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역사 한길크세주 15
피에르 푸케 외 지음, 정승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영양이 고루 갖춰진 균형있는 식단을 제때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특별히 고단위 영양제가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그것이 힘든 현대인에게는 영양제의 존재가 필수품화 되고 있는데 지식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크세주 문고는 각자가 필요로 하는 영양을 아주 고단위로 농축시켜놓은 정제... 혹은 농축식량 같다. 참고서적 목록까지 포함해도 170쪽도 안된다.

한정된 지면 안에 이 정도로 다양한 내용을 알차게 깊이를 갖고 쑤셔넣기도 정말 쉽지 않을텐데... 그 정밀한 배열과 구색에 감탄이 나온다. 술이란 물질의 발생부터 역사적 영향과 인식, 그리고 그 식민주의와 알코올 중독의 폐해까지. 술과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사실은 한번씩 다 짚고 지나갔다.

그것도 단순한 역사라기 보다는 과학부터 문학까지를 모두 포괄한 인문 사회 과학 서적으로. 프랑스의 책인 만큼 자료나 인용의 많은 부분이 프랑스 중심이긴 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소위 제3 세계 국가의 자료까지 인용하는 성실함을 보였다는 데도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사실을 겉핥기 해주는데 그치는(나름대로 유용하긴 하지만) 디스커버리 문고와 차원이 다르다. 여기는 사실 외에 작가의 인식이 있다. -뭐 이 부분은 독자의 취향에 따라서 약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긍정적으로 다가왔음- 이런 류의 책은 확실히 미국보다는 프랑스나 영국이 낫다는 생각을 굳혀준다. 우리는 언제 이 정도 통찰력과 광범위한 지식을 갖고 한가지 주제를 '쉽게' 끌어갈 수 있을까? 지금 교육체제로는.... 영어 표현을 빌리자면 암소가 달을 뛰어넘기를 기다리는게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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