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hite Book 작은 긍정 - 자주 불안하고 쉽게 우울해지는 당신을 위한 12가지 긍정감정 안내서 자기만의 방
설레다(최민정)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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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보내다 보면 특별히 큰 일이 없었는데도 마음이 이유 없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잘못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크게 힘든 일도 없는데 괜히 나 자신이 못나 보이고, 감정이 제멋대로 흔들리는 순간들이다. 예전의 나는 이런 상태를 빠르게 정리해야 할 문제쯤으로 여겼고, 괜히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다그쳤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대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대신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감만 쌓였다.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도 큰 기대보다는,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몇 장을 넘기다 보니, 이 애매한 상태 자체가 꽤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지나쳐 버리는 감정의 미세한 결을 붙잡는다. 저자는 긍정심리학의 개념들을 빌려, 기쁨이나 희망 같은 밝은 감정만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울적함, 망설임, 회복 직전의 어색한 상태처럼 이름 붙이기 어려운 순간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기록한다. 그 과정에서 긍정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 속에 이미 존재하는 감정임을 보여준다.

읽으면서 나는 감정을 바꾸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기분이 가라앉은 날에는 무언가를 잘 해내겠다는 다짐 대신, 손이 가는 일을 하나 해보았고, 생각이 복잡할 때는 이유를 찾기보다 그대로 두었다. 책이 제안한 방식은 아주 단순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실천하기 쉬웠다.

저자가 이런 태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회복과 성장을 억지 낙관이 아니라 자기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감정을 판단하거나 제거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자기 효능감을 약화시키고, 있는 그대로 인식할 때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이 책의 짧은 글과 그림은 그런 이론을 일상 언어로 풀어낸다.

지금 이 책이 필요한 이유는 삶이 힘들어서라기보다,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점검할 틈 없이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는 일상 속에서, 이 책은 잠깐 멈출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하루의 리듬을 조금 느리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음을 느꼈다. 불편한 기분이 올라올 때 바로 정리하려 들지 않았고, 그 상태로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여유를 얻었다. 긍정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들자, 오히려 마음이 덜 경직되었다.

이 책은 위로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옆자리에 앉아 아무 말 없이 함께 있는 느낌을 남긴다.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혹은 요즘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가볍게 펼쳤다가도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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