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행도 - 칼의 역사와 무예
한병철 외 / 학민사 / 1997년 5월
평점 :
품절


각설하고 이 책을 택한 이유는 일종의 무협 사전이나 개설서로서 의미였다.

기본적인 용어와 내용에 대한 설명을 기대하고 잡았는데 머리말에서는 조금 뜨아.  내 기대에 비해 조금 더 철학적이라고 해야하나... 깊이 생각하거나 진리 찾기를 귀찮아하는 입장에서, 또 기초 지식을 쌓길 원하는 목적으로 볼 때는 잘못 택했군이라는 것이 첫인상.

그러나 읽어나가면서 괜찮구나로 바뀌었고 마지막 부분에선 거의 심봤다로 변했다.

진지하고 철학적인 사람이 주류인 내 주변인들은 무지 괴로워하지만 난 휙휙 날아다니는 무협을 엄청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열광하는 한계는 김용이나 와룡생, 양우생(?), 좌백, 발해의 혼을 쓴 ??? 정도.  촉산이나 승상령주 류의 정말 인간 세계를 완전히 벗어난 얘기는 보기는 해도 전혀 이입이나 감동이 없다.   내가 요즘 유행하는 판무를 전혀 보지 않는 것도 이런 취향의 연장선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내용은 내 취향이다.  내가 발붙이고 사는 땅의 한계에서 이해 가능한 수준만을 전달하고 있다고 해야하나?  이 책의 저자나 내가 모르는 단계의, 정말 온 세상의 이치를 다 알고 전지전능한 상승 무공을 연마한 고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내게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고 흥미 유발이 되지 않는다. 

나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땅에 단단히 발붙이고 사는 인간이 보면 이 책의 내용도 실상 허무맹랑할 것 같다.  멀리갈 것 없이 우리 부친이나 내 동생이 보면 논픽션을 가장한 무협 교본이라고 할 듯.  그러나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수준의 한국 검술에 대한 정리나 계보, 그리고 간단한 입문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있다.

책의 내용과 별 관계없는 얘기지만... 내가 이 책에 다른 도 닦는 류의 책보다 더 높은 신뢰도를 부여하고 정보로서 가치를 인정하는 건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저자가 칼로 밥 벌어먹고 살지 않는다고 단언한 점이다.  일단 밥벌이가 되면 혹세무민은 기본 영업 전략인 고로... 00도, 00교, 00법의 교주나 대장, 혹은 종사자가 쓰는 책은 아무래도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되는 게 인지 상정이다.

중구난방인 한국 검파에 대한 객관적 정리 만으로도 비슷한 류의 책보다 정보 가치는 확실히 있다.  아무리 박하게 이 책에 대해 평가를 한다고 해도 그것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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