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 유럽의 운명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14
앙리에트 아세오 지음, 김주경 옮김 / 시공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새해 첫 리뷰가 시공사 책이라는 게 찝찝하긴 하지만... 29만원 일가가 싫은 것이지 책에 죄가 있는 건 아니니 마음 곱게 먹고 간략 정리를 하자면, 작지만 꽤 알차고 재미가 있다.

예전에 한창 나치에 삘 받아서 관련 서적들을 줄줄이 읽을 때 유대인 학살에 묻어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던 게 집시에 대한 나치스의 인종청소였다.  오페라 카르멘의 주인공으로, 또 내가 한때 버닝했던 플라멩코 댄서 오마이라 아마야의 혈통이라는 이유로 집시에 대해 막연한 환상과 관심을 가졌었다.

이 책은 그런 집시들에 대한 간략하지만 꽤 체계적인 정리이다. 

내게 집시들은 그냥 유럽에 늘상 존재하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집시들이 언제 유럽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순례자로서, 이집트인으로서 대접을 받던 초창기의 모습부터 천대받는 유랑자로 추락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찬찬히 설명한다.  유럽 전역에서 역사적으로 집시들이 어떤 취급을 받아왔고 그 천대와 핍박의 내용도 알려준다. 

이 책에서 집시의 명확한 기원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려고 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인도에서 오랜 유량을 거쳐 유럽에 오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의 가장 신빙성 있는 추측을 제시할 뿐 명확한 해답을 여기에도 나오지 않는다.  기록이 없는 이상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억지로 해답을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고 기록과 증언을 위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인 것 같다. 또 내 개인적으로 가치랄까, 가장 의미를 두는 건, 음악사를 배울 때도 막연했고 또 내가 연주를 하면서도 별반 관심이 없었던 집시 음악에 대한 흥미가 갑자기 생기게 된 것.  클래식에 끼친 집시 음악의 영향에 대해서 좀 더 찾아봐야겠다.  집시 바이올린의 기법이 바이올린 연주에 도입이 됐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라 오호~ 했었다.  여기서 집시 출신 재즈 음악가의 이름을 하나 알게 됐는데 어떤 음악을 연주했는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또 하나는 21세기에 집시가 함께 존재하고 예전 방식대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유럽에서 내가 직접 집시들을 봤었고, 또 집시 플라멩코를 좋아하면서도 무대 위나 소설 속 존재로만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이 재미있기도 하고...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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