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에 대하여 - 진화론과 동물 행동학으로 풀어 본 개의 진실 ㅣ 자연과 인간 7
스티븐 부디안스키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개가 등장하는 수많은 책들과 달리 이 책의 저자인 부디안스키는 감상적이지 않다. 정말 과학적으로... 개와 동물에 대한 애정과 환상을 무럭무럭 키워주는 수많은 칼럼이나 콘라트 로렌츠 같은 동물행동학자가 우리에게 준 따뜻한 꿈을 팍삭 깨어버린다고 할까.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감상적이고 환상적인 동물과 인간의 우정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실망할 게 틀림없다. 산타 클로스나 요정, 혹은 마법이 이 세상에 없다는 걸 확연히 알게 된 아이가 된 기분.
그렇지만 난 진실은 이 작가와 로렌츠 혹은 좀 더 의인화한 개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람들의 중간쯤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단언한 행동 유형의 상당 부분이 뽀삐 2세에게는 적용되지만 뽀삐 1세에게는 맞지 않았다. 세상엔 수많은 예외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찌보면 냉정할 수 있는 이 서술 방식과 작가가 풀어내는 과학적인 분석이 나름대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감정적인 교류나 행동과 반응에 대한 부분은 논란이나 보완의 여지가 있겠지만 생리적이거나 유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었다. 그가 결론 부분에서 주장한 순종을 만들기 위한 동종 교배의 폐해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음.
그러나... 굳이 챔피언 독의 주인이 되는 것을 바라진 않지만... 나 역시 우리 뽀삐가 비슷한 수준의 미모를 지닌 크림색 포메라니언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개, 혹은 길거리 떠돌이 개와 교배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견주들의 의식이 바뀔 날은 좀 멀은듯.
지나친 순종 선호로 유전자 풀이 좁혀지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부디안스키의 얘기처럼 최악의 경우에는 건강한 똥개들이 모든 걸 바로 잡아 주겠지.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동감가는 명문.
'개가 인간이었다면 상종 못할 망나니였으리라. 하지만 다행히 개가 된 덕분에 그토록 멋진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쓴 고양이에 대하여, 말에 대하여라는 책이 다 번역되어 있던데 말은 큰 흥미가 없지만 고양이에 관한 책은 읽어보고 싶다. 일단 밀린 리스트를 좀 소화하고 나면 구입해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