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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와 인간, 그 오래된 동행
김서형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2월
평점 :
#도서협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탄소와 인간, 그 오래된 동행
📗 김서형
📙 믹스커피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저 별들이 어디서 왔고, 나는 또 어디서 왔을까. 우주와 나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런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건 사치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삶의 본질을 건드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책을 펼치면서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탄소와 인간의 동행이라니. 화학 교과서나 과학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원소 하나가 인간의 역사 전체를 설명할 수 있다는 발상이 신선하면서도 낯설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탄소야말로 우리 삶을 관통하는 가장 근본적인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됐다.

저자는 우주의 시작부터 현재의 기후 위기까지, 탄소라는 렌즈를 통해 거대한 서사를 펼쳐낸다. 별의 심장에서 탄생한 탄소가 지구에 도착하고, 생명의 토대가 되며, 인류 문명을 일으키고, 결국 환경 위기의 주범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역사를 넘나들며 통합적으로 풀어낸다. 단순한 과학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읽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책을 읽으며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했다. 우선 황도 12궁의 기원이 수메르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그리스 신화의 황소자리가 사실은 농경 사회의 관측 체계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은 신화와 과학의 접점을 보여주었다. 또한 토리노 수의의 탄소-14 측정 결과가 종교적 믿음과 과학적 사실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특히 소빙기 시대의 마녀사냥이 종교적 광신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한 집단적 공포의 표출이었다는 해석은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탄소를 단순한 화학 원소가 아닌 '시간의 기록자'이자 '문명의 연료'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가 내쉬는 숨, 손에 쥔 연필, 심지어 디지털 흔적까지 모두 탄소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일상의 평범함 속에 숨겨진 우주적 연결성을 상기시켰다. 저자는 별의 진화가 탄소를 남긴 것처럼, 인간도 자신의 진화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우리가 선택하는 방식이 곧 문명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선다.

읽으면서 탄소라는 존재가 얼마나 역설적인지 실감했다. 생명의 근원이자 동시에 위기의 원인이라는 이중성. 우리를 풍요롭게 만든 화석 연료가 결국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렸다는 아이러니. 그럼에도 저자는 희망을 말한다. 탄소섬유 같은 신소재가 우주 시대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 탄소 순환의 균형을 회복할 가능성에 대한 탐구는 위기 속에서도 해법을 찾으려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자연과 인간, 우주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가 별의 잔해에서 탄생한 존재라는 사실, 그 먼지가 138억 년을 여행해 지금 이 순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깨달음은 삶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과학책이지만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역사서처럼 읽히면서도 미래를 고민하게 만드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이제는 다른 생각이 든다. 저 별빛 속에 우리의 기원이 있고, 우리 몸속에 별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 탄소라는 작은 원소 하나가 우주 전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 이 책은 그 거대한 서사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여행이었다. 우주적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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