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의미 - 생각하는 글들 9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임옥희 옮김 / 이끌리오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슬픈 열대의 저자기 때문에 또 황금의 가지에서 파생되어 나간 학자중 한명이라는 것 때문에 비교적 얇고 편안해 보이는 신화와 의미를 선택했다. 말년의 대학자가 자신의 생각을 쉽게 대담식으로 정리해주는 글인데 많이 알수록 쉽게 말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기초(?)격에 해당하는 황금의 가지를 반이라도 읽고난 뒤라 그런지 아는 얘기들의 전혀 다른 의미 해석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크게 따지면 레비 스트로스 역시 소위 프레이저의 아들들 중 하나겠지만 아버지의 길을 거부하고 반대 방향으로 가는 아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방향이 프레이저의 추종자들이 갔던 길보다 더 바른 방향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몇개의 장이 신화에 대한 그의 견해와 의미를 짤막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신화와 음악 부분이 제일 흥미로왔다. 링에 나오는 그 공통된 모티브의 의미를 신화적 구조로 해석한 부분이 특히.

이 정도 얘기가 나오려면 신화뿐 아니라 음악에도 보통의 조예 없이는 불가능할텐데.. 그런 폭넓은 천재를 만들어낸 프랑스의 심도 깊은 교육에 대해서 잠시 부러움을 가지게 된다. 잘난척 해봤자 내 철학적 사고나 구조는 바칼로레아를 준비하는 프랑스 고교생 정도도 되지 않는다는걸 인정해야 하는게 쓰긴 하지만... 본문도 본문이지만 역자가 뒤에 써붙인 얘기가 짜증나지 않은건 참 오랫만이다.

평할 수준은 못되지만 잘 된 번역인듯 싶고. 신화와 음악 부분에서 레비스트로스가 찾았던 두개의 개체가 하나로 융합되는 구조. 그 Y자형 구조를 가진 음악에 대해 선생님도 얘기하고 싶다. 내가 작곡을 하고 있다면 아마 이 구조를 갖고 시도를 해봤을듯. 이 내용이 라디오 인터뷰였다고 하는데 구조주의 민속학자 답게 책 전체의 짜임새가 정말 기분좋을 정도로 잘 짜여있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탄탄하고 기하학적으로 잘 만들어진 틀을 보는 즐거움도 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