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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 중동 편 - 6,000년 중동사의 흐름이 단숨에 읽히는
저스티스(윤경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협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중동 편
📗 저스티스
📙 믹스커피

매일 뉴스를 보면서 중동 지역의 분쟁과 갈등이 등장할 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답답함이 밀려왔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내전까지 이름과 장소는 익숙한데 정작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십자군 전쟁은 먼 옛날의 이야기로만 남아 있고, 그것들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단편적인 정보 조각들만 머릿속을 떠돌 뿐 전체적인 그림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중동이라는 지역 자체가 내게는 너무 멀고 복잡한 세계처럼 느껴졌다. 종교적 갈등, 민족 분쟁, 석유를 둘러싼 국제정치까지 얽히고설킨 문제들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막막했다. 세계사를 좋아하고 역사 관련 책을 자주 읽는 편이지만, 유독 중동만큼은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던 영역이었다.

이 책은 기원전 3500년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출발해 현대 이스라엘 건국까지, 중동의 6000년 역사를 두 축으로 나눠 서술한다. 첫 번째 축은 중동 지역의 흥망성쇠다. 수메르, 바빌론, 페르시아, 이슬람 제국, 오스만 제국으로 이어지는 제국들의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펼쳐진다. 두 번째 축은 유대인의 역사다. 팔레스타인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흩어진 디아스포라의 삶, 그리고 다시 돌아와 이스라엘을 건국하기까지의 과정이 유대인사로 정리된다. 책은 지도와 삽화를 풍부하게 배치해 지리적 이해를 돕고, 복잡한 역사적 관계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가 명확해졌다. 함무라비 법전이 단순히 고대 법률이 아니라 통일된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였다는 점, 이슬람이 종교를 넘어 아랍 부족을 결집시키기 위한 강력한 정치 시스템이었다는 점, 오스만 제국의 밀레트 제도가 다양한 종교와 민족을 포용하는 공존의 모델이었다는 점이 그랬다. 무엇보다 유대인의 유랑이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들이 금융과 무역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이 역사적 제약 속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시오니즘 운동이 19세기 후반 유럽의 박해 속에서 시작되었고, 이스라엘 건국이 유대인에겐 회복이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시작이었다는 아이러니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중동사를 서양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재조명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이 그리스 문화의 전파라기보다 페르시아의 거대한 문명적 유산과 마케도니아의 군사력이 충돌한 사건이었다고 설명하고, 몽골 제국이 중동에 미친 영향을 세계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다룬다. 이란의 팔라비 왕조가 급진적 서구화를 추진하다 종교 세력의 반발로 무너진 과정도 단순히 근대화의 실패가 아니라 외세 개입과 공포정치가 낳은 결과로 분석한다. 역사적 사건들이 고립된 에피소드가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흐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며, 현재의 중동 분쟁이 수천 년간 축적된 역사적 층위 위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세계사를 단순히 지식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하게 만든다. 중동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국제 뉴스를 볼 때 단순한 사건 보도가 아니라 그 이면의 구조를 읽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립, 시리아 내전, 석유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모두 역사적 맥락 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중동은 더 이상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지역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시작점이자 현재 세계 질서의 핵심 무대로 다가온다.

책을 읽고 나니 뉴스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중동 관련 기사를 볼 때 더 이상 막연한 혼란이 아니라 구조적 이해가 생겼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설명하는 언어였고, 중동의 6000년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토대였다. 무엇보다 유대인과 아랍인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사실, 오스만 제국이 다양한 종교를 포용했던 시스템, 그리고 그것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끝없는 갈등의 역사가 마음에 남았다. 역사를 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왜 그런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사를 이해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중동 뉴스를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 역사책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역사는 암기가 아니라 이해의 도구이며, 중동은 세계를 읽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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