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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사자의 서
파드마삼바바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 1995년 8월
평점 :
예전에 세계사를 배울때 이집트 사자의 서와 함께 사자 문학의 대표적인 것으로 배운 기억이 있어서 책이 나왔다길래 오래전에 사둔 책이다. 하지만 쉽게 접근하기 힘든 난해함과 부담감 때문에 사놓기만 하고 조금 읽다 팽개쳐 뒀었다. 전철에서는 멍하니 있느니 읽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갖고 다니면서 봤는데 다른 쉬운 책의 유혹이 없는 상태에서 보니까 의외로 술술 넘어가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티벳 불교의 순환적인 세계관과 내세관에 바탕을 둔 이론전개. 하지만 기독교의 종말론적 세계관의 틀에서 아집을 갖고 색안경을 끼지않고 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내용들이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나도 기독교 신자고 그 교리에 능통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지식은 가진 입장에서 봤을때 어떤 종교나 철학이든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가면 같은 내용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흔히 힌두교나 불교를 다신교라고 하는데 그들의 교리서나 이론서를 열심히 보면 그 여러 신들은 한명의 신이 가진 다양한 측면을 다양한 이름으로 표현한 것 같다. 그렇게 보면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과 크게 다를바가 없지 않을까. 기독교도 삼위일체를 주장하니까.
내세관이나 지옥에 대한 개념들도 그렇고. 다양한 시각을 만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죽음과 직접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준비하는 내용을 만났다는 것이 신선했다. 여기서 인간의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인 죽음은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고 감추지 않고 확 드러낸 죽음은 오히려 평안하게 다가온다. 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여기저기서 이름만 듣고 뜻을 모르던 용어들의 정의를 명확하게 아는 효과도 있었고. (사실 이 심오한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겐 궁금한 것을 알게된 지식적인 측면이 더 강했다)
우리의 출판 문화도 서구 일변도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제3세계의 이론이나 고전을 번역해 주면 좋을텐데 하는 바람을 늘 갖고 있었는데 좋은 기획이란 생각이 든다. 한때 베르길리우스 등등의 로마 문학을 한번 멋지게 번역해보자는 생각에 라틴어를 잠시 공부한 적이 있었다. 물론 동사, 명사, 형용사, 부사 할 것 없이 다 변하는 격변화에 두손 두발을 다 들어버렸지만. 그런데 사자의 서를 읽으니까 산스크리트어를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다행히 산스크리트어는 격이 무려 13개나 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엄두도 안내고 포기했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힌두과 티벳 문화권의 문학과 사상서들이 많이 번역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는 것과 죽는 것에 관해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고 머리가 복잡한 요즘... 지식이 아니라 티벳 사라들이 그랬든 마음의 정화와 안정을 위해 다시 한번 잡아볼까도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