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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궁리한 조선의 선비들 - 청빈과 이익 사이, 조선 선비들의 머니 스토리
곽재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2월
평점 :
#도서협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경제를 궁리한 조선의 선비들
📗 곽재식
📙 믹스커피

늘 궁금했던 질문이 하나 있다. 역사 드라마에서 화려한 궁궐과 선비들의 필담만 볼 때, 그 시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계를 꾸렸을까? 왕조실록에는 전쟁과 정치적 사건만 가득한데, 정작 백성들의 장바구니 물가는 어땠는지, 땅은 어떻게 분배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이 책은 바로 그 틈새를 파고든다.

곽재식 작가는 정도전부터 정약용까지, 조선 전 시기를 관통하는 경제 사상가들을 소개한다. 정도전은 토지 독점 문제를 지적하며 조선 건국 초기 경제 질서를 설계했고, 하륜은 저화라는 지폐 발행으로 화폐 유통 개혁을 시도했다. 이지함은 노비 신분으로 시작해 밀물과 썰물을 관찰하며 상업의 가능성을 터득했고, 유형원은 노비 해방과 토지 개혁을 주장했다. 유수원은 규모의 경제를 인지했으며, 박제가는 검소함이 아닌 소비가 경제를 살린다고 역설했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500권의 저서를 남기며 조선의 제도 전반을 재설계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지함의 이야기였다. 노를 저으며 품삯을 벌던 그가 바다의 원리를 터득하고 결국 현감까지 오른 과정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경제 활동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례처럼 느껴졌다. 또한 박제가의 "검소함으로 쇠퇴한다"는 말은 지금의 소비 위축 담론과도 겹쳐 보였다. 이들의 고민은 수백 년 전 것이지만, 양극화와 저성장, 기술 혁신에 대한 논의는 놀랍도록 현재와 닮아 있다.

선비들의 사상이 당대에 실현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유형원의 공전제는 생전에 빛을 보지 못했고, 유수원과 박제가는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들의 사유는 후대로 이어졌고, 결국 조선 사회를 조금씩 바꿔나갔다. 경제를 궁리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궁리하는 일이라는 저자의 시각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과거의 고민이 현재와 맞닿아 있다는 걸 보여주며, 경제 문제의 본질이 시대를 초월한다는 걸 깨닫게 한다. 조선 시대 선비들을 고리타분한 유학자가 아니라 현실적인 경제 사상가로 재조명하는 시도가 신선했고, 카이스트 출신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독특한 시선이 책 전체에 스며들어 있어 쉽게 읽혔다.

책을 덮고 나니 조선이 정체된 사회가 아니라, 나름의 방식으로 경제 질서를 고민하고 실험했던 역동적인 시대로 다시 보였다. 역사 속 인물들이 던진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 역시 비슷한 문제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제를 다르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 역사에서 현재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onobooks @mixcoffee_ono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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