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계약
헬렌 피셔 지음, 박매영 옮김 / 정신세계사 / 1999년 6월
평점 :
품절


책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미리 밝히고 들어가자면 나는 인문학이나 사회학에서도 제대로된 증거를 가진 논리를 요구하는 독자이다. 아니면 나를 속여 혹하게 할만큼 상상력을 발휘해 근사한 거짓말을 창조해내던가. 여기서 찔끔 여기서 찔끔 어설픈 짜집기만큼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없다.

이 책은 학문적인 상상력이 마음껏 발휘된 자기만의 논리를 가진 내용이다. 흔히 배워왔듯이 생존을 위한 진화가 아니라 진화의 수레바퀴를 돌린 힘의 원동력으로 성을 과감하게 끌어들였고 현대를 사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 관계며 결혼 제도까지 그 행동양식의 기원을 먼 과거로 끌고 가고 있다.

헬렌 피셔 자신도 인정했듯이 그녀가 근거로 내건 손에 잡히는 학문적인 증거는 아주 미미하다. 인류의 기원과 발전에 관한 내용을 고리 개념으로 본다면 여긴 두가닥 이상 연결되는 고리가 거의 없을 정도. 하지만 그녀가 펼쳐내는 소설 형식의 얘기들은 그림이 생생하게 그려며 재미있게 눈에 들어온다. 이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상당수를 믿고 싶을만큼 재미도 있다.

학문적으로 이 성의 계약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저자의 학문적 상상력을 만나는 것을 즐거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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