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에로니무스 보스 - 중세 말의 환상과 엽기 시공아트 22
월터 S.기브슨 지음, 김숙 옮김 / 시공아트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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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히에로니무스 보스 하면 현대 작가들보다 더 초현실적이고 파격적인 환상 세계를 구현한 특이한 화가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에서 표현되는 천국과 지옥, 인간사의 모습들이 분명 성서를 묘사하고 있는 것임에도 -현대인의 시각에서- 너무도 파격적이다 보니 때때로 환상 문학 같은 2차적 저작물의,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거나, 우주 혹은 다른 이세계를 오가는 인물, 때때로 악마로 등장할 정도고 그 인상은 나 같은 일반 애호가들에게 지우기 힘들 정도로 강하다.

그런데...  이 저자는 그런 상상력을 아주 논리적으로 자근자근 밟아주고 있다. ^^; 

보스의 그림은 당시의 시각에서 볼 때 절대 파격적이거나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 같은 초현실과 상관이 없고, 오히려 종교가 일상이었단 중세 말기인들의 상징 코드를 전형적으로 활용해 그들이 갖고 있던 천국와 지옥에 관한 세계관을 제대로 표현하는, 아주 종교적인 그림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중세 미술사학가나 전문가라면 또 다른 이론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 논리 전개는 환상 히어로 히에로니무스 보스 예찬자인 나로서도 반론의 여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논리 정연하다.

교회에서 무식한 대중들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천국과 지옥을 아주 강조를 했다는 것, 그리고 페스트 등 멸망의 징후를 체감했던 중세인들이 악마나 죽음 코드에 관해 얼마나 예민하고 다양하게 반응하고 또 여러가지 상상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굳이 미술사가 아니라 그냥 중세사를 봐도 많이 만났던 얘기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였고, 보스나 -또 브뤼겔-의 예술과 연관지어 생각하지는 못헀는데... 

1970년대에 나온 무지~하게 오래된 책인데 히에로니무스 보스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나 견해는 내게 아주 신선했다.  존경 받는 전문가의 아주 오래된 학설임에도 이게 대중들에게 널리 퍼지지 않은 건 역시 진실보다는 환상을 즐기는 우리의 속성 때문이지 싶다. 

중세의 충실한 종교인이고 생활인이었던 보스보다는 반항적이고 예술성의 근원이며 정체를 알 수 없는 환상적인 히어로가 아무래도 대중들에겐 더 매력적이겠지.  이 저자의 논리가 역사와 미술 다방면에 걸쳐서 이렇게 딱딱 떨어지지 않았다면 나 역시 근사한 상상쪽을 택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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