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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디어 일기 - 진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현명한 시민이 되다 ㅣ 어린이 실전 미디어 리터러시
전해리 지음, 원혜진 그림 / 판퍼블리싱 / 2025년 11월
평점 :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화면 속 세상은 너무 빠르고 화려해서, 조금만 방심하면 어른인 나조차 중심을 잃고 흘러가 버린다. 그렇다면 아직 사고가 단단히 자리 잡지 않은 아이들은 과연 이 흐름 속에서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
솔직히 나부터도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에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고, 광고인지 정보인지 순간적으로 헷갈릴 때가 있다. “나만 이런가?” 싶지만 아이들 역시 같은 지점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래서 이 책이 던지는 질문들 속에서 오히려 내 부족함을 먼저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거창한 용어를 어린이의 하루라는 가장 현실적인 무대 위로 끌어내린다. 매 순간 접하는 뉴스, 광고, 사진, 영상, SNS 등이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어서,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초 감각을 키우도록 돕는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지식 전달보다 ‘생각하는 법’을 일깨워 준다는 점이다. 단순히 가짜 정보를 식별하라는 조언이 아니라, 왜 이런 정보들이 우리를 흔들 수밖에 없는지, 어떤 시선으로 미디어를 바라봐야 하는지 세밀하게 짚어준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에게도 필요한 질문들이다.
책은 구체적인 실천 방법도 제시한다. 광고 문구를 읽을 때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사진과 영상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SNS에서 흔히 빠지는 비교의 함정은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현실적인 상황에 맞춰 안내한다. 아이가 바로 따라 해볼 수 있는 방법들이라 실생활과 연결하기 수월하다.
미디어 환경이 이미 아이들의 일상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 강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이 변화 속에서 아이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누가 대신 걸러주는 안전장치’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내적 기준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만약 지금 아이의 미디어 사용이 조금은 걱정되거나, 나 스스로도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방향을 잃을 때가 있다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나처럼 한 번쯤 멈춰 서서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조용히 권하고 싶다.