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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 - 재난 트라우마의 현장에서 사회적 지지와 연결을 생각하다
채정호 지음 / 생각속의집 / 2023년 1월
평점 :
🖋️지난해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참혹한 현장에서 생존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와 관련한 각종 영상이나 보도자료 등을 접한 사람들까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는 수많은 재난 현장 그리고 가정과 사회 내의 폭력, 사고 등으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그 고민이 담긴 책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은 30여 년을 '트라우마' 치료에 전념하신 채정호 교수님이 쓰신 책입니다.
📖트라우마는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위협이 되는 사건이나 상황으로 인해 겪게 되는 슬픔, 분노, 불안 등 심리적 외상을 뜻합니다.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내가 안전하지 않다는 감정에 압도당할 때, 드러나는 반응입니다. 한 사람이 겪는 고통과 트라우마는 가족 전체, 나아가 그 사람이 속한 모든 사회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어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치유는 누군가가 곁에 있을 때 시작됩니다. 고통을 더 키우는 것은 혼자만이 겪고 있다는 단절감과 외로움입니다. 채정호 교수님은 '고통의 곁'을 강조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누군가는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는 커녕 막말과 혐오로 그들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마음에 생긴 큰 상처 위에 또다시 고통을 주는 폭력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인의 건강은 더 이상 한 사람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누군가의 감염은 또다른 감염을 불러일으킵니다. 사회의 책임과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을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 등을 통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분들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정호 교수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서로의 곁을 내어주며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진심으로 헤아릴 수 있을 때 우리 사회가 더 빛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너무 아프고 힘들어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촉진하는 것이 우정, 사랑, 친밀감 같은 정서적 연결감입니다."(p.45)
📍많은 부모와 부부가 자식과 배우자에 대하여 감독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가족 안에서 감독 역할을 어울리지도 맞지도 않습니다. 응원하고 지지하는 관계가 진짜 연결입니다.(p.63)
📍"혐오, 편견, 무지 등에 기인한 발언은 마음에 큰 화상을 입은 사람을 다시 불로 지지는 격입니다. 명백한 폭력입니다."(p.142)
📍"이름 모를 누군가의 고통이 소외되지 않도록 서로의 곁을 내주어야 합니다."(p.223)
📍사건이 할퀴고 간 트라우마를 없던 일처럼 없앨 수는 없습니다. 공책에 연필로 쓴 흔적을 지우개로 지운다고 연필로 쓰기 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우개로 지운 공책의 빈칸에 새로운 것을 쓰거나 그릴 수 있습니다.(p.29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