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일미 돈부리 8 - 완결
다카쿠라 미도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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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식만화 특유의 오버스러움이 주는 닭살을 너그럽게 넘길 수 있는 사람에게는 추천할만 하다.  

내가 섬세한 절대미각의 소유자가 아니라 그런지... 아니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호들갑 떠는 걸 싫어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뭐 하나 먹고 온 세상에 꽃밭으로 변하거나... 소스 하나 얹은 것만으로도 거지가 공주가 되어버리고, 온 세상을 정복한 나폴레옹이 등장하는 등등의 연출은 여전히 적응이 안됨.  -_-;;;

내가 맛의 달인과 초밥왕을 꿋꿋하게 보지 않는 것은 너무 길어서 지친다는 것 + 저런 오버 연출 때문이 아닐까...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음.

투덜거림이 앞섰지만... 보면서 덮밥이 먹고 싶다는 충동이 내내 무럭무럭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이 만화는 꽤 잘 그렸다고 할 수도 있겠다.

대대로 소바집을 해오던 집안.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팔을 다친 뒤 소바면을 제대로 치지 못해서 가게가 쇠락하게 됨.  보통 이런 경우 똘똘한 아들이 소바를 계승해야겠지만 소바에 취미없는 우리의 주인공은 돈부리라고 불리는 덮밥의 달인으로 성장한다.

초반에는 적인 것 같았지만 알고보니 조력자가 되는 비밀을 가진 대금업자와 한살 연상의 여주인공이 등장하고 남자가 주인공인 만화에서 당연하게 이 별볼일 없어 보이는 남주를 흠모하는 나름 멋진 여성들이 줄을 이어 등장.  시련을 하나씩 클리어하면서 실력을 쌓은 남주는 덮밥의 명인으로 망해가던 소바 가게를 부활시킨다.

대충 이런 스토리.

일본 만화의 특성상 이런 건 수십권 혹은 네버엔딩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설정인데 작가의 뒷심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약간은 싱겁게 8권에서 끝을 냈다.  부담가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정도니까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고 불만은 없음.

숨막히고 복잡한 드라마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조마조마함은 없지만 편안하게 보기엔 딱인 만화.  내내 덮밥이 무지~하게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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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11
하츠 아키코 지음, 서미경 옮김 / 시공사(만화)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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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드디어 11권이 나왔다.   이 작가 역시 극악 연재의 대명사.  -_-;;;

왕가의 문장은 완결 보는 거 완전히 포기했고 유리 가면은 실낱 같은 기대만 갖고 있는데 이 만화 역시 내 살아 생전 결말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메이지나 다이쇼 시대쯤으로 보이는 나름 흥청거리던 시기의 일본.  귀신이 붙은 물건을 감별해내는 골동품 가게 우유당의 손자 주변에서 벌어지는 옵니버스 스타일의 일종의 사건 파일인데 비위 상하지 않는 수준의 귀신 얘기를 즐기는 딱 내 취향이다.

옵니버스로 장편을 끌어가는 만화의 필수적인 요소인 비밀을 가진 남자와 그와 연관된 소녀가 띄엄띄엄 등장하는데 아쉽게도 이번 권에선 그들이 한번도 나오지 않았음.  -_-;;;  이 페이스대로라면 그들의 비밀은 절대 해결되지 않고 끝이 날 것 같다.

한동안 백귀야행 스타일의 좀 음울한 내용들이 줄을 이었는데 이번 편은 잔잔하니 동화 느낌의 예쁜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머리맡에 놓고 자도 찝찝하지 않았다.  ^^

이제는 더도 덜도 바라지 않으니 1년에 1권씩이라도 좀 꾸준히 내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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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 대하여 - 진화론과 동물 행동학으로 풀어 본 개의 진실 자연과 인간 7
스티븐 부디안스키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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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가 등장하는 수많은 책들과 달리 이 책의 저자인 부디안스키는 감상적이지 않다.  정말 과학적으로...  개와 동물에 대한 애정과 환상을 무럭무럭 키워주는 수많은 칼럼이나 콘라트 로렌츠 같은 동물행동학자가 우리에게 준 따뜻한 꿈을 팍삭 깨어버린다고 할까.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감상적이고 환상적인 동물과 인간의 우정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실망할 게 틀림없다.  산타 클로스나 요정, 혹은 마법이 이 세상에 없다는 걸 확연히 알게 된 아이가 된 기분.

그렇지만 난 진실은 이 작가와 로렌츠 혹은 좀 더 의인화한 개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람들의 중간쯤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단언한 행동 유형의 상당 부분이 뽀삐 2세에게는 적용되지만 뽀삐 1세에게는 맞지 않았다.  세상엔 수많은 예외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찌보면 냉정할 수 있는 이 서술 방식과 작가가 풀어내는 과학적인 분석이 나름대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감정적인 교류나 행동과 반응에 대한 부분은 논란이나 보완의 여지가 있겠지만 생리적이거나 유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었다.  그가 결론 부분에서 주장한 순종을 만들기 위한 동종 교배의 폐해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음.

그러나... 굳이 챔피언 독의 주인이 되는 것을 바라진 않지만... 나 역시 우리 뽀삐가 비슷한 수준의 미모를 지닌 크림색 포메라니언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개, 혹은 길거리 떠돌이 개와 교배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견주들의 의식이 바뀔 날은 좀 멀은듯.  

지나친 순종 선호로 유전자 풀이 좁혀지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부디안스키의 얘기처럼 최악의 경우에는 건강한 똥개들이 모든 걸 바로 잡아 주겠지.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동감가는 명문. 

'개가 인간이었다면 상종 못할 망나니였으리라. 하지만 다행히 개가 된 덕분에 그토록 멋진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쓴 고양이에 대하여, 말에 대하여라는 책이 다 번역되어 있던데 말은 큰 흥미가 없지만 고양이에 관한 책은 읽어보고 싶다.  일단 밀린 리스트를 좀 소화하고 나면 구입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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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애 1
김이현 지음 / 마루&마야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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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 완벽 조건에다 카리스마가 넘치다 못해 아주 푹~~~ 잠긴 마초 남주.  청순가련의 극치를 달리는 여주.  악독한 여조의 음모로 인한 오해와 헤어짐.  재회해서 다시 한번 더 지지고 볶다가 결국은 여조의 음모가 드러나고 여조는 처절하게 응징받고 모두모두 해피엔딩이 되는  로맨스스런 이란 단어가 딱인 내용이다.

때로는 식상하다고 다들 욕을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로맨스 소설들이 이런 스토리를 답습해왔고 또 앞으로도 나온 것 이상으로 끝없이 재생산 될 거다.  

시놉을 요약해놓으면 똑같은 얘기지만 어떤 것은 숨막히게 떨리고 재미있는데 어떤 건 그냥 포기하게 하는 건 무슨 차이일까?

소위 정통 로설에 조금 많이 질려 있었고, 또 질질 짜는 청승가련 여주를 질색하는 내가 이걸 끝까지 읽어낸 힘은 어디에 있을까?

일단은 뻔하고 짜증나기 쉬운 스토리지만 제목이 주는 약간 칙칙한 느낌과 달리 로맨스를 읽는 독자들이 요구하는 한계선을 절묘하게 지켜갔다는 것을 들 수 있을듯.  내가 볼 때 로맨스에 돈을 쓰는 독자들은 가장 마초스런 남자보다 더 여자의 처신에 보수적이다.  공짜글에서 열광하고 찬양받던 개방적인 캐릭터가 책으로 나왔을 때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여주의 지나친 고난 역시 참아주지 않는다.

그런 경계선 안에서 비밀을 한번에 드러내지 않고 서서히 조각조각을 던지는 구성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조성했고... 적절한 시점에 정말 화끈한 복수라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질척함을 날려줬다는 것이 성공 요인인듯. 

결론은 재미있었다.  정통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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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해목의 령 - 상
현미정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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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프로필에 동서양 역사를 다 섭렵했다고 해놨던데 그렇게 써놔도 욕먹을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야마타이국이며 히미코 여왕의 존재에 대해 아는 일반인의 숫자가 가히 많지는 않을 것이고 3세기 경 동북아의 역사적 상황도 제대로 파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가상국을 배경으로 설정하면 스토리를 끌어가는 게 엄청 자유로울 수 있는데 굳이 고증이라는 힘든 굴레를 자진해 뒤집어 쓰면서도 거기에 짓눌리지 않았다는 것에 칭찬해주고 싶음.  역사가 거의 드러나지 않은 가야라는 나라를 선택했다는 게 유리하게 작용했겠지만 그걸 선택할 수 있는 안목도 맨땅에 헤딩해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 것이니 그것 역시 작가의 능력으로 인정해 줘야겠지.

흔하지만 늘 매력적인 시공간 이동이란 소재.  그렇지만 아무 연관없이 우연히 그 시간과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로 과거나 미래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전대부터 이어진 연결 때문에 능해가야라는 과거로 떨어지는 여주인공.  그녀가 왜 그곳으로 가야하고 어떤 운명을 가졌는지는 한꺼번에 밟혀지지 않고 야금야금 진행되는 과정에서 흘려진다.  이 숨겨진 비밀을 알기위해서라도 읽는 사람은 책을 손에서 놓기가 힘들어진다.

남자 주인공은 현대물이었다면 정신병원에 감금해야 딱 옳은 결핍, 독점욕, 집념의 잔인한 인간이지만 이런 남주가 시대물에 등장하면 욕하면서도 늘 환영.  이게 이중적인 여성의 심리겠지.  내가 직접 맞닥뜨리는 건 꿈에서도 사양이지만 로맨스의 세계에서는 가장 멋있다.  ㅎㅎ;  

마지막에 비화인지 뭔지 하는 남주를 사모하는 여인의 암살 시도가 좀 뜬금없긴 했지만 결말을 위한 필요악이려니 이해하면 크게 태클 걸 일도 아닌듯.  에필로그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살짝 있지만 이것 역시 전형적이고 평범한 로설 독자로서의 불평이고... 작가 입장에선 구질구질한 사족없이 깔끔한 결말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여전히 좀 아쉽긴 하다.  ㅎㅎ;;;;;

딱 내 취향의 시대 로맨스를 아주아주 즐겁게 봤음~   지인에게 빌린 책인데 다음달 책 구매 때 소장할 걸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조반니노 과레스끼 시리즈 완결본 구입의 타격이 너무 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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