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의 성 - 치정과 암투가 빚어낸 밤의 중국사
시앙쓰 지음, 강성애 옮김, 허동현 감수 / 미다스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은 S를 앞세우면 잘 팔린다는 마케팅에 충실한 국내용 번안 제목이지 않을까도 싶은... 황실의 성을 중심으로 그린 내용이라기 보다는 열전과 황궁 생활문화사에 가깝다.

1장과 2장은 제목에 충실하게 황실의 성교육이라던가 혼례, 방중술 등 성에 관한 주제를 다채롭게 펼쳐내고 있지만 중반부는 중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진시황의 어머니, 한고조의 비 여태후, 무측천, 조비연, 가남풍, 양귀비 등 역사 속의 유명한 후비들에 대한 내용들이 엄청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에겐 흥미진진할 수 있겠지만 신선함이라는 측면에서 이 부분들은 쫌...  

후반부는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황실의 생활에 대한 내용들이 자세하게 시대순으로 서술된다. 중국 황실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었고, 환관이며 궁녀들의 체계, 업무 등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던 내게는 가장 유용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중간에 열전 형식으로 펼쳐지는 후비들의 얘기 부분을 제외하고는 하나의 테마를 잡아서 고대부터 청나라까지 시대순으로 같은 맥락의 내용을 훑어주는 형식 -입시 때 내 과외 학생들에게 주로 해줬던. ^^- 으로 서술이 되기 때문에 헷갈리거나 뒤섞이는 일이 없어 정리가 깔끔하게 된다.

그런데, 이건 원 저자의 문제인지, 번역상의 오류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 한 명의 저자임에도 같은 사안을 놓고 챕터가 바뀌면 전혀 다른 해석, 혹은 팩트를 기술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게 환관 부분인데, 바로 옆 쪽에선 환관이 되지 않으려고 했다고 하고 챕터가 바뀐 바로 그 옆 쪽 (하필이면 나란히 있는 부분 --)에 환관이 되려고 자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골치거리였다는 둥의 얘기가 나와서 좀 뜨아.  

인문학에서는 같은 팩트나 증거를 놓고 서로 엄청나게 다른 해석을 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가부를 비전문가인 독자가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한 명의 저자가 자신의 책에서 이러는 건 처음이었다. 다른 챕터에서는 똑같은 얘기들이 반복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시앙쓰는 대표저자이고 여러 명(아마도 제자들?)이 분담을 해서 책을 묶은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이 반복이나 해석 충돌은 이해할 수가 없다.

필요한 정보를 기대대로 찾았기 때문에 개인적인 만족도는 높다. 두고두고 잘 써먹을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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