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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오디세이 - 운명을 짊어진 개미의 여정
오드레 뒤쉬투르.앙투안 비스트라크 지음, 홍지인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11월
평점 :
국립생태원에서 개미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작은 몸으로 자기 몸집보다 몇 배는 큰 잎을 지고 줄을 맞춰 가는 모습에 그저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대열을 이루어 이동하는 개미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개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은 개미를 단순히 "땅속에 사는 곤충" 정도로만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개미 오디세이』를 읽고 나서는 더 이상 개미를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게 되었다. 개미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곤충 이상의 존재였다. 그들은 철저하게 조직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놀라운 협력과 희생정신으로 생존을 이어간다. 개미들의 삶은 단순한 본능의 연속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낸 하나의 경이로운 시스템이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개미가 가진 집단지성과 책임감이었다. 인간보다 작디작은 몸집을 가진 개미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 오히려 인간 사회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미들은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전체를 위해 헌신하며 살아간다. 그들이 보여주는 협력과 조화는 현대 사회에서 잊혀 가는 '공동체 정신'을 되새기게 했다.
『개미 오디세이』는 단순한 생태 책이 아니다. 개미의 생존 여정을 마치 서사시처럼 풀어냈다. 첫 시련은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개미는 방향을 잡는 법을 배우며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후 식량 찾기, 운반하기, 환경 적응하기 등 개미들이 겪는 여러 가지 생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모험 소설 한 편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마지막 시련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보여주는 희생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개미들의 ‘생존 기술’이었다. 한 예로, 군대개미들은 서로 몸을 연결해 살아 있는 다리를 만들어 위험한 지형을 건넌다고 한다. 또한 일부 종은 나무에 올라가 천적을 만나면 공중에서 스카이다이빙하듯 나무로 복귀한다. 이런 기술은 단순히 본능이 아니라, 진화와 학습의 결과라고 하니 경이로웠다. 게다가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개미가 군락 밖으로 나가 조용히 죽음을 맞는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개미도 완벽히 이타적인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개미는 자신이 발견한 먹이를 독차지하거나, 동료들에게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반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군락을 지키는 개미들도 있다. 이런 상반된 모습들은 인간과 닮아 있었다. 결국, 개미 사회에서도 각자의 ‘개미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개미들이 보여주는 집단지성이 현대 기술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개미 알고리즘’이라는 개념이 대표적이다. 개미가 최단 경로를 탐색하는 방식을 응용한 이 알고리즘은 물류 시스템, 네트워크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발견한 지혜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깨닫게 되었다.
『개미 오디세이』는 학술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서술로 독자를 개미들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특히, 각 장마다 영화 제목 같은 소제목이 붙어 있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넘나드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개미의 미시적 세계를 묘사하면서도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과학적 사실조차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읽히게 한다.
개미들의 삶은 단순한 곤충 생태를 넘어 인간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공동체를 위해 협력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필요할 때 희생을 감수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작은 개미들이 전하는 교훈이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답이 아닐까.
소중한 책을 보내주신 힘찬북스 @hc.books_ 💕 장미꽃향기 @bagseonju534 💕 독서여인 운영진 @vip77_707💕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