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의 식탁
요시무라 사쿠지 지음, 오근영 옮김 / 푸른미디어(푸른산)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유적과 유물, 간혹 발굴되는 미이라를 통해 역사와 정치, 당시 사회의 권력 투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던 과거에 비해 현대로 올 수록 역사나 고고학자들은 일상의 소소한 것에도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부분이 이 먹는 부분인 것 같다.

거품 경기가 한창이던 시절부터 10년 불경기로 푹 꺼졌던 최근까지도 안목있는 재력가들과 열성있는 학자들에 의해 일본의 이집트학과 중동학은 꾸준히 현지 발굴을 통해 역량을 쌓아온 걸로 아는데 이건 그런 일본의 이집트학이 만들어낸 작은 성과라면 성과일듯 싶다.

식도락에 집착하는 일본인답게 이집트인들이 수천년 전 무엇을 먹고, 마셨는지를 중심으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빵, 고기, 향료, 음료, 야채 등 전방위적인 관찰과 연구를 통해 풀어주고 있는 책.    그리고 어찌 보면 가볍게 날릴 수 있는 이 주제를 작은 드라마적인 설정과 함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설득력과 무게감 있게 펼쳐주는 글재주까지 보여주고 있다.

1990년 대 후반부터 인문 서적에서도 소설 기법이나 드라마적인 요소가 등장하고 있는데 지식적인 기반이 쌓인 전문가들의 드라마타이즈는 어설픈 지식을 글재주로 덮어나가려는 과거 몇몇 국내 저자들과 비교되고 있음.   (대표적인 것인 일본서기를 소설식으로 풀어낸 서적.   읽다가 열받아 죽는 줄 알았다)

이집트를 좌악 뀌뚫는 큰 물줄기를 찾는 사람에겐 별로겠지만 음식이라는 한개의 테마로 묶어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에겐 추천.

요즘 고고학 관련 책들을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은데 실험실에서 난도질 당하고 박물관에서 전시되는 미이라들을 보면서 확실히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의 가장 좋은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구도 중요하겠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그렇게 연구되고 구경 당하는 것이 별로 즐겁지는 않을듯.    존중받아야할 신성한 잠에 대한 모독이라고 해야할까....

혹시라도 지금 내가 죽어 내 시체가 썩지 않을 환경에 우연찮게 떨어져 잊혀진다면 수천년 뒤 사람들에게 발견된다면 그들은 내 위장 속을 분석하면서 내가 뭘 먹었나 알아보겠지.

지금 기술처럼 위장에 든 것만 판별이 가능하다면 지금 내 뱃속에서 거의 소화가 끝나가고 있을 잡곡밥과 김치, 오징어 무침을 보면서 이 지역은 육식을 거의 하지 않는 모양이군 이란 생각을 할거고 당분으로 부식된 내 치아와 뱃속의 초코렛 아이스크림을 분석하면서 나름대로 여러가지 이론과 결론을 도출해 내겠지.     그리고 지금 이 책에서 보듯이 우리의 식탁과 식생활 문화에 대해서 여러가지 얘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나는 화장을 할테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결코 즐거운 상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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