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열대 - 삼성세계사상 34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 삼성출판사 / 1990년 9월
평점 :
절판


레비스트로스는 다른 민속학자나 인류학자들을 얘기할 때 항상 비교의 대상으로 먼저 만났던 이름이다. 그의 여러 저서에 대한 얘기들은 들었지만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았던 사람. 제일 먼저 만난 책이 만만해 보이는 신화와 의미. 그 느낌에 떠밀려 몇년동안 읽어야하는 리스트 상위에서 맴돌면서도 절대 선택되지 않았던 슬픈 열대까지 왔다.

앞부분에서... 프랑스를 떠나는 부분을 읽을 때는 가벼운 여행기나 탐험기를 예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레비스트로스와 함께 배에 올랐지만 가면 갈수록 레비스트로스를 질리게 했고 동시에 매로시킨 아마존 열대 우림의 험한 행로를 따라가는 느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다가 갑자기 바빠지고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머리 복잡한 일들이 많았던 것도 이유겠지만 내용 자체가 만만하진 않다.

거기다 열심히 번역한 번역자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내용 파악이 제대로 안됐는지 문맥이 안맞는 문장이 너무 많아서 앞뒤 내용을 찾아 맞춰가면서 이해를 하려다보니 더 진도가 느릴 수 밖에... --

워낙 띄엄띄엄 오래 읽다보니 전체적인 구도와 내용은 솔직히 머리에서 많이 사라졌다.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제목이 슬픈 열대인가에 대한 그 느낌과 이해는 살아있다. 나름대로 열린 관찰자였고 객관적이고 우호적이었던 학자인 레비스트로스 역시 역설적으로 자신이 지키고 싶었고 또 연구하고 사랑했던 열대 우림 지역의 원주민들과 그 문화의 파괴자 -최소한 변질을 유도한 매개체- 였다는 사실에 대한 자괴감도 있었을테고 또 자신과 같은 인종의 포장된 야만에 대한 발견도 씁쓸했으리라. 그가 지키고 싶었으나 불가능했던 것에 대한 기록...

레비스트로스의 책들을 읽기 훨씬 전에 나는 그에 대한 비평과 비교를 먼저 접했다. 이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슬픈 열대에 대한 학문적, 사상적 비평 역시 만났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레비스트로스의 시선과 그의 행로에 많이 공감한다.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역시 포장된 열림과 이해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문화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대부분의 서구인들이 그렇듯이 내려다보지 않고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려고 한다는 것. 어떤 사물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그 사물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안다면 그가 연구하려는 사회의 동조자는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냉정하고 편견없는 관찰자는 되어야 하건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내가 같은 위치에서 같은 일을 한다면 나 역시 내 눈높이에 대해서 솔직히 자신은 없다. --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졌던 몇가지 질문. 나는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나는 내가 속한 사회에 비판자인가 아니면 동조자인가? 나는 다른 문화와 사고에 대해 열려있는가 아니면 열림을 가장한 가장 깨기 힘든 폐쇄회로 속에 들어가 있는가...다른 문명에 대한 이해. 다르다는 것. 그 다양성에 대한 수용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이제는 내가 아마존으로 달려간들 남비콰라족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들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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