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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의 지식 - 9가지 질문으로 읽는 숨겨진 세계
윤수용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북플레저 출판사(@_book_pleaser)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시선 너머의 지식
📗 윤수용
📙 북플레저

우리가 매일 접하는 세계의 이미지는 과연 진실에 얼마나 근접해 있을까. 미디어가 전하는 ‘행복지수 1위 국가’, ‘성공적인 도시국가’, ‘자유와 평등의 본산’ 같은 표현은 매혹적이지만, 그것이 그 사회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왜곡된 그림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의문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더 자주 떠오른다. 우리는 종종 “다른 나라는 이렇지 않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실상 부러움의 대상이 된 나라들도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복잡한 모순을 안고 있다. 문제의 근원이 민족성이나 지리적 조건이 아니라, 사회라는 구조 그 자체의 성질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바로 그 ‘구조의 민낯’을 파고든다. 덴마크, 싱가포르,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미국, 아이슬란드, 중국. 익숙한 이름의 국가들이지만, 저자의 시선에 의해 전혀 다른 초상으로 재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기준과 이미지가 서서히 흔들린다.

책은 세 장으로 구성된다. 행복과 평등을 상징하는 덴마크의 배타적 연대,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무한경쟁, 미국 남부의 친절 뒤에 숨은 노예제도의 그림자. 아이슬란드의 정체성 불안, 일본의 서구 중심 콤플렉스, 프랑스의 엘리트주의. 영국 청년 세대의 배제와 소비자본주의, 가족주의가 청년 자립을 가로막는 이탈리아, 사회주의에서 물질주의로 급변한 중국. ‘표면’에 가려진 ‘속사정’이 국가별로 드러난다.

저자가 제안하는 태도는 간결하다. 익숙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의심하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 뒤에 놓인 맥락과 역사를 살펴야만 진짜 구조가 보인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정보를 쌓는 일이 아니라, 사고의 습관을 재정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비판이 단순한 부정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덴마크의 ‘휘게’가 어떻게 배타적 문화로 변했는지, 싱가포르의 경쟁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자리 잡았는지, 프랑스의 평등 구호가 왜 일부 계층의 특권으로 변질됐는지까지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분석한다. 이 설명은 이론이 아니라 사례 속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글로벌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미지’에 속는다. 이 책은 그 이미지의 뒤편에서 작동하는 권력, 문화, 역사적 조건을 보여주며, 우리 사회를 낯선 각도로 비춰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한다. 남의 문제를 분석하다 보면, 결국 우리 자신의 거울을 보게 된다.

책장을 덮고 남은 것은 하나의 단순한 명제였다. ‘겉과 속은 다를 수 있다.’ 이 당연한 사실이 실제 사례와 맞물리면 훨씬 무겁게 다가온다. 친절, 평등, 성공이라는 단어 뒤에도 복잡한 이해관계와 과거의 상처가 스며 있다. 그걸 알게 되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 더 깊어진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를, 혹은 어떤 사회를 표면만 보고 판단한 적이 있는가. 이 책은 그 순간을 멈추게 한다. 단정하기 전에 질문을, 편견 대신 탐구를 선택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읽고 나면 뉴스 한 줄조차도 예전처럼 단순하게 읽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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