 어릴 때부터 수없이 읽고 들었던 그 지옥의 모습이 완성되어가는 그 상상의 과정은 특히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도 절대 지워지지 않고 이어지는 상상력의 세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모습 역시도.

상상의 세계를 망상으로까지 연결시켜서 나온 스탈린과 히틀러에 대한 얘기도 재미있었다고 해야겠다.  이 부분은 지금 쓰는 글에 살짝 양념으로 뿌려놔도 되지 싶다.  꼭 원하는 주제가 아니더라도 책을 읽다보면 생각지도 않게 하나씩 건지는 게 있는데 사실은 그런게 더 영양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뇌의 용량이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버거웠던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낌 하나.

프랑스 학자들은 어떤 분야에 있어서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아주 독특한 관점에서 얘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미묘한 시각에서 글쓰기는 프랑스 학자들만의 특징인듯.

많이 읽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시중에 회자되는 인문학 서적들은 대충 본 내 좁은 경험에서 볼 때 영국이나 미국의 학자들에게선 발견하지 못했다.  독일은 색깔이 좀 다르긴 하지만 영국과 미국 학자들은 내가 소화하기 쉬운 사실 전달의 글들을 많이 써주고 있는 듯.

모든 프랑스 학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종종 발견하게 되는 이 사고와 사유가 필요한 글쓰기는 바칼로레아라는 나로선 절대 통과 불가능한 시험에 입각한 교육 방식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아비판.
이 책 안에서 언급된 책이나 학자 이름 등등의 고유명사에 대한 내 친숙도는 30% 미만. ㅠ.ㅠ  내가 이렇게 무식했구나를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그 이름과 연관된 내용들을 다 숙지하고 있었다면 이 책도 쉽게 읽혔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화 속 영웅들은 어떻게 탐험했을까 - 생각하는 글들 15
마우리시오 오브레곤 지음, 석기용 옮김 / 이끌리오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한국 출판사의 작명자를 칭찬해주고 싶다.  원제목을 직역했으면 절대 팔리지 않았을 거다.   나만 해도 구입했을 가망성이 거의....  ^^;

이 책을 읽기 직전에 마쳤던 상상력의 세계사에선 신화의 내용에 따라 항해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검중을 하는 건 엄청 무의미한 일로 치부를 했었다. 그 기억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그냥 생각없이 이 책을 잡고 읽다보니 자꾸 앞 책의 시야가 적용이 되어서 처음에는 조금 방해가 됐지만 나중에는 전혀 문제없이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제목이 신화 속 영웅들 어쩌고지 반 정도는 그냥 고대인들의 항해이고 반 정도가 그리스 신화 속 주인공, 이아손이나 오디세우스의 항로를 검증해본 것이다.  제목 그대로 신화 속 인물들의 모험을 현실에서 찾으려는 사람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사, 혹은 신화나 전설에 묻힌 현장을 직접 바다를 누비며 몸으로 찾아낸 결과물이 이 책인 것 같은데 그가 그려낸 상세한 경로 지도와 연구 결과에 감탄을 하면서 엄청난 노가다였겠다는 생각도 했음.  ^^;;;;  앉아서 하는 조사는 즐겨도 직접 현장 취재 가는 건 질색하는 나로선 상상할 수 없는 연구이다.   누가 던져줘도 귀찮아서 포기했을 듯,

일본 nhk나 영국 bbc 처럼 돈을 엄청 많이 써서 제대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송국이 한국에 있다면... 이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단!  얼토당토않은 근거로 한국계였다 어쩌는 헛소리는 절대 안 한다는 전제 아래.  -_-;;;  요즘 어설픈 근거를 침소봉대해 모두 다 한국계로 갖다 붙이는 게 유행인 듯 한데 국제적으로 쪽팔리는 짓 좀 제발 안 해주면 좋겠다.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그리스 신화나 바이킹의 이주 경로 등은 그래도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많이 듣고 보던 얘기라 신선감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수준은 높았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뛰어난 항해자인 폴리네시아인들의 태평양 횡단과 이슬람 인들의 이동 경로 등은 아주 흥미진진했다.

쓰다보니 생각났는데... 이타카 호던가?  여하튼 그런 류의 요상한 이름의 뗏목으로 폴리네시아 인들의 바다 횡단을 재현해본 모험가의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000 항해기였던 제목이 떠오르는데...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찾아보면 있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즈 잘먹고 잘사는 법 46
이영미 지음 / 김영사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친구 생일턱을 거~하게 잘 얻어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끝낸 책.

미국과 유럽 각국의 대표 치즈의 맛과 특징, 원료, 어울리는 술 등에 대한 정보가 이 책에선 가장 알찼다고 하겠다. 

전반적인 치즈의 역사는 좀 심한 겉핥기의 느낌이라 별반 정보로서의 가치는 못 느꼈다.  그리고 치즈란 것이 유럽의 전유물처럼 되어있긴 하지만 분명 아랍권에서도 널리 애용되는 음식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다뤄줬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크다. 

이 책의 효용성은 대충 알고 있던 치즈의 이름과 정보를 얻고, 치즈를 현지나 국내에서 쇼핑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도로 보면 될듯.   좀 비싼 치즈 쇼핑 가이드북이라고 할까?

마지막 부분에 치즈를 이용한 요리법들이 얇은 책자에 비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요리책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레시피들을 올려놓을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좀 의문.  차라리 치즈 산업 등등에 관한 정보를 좀 리서치해서 알려주던가 할 것이지.

저자 약력을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치즈에 관한 전문가라기 보다는 치즈에 관심이 많은 요리 전문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객 14 - 김치찌개 맛있게 만들기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먹는 내용을 그린 만화를 좋아하지만 내가 이 식객을 특히나 좋아하는 건 재료에 대한 애정이랄까... 그런게 느껴져서다.  예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쓴 것 같은데 일본의 식도락 만화는 궁극의 맛이란게 있나? 을 찾는데 몰입해서 음식 재료가 되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단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최상의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겐 내가 무식하고 수준낮게 보일지 몰라도, 다른 생명을 죽여서 먹을 때는 희생되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살아있는 동안엔 좋은 환경에서 죽을 때도 최소한의 고통을 주는 게 육식을 하는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는데... 일본의 식도락 만화에선 때때로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혐오스러워지는 부분들이 있다.

이 식객도 참새 등등 흔치 않은 음식들이 나온다. 하지만 최소한의 선을 지키면서 맛을 찾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강점이고 또 어찌 보면 못 먹고 살던 나라 한국의 특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 만화 때문에 잊고 있던 전통의 맛을 찾아보고 그 맛을 경험해보려는 사람도 많이 생기지 싶고.  일단 나만 해도 설렁탕이란 걸 마지막으로 먹은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식객을 보면서 설렁탕이 먹고 싶다는 충동을 가졌고, 아예 꿈도 꾸지 않던 홍어 삭인 것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마구마구 하고 있다.  선물받아서 고스란히 버렸던 갓김치마저도 한번 먹어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까지. ^^

많은 연구를 하고, 음식과 함께 사람이 주인공인 만화.  아이디어가 다 고갈되어 은퇴해도 아무도 뭐라지 않을 연세에 또 이런 멋진 만화를 그려주는 허영만 화백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몇년 전 그렸던 짜장면이 바로 이 식객의 예고편이었을까? 

어린이 잡지에 연재되던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보며 성장했던 세대로서, 고우영 화백도 떠나셨는데 이분이 남아있다는 게 또 감회가 새롭다.  삐쩍 마른 남자애가 발레랑 권투를 같이 하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만화에서부터, 늘 비극으로 찝찝하게 끝나던 80년대 만화들.  전씨가 물러나면서 나왔던 전씨 부부를 야구 감독으로 묘사했던 대머리 감독님이나 한강 등등의 만화.  그리고 식객까지. 

나도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다 쫓아다니면서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장장 20여년 스토킹을 할 수 있는 작가가 내 세대에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