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도라 덩컨의 무용에세이 범우문고 144
이사도라 덩컨 지음 / 범우사 / 198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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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 평가됐다, 일종의 집단 광기다, 그녀 이전에도 모던 댄스는 존재하고 있었다 등등의 의견들이 있지만 그녀가 무용사에 남긴 발자취는 그녀 자신이 예견했던 것만큼 아직은 강하게 살아 있다. 작은 사이즈에 장수도 150쪽 내외의 이 얇고 작은 책을 통해 이사도라 덩컨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녀 자신의 진솔한 고백인 만큼 그녀 내부를 사로잡은 생각과 열정의 상당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강하게 표현을 하자면 이사도라를 처음으로 제대로 만났다고 해야할듯.

긍정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섞일 수 밖에 없었고 내 나름으로는 충격적인 것도 있었고. 모두들 그리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믿었던 그녀의 춤사위와 사상이 바로 가장 미국적인 것에서 출발했고 미국의 움직임이라는 당당한 선언과 곳곳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인종 차별적인 발언과 생각들. 요즘 미국에 대한 감정이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 그런지... '그렇게 자유와 속박에서의 탈출을 시도해던 당신 역시 1900년대 초반 소위 백색인종들이 가졌던 그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셨구려'...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런 반갑잖은 발견을 뒤로 하고 만나는 그녀의 수많은 생각과 시도들에 대한 편린은 막연히 신화 속의 여인으로 알았던 그녀의 실체를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것 같다. 아마 그녀가 알려줄 의도가 없었던 모습도 발견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글이라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많이 드러내는 것인지...

그녀의 시적인 (만약 영문으로 읽었다면 그녀다운 널뛰는 듯한 자유롭고 시원한 문체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에세이를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스크리아빈과 시도하려고 했던 소리와 색과 춤을 결합시킨 작품이 소비에트 혁명과 스크리아빈의 죽음으로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것.

개인적으로 스크리아빈의 그 색채감이 넘치는 작품들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처럼 아예 그 색감을 음색과 연결시켜 구현한 작품을 만들 정도로 음악과 색채의 시각적 연결을 수준 높에 시도했던 그였던 만큼 덩컨과 제대로 작업을 했었더라면 또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 아쉬움이 계속 밟히고.

50년 뒤에 사람들이 자신의 기념비를 세우며 자신의 춤에 대해 얘기하고 찬양할 것이라는 그녀의 당당한 예언... 당시 그녀의 비판자들에게는 황당한 헛소리였을 수도 있지만 현실화가 되기는 했지만 그런 영향력에 비해 그녀의 저술이나 이론은 참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이 책에서 발견. 그녀의 '자유로움' '자연스러움'은 이론을 통한 무의미한(최소한 그녀 관점에서) 모방을 엄청나게 꺼려하고 있는 것 같다. 발레 팬으로서 (인정하건데 아직 나는 모던 댄스보다는 발레쪽에 훨씬 가깝게 있다) 거의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발레에 대한 그 맹렬한 비난을 듣는 것은 쫌 묘한 경험이라고 고백을 해야할 것 같다. 그 비난 내용에 상당 부분 수긍을 하면서도 그래도 역시 발레가 좋아~ 라는 생각을 고수하는걸 보면 인간이 참 고집 센 동물이란 생각도 들고.

유럽 왕실이 가장 타락했던 루이 14세 시기에 발달한 인간의 가장 세속적이고 억압된 움직임이라... 틀린 얘기는 아니지. ^^; 그나저나 지극히 디오니수스 적이었던 덩컨이 그렇게 반대하고 싫어하고 또 비난했던 아폴론적인 발레에서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면 또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맥밀란이 덩컨의 생각을 몰랐을 리가 없었을텐데 어찌 보면 짖궂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덩컨이 늘 얘기하던 영감을 받은걸까? 둘 다 죽고 없으니 이 의문들은 나도 이승을 떠나 두 사람을 만난 다음에나 해결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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